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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의 절기에 들었습니다. 닷새 전이 입춘이었습니다. 입춘에 앞서 설 무렵에는 엄청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엊그제도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입춘이 지나면서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연일 아침 기온이 영하 15℃ 내외로 떨어지는 추운 날이 이어졌습니다. 한겨울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기다리는 봄이 쉽게 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더구나 올해의 봄은 봄이 오더라도 봄 같지가 않을 것만 같습니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세상이 워낙 어수선하고 나라 또한 크게 어지럽기 때문입니다.
산골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을 준비하며 생각했습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겨울을 지내고 맞이한 첫해였던 지난해. 그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나름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좀은 여유롭게 보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겨울을 맞으며 난방 보일러의 기름을 가득 채우고 서재의 난로에 지필 장작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고 추워지는 날씨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겨울 초입에 내린 많은 눈은 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고 여유롭게 해주었습니다. 산골에서 맞이하는 겨울의 일상은 그 어느 때 못잖게 평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었을까요? 12월 3일 심야에 폭탄과도 같은 긴급뉴스가 전해졌습니다. TV의 트로트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아내가 먼저 잠자리에 들었던 나를 깨웠습니다. “여보, 계엄이래!” TV 앞에 앉은 나는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대명천지 이 시대에 비상계엄이라니? TV의 화면은 국회의 본회의장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1시간여 전에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는 표결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를 통보받은 대통령은 이를 날이 밝기도 전인 12월 4일 새벽 시간에 그 계엄을 해제하는 마치 해프닝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깜짝 비상계엄이 하루 한밤중과 새벽 사이에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3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든 사람들은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기까지 아무것도 몰랐을 겁니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 대부분의 방송 매체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뉴스의 초점을 ‘계엄=내란’, ‘윤석열 대통령=내란 수괴’라는 프레임으로 신속 일사불란하게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 계엄군으로 활동한 군과 경찰 지휘관 다수가 내란 혐의로 체포되고, 거듭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가결되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 회부 되어 심판되는 기상천외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별다른 일 없어 보였던 세상, 평온하기만 했던 나의 일상은 이후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조용하게 겨울을 보내며 희망에 부푼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해야지 하던 나의 항심(恒心)은 안타까움 및 걱정과 함께 불안,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것은 2016년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통하여 무고한 대통령을 파면케 하고 야당 및 종북 좌익의 무리가 합법을 통한 국권을 쟁취하여 우리 자유대한민국의 향로를 공산 사회주의로 전환해 나가고자 하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아주 가까운 과거에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정국의 추이와 상황을 지켜보며 다른 일에는 마음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계엄 해제 이후 벌어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더불어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는 죄목으로 수사에 착수하며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강제로 체포하여 옥에 가두는 행위가 자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반국가 반체제 세력’과 짜 맞추기라도 한 듯한 헌법재판소의 초스피드 탄핵 심리 진행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의 기소가 이루어졌습니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으며(헌법 84조),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헌법 제 77조)입니다. 계엄 선포 행위는 대통령의 판단에 의한 합헌적인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척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한 손이 계엄 이후의 정국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며 이미 결정지어 놓은 하나의 결론을 내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게 합니다. 이른바 국정농단, 직권남용 및 뇌물 수수의 명목으로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이를 헌법재판소가 용인하여 대통령을 파면한 뒤 해괴한 법리의 판결을 통하여 옥살이를 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어찌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은 몇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온갖 방식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경제를 망치고 국가 안보를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다수 야당의 ‘패악질’과 자유대한민국의 체제 붕괴와 국가 전복을 기도하며 ‘칼춤’을 추고 있는 반국가 반체제 세력의 실태를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그간에 이루어진 국민 투표와 관련한 부정 선거의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것이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철렁 나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던 깜짝 계엄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엄 사태 이후에 벌어지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여론몰이가 과거 진보를 가장한 종북 좌파의 무리가 시도해온 보수 정권의 붕괴와 정권 찬탈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 반대로 우리 자유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여 국권을 침탈하고자 하는 반국가 세력이 거대한 카르텔을 구축하여 자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내란죄’ 프레임 씌우기 바로 이것이야말로 내란이요, 반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 무력감, 그리고 큰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새봄의 꿈을 꾸고 희망을 잉태하는 이번 한겨울, 입춘을 맞기까지의 시간은 악몽과도 같습니다. 대설로부터 동지, 소한, 대한, 그리고 입춘에 이르는 약 두 달을 안타까움, 초조와 불안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새해의 농사나 정원에서의 일에 관한 생각이나 계획을 다듬어야 할 이 시간에도 나름 나라와 시국을 걱정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간 한번은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애국 시민 집회에 참여하여 반국가, 반체제 세력의 국가 전복 기도를 규탄하는 목소리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종북, 좌익 편향의 정치 세력은 물론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헌법 기관과 법조계, 주요 공영 방송과 주류 언론, 노동계에 침투한 불순 세력이 합세하여 우리 자유대한민국을 전복시키고야 말 것만 같은 작금의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2024년 12월이 가고 그 해의 섣달도 지났습니다. 입춘이 지난 지도 닷새가 지났으니 이제 겨울이 거의 다 가고 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눈이 쌓여 있고 꽁꽁 언 얼음 아래로 도랑물이 흐르고 있지만, 그 소리가 경쾌하기만 합니다. 지붕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며 처마에 고드름을 만들었습니다. 겨우내 눈과 추위를 견뎌낸 나무들의 꽃눈과 잎눈이 도톰하니 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뜨락의 진달래와 철쭉나무, 팥꽃나무, 농원 안길 도랑 가의 매화, 히어리 나무의 솟아오른 꽃눈이 보입니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나무들은 몸집을 단련하여 나뭇가지마다 밝은 빛을 더하는 듯합니다.
