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글쓰기 >
삶, 마음에 닿다
2019.2.
더불어 차 상 희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였다.
여학생들끼리만 한 번씩 모이다가 올해 총동창회 체육대회 관계로 의논할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남학생들도 같이 모이게 되었다.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초등학교시절까지 함께 보낸 고향 친구들