설 때가 되면 심심풀이 한 해의 신수를 보기도 합니다. U-Tube를 통해서는 신년 사주를 봐주는 명리학자들의 채널이 있기도 하고 그들은 시끄러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 이들의 사주를 풀이해주기도 합니다. 어떤 명리학자는 일찍부터 윤 대통령의 사주 운세가 2025년 정월 정확하게는 입춘(立春)이 드는 2월 3일부터 풀리기 시작해서 아주 좋아질 것이란 풀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인 계엄을 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덮어씌워서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몰고 가는 세력의 선봉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운세는 올해부터는 아주 좋지 않다는 풀이로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윤 대통령은 내란과 국헌 문란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혐의로 감옥 속 영어의 몸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운세가 좋게 풀리기 시작한다는 입춘의 절기를 앞이 잘 내다보이지 않던 연말연시의 시기에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혼란 속 이 시대의 중심 인물 두 사람의 운세가 입춘을 정점으로 극적으로 반전된다는 명리학자들의 사주풀이에 안도하며 희망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다행히 똑같은 무리가 도모하여 성공시켰던 꼭 8년 전의 음모와는 달리 이번의 사태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 대다수가 오도된 정치적 선동과 언론 보도에 휩싸여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실망한 나머지 마녀사냥과도 같았던 광란은 8년 전에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지난 8년 전의 상황과는 달리 사태의 시작점에서 많은 사람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만, 뒤늦게나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인습적으로나마 막연히 신뢰하고 있던 주류 언론의 보도 등을 그대로 믿으며 감성적 감정의 격랑에 휩쓸렸다면, 그 사태를 통하여 습득된 학습을 통하여 비판적인 눈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봄으로써 많은 사람이 주류 언론의 보도가 오도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반체제 세력이 내란으로 규정한 이번 사태는 내란 수괴로 낙인찍힌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한 고뇌의 결단이었다는 점을 많은 국민이 인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그간 세간에 회자 되던 선거 부정에 의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이번 비상계엄 조치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계엄령이 ‘계몽령’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이번의 사태의 본질은 ‘패악질’을 일삼고 ‘칼춤을 추는’ 무리가 그간 오랜 기간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분야에서는 물론 정부와 정계, 법조계, 언론계, 교육계, 노동계 등 국가 전반의 체제 속에 침투하여 거대한 종북 친중 좌익 카르텔을 형성하여 국가와 자유대한민국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이어나온 연장 선상에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냥 지나쳤다면 그 모습을 알 수 없었을 반국가 반체제 세력의 실체와 그들의 저의가 확연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가 매우 깊고 그 규모 또한 거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매우 특징적인 것은 이와 같은 사태 인식과 함께 이 문제를 제기하고 규탄하는 장외의 현장으로 이른바 ‘20, 30세대’의 많은 청년이 뛰쳐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극히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인 전한길이라는 한국사 ‘일타 강사’가 이런 사회의 현장에 뛰어들어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이번 사태를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으로 몰고 간 무리를 비판하며 오히려 그들을 반란, 반역 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이른바 ‘전한길 신드롬’이라는 사회 현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계엄령 선포 직후 10%대로 추락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여 지금은 50%가 넘는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또 탄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엊그제 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강풍이 불며 폭설과도 같은 거친 눈보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뚝 떨어졌던 기온이 오늘 아침에는 영하 20℃까지 더 내려갔습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입니다.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예년과 같지 않은 입춘 절기의 엄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지만, 밝은 아침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토록 혹독한 추위와 시련의 겨울이 가면, 더욱 따뜻하고 환희에 찬 약동의 봄이 올 것입니다. 늦추위입니다만 점차 따사로워지는 햇살을 느끼며 희망찬 약동의 봄을 기다립니다. 올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풍년을 가져다줄 거란 기대를 하게도 합니다.
남쪽에서는 며칠이면 매화가 꽃을 피울 거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봄이 오며 쌓인 눈 속에 숨겨진 불의, 거짓의 선동과 음모가 봄눈이 녹 듯 녹아내려서 모두 사라져버리고 진실하고 정의로우며 자유로운 것들이 아름답게 소생하기를 간절히 고대합니다. 기쁨과 환희에 찬 새봄을 기다립니다. (2025.2.8.)
첫댓글 매우 좋은글 정독했어요ㆍ세상사
는 어지럽지만 크게보면 사필귀정
입니다.
나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지
만 윤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될것
같습니다.
내고향 호남에서도 윤대통령 지
지율이 42%로 폭증했더군요
글 중간에 2025년 12월이 지나
고는 2024년 12월로 정정요.
春來不似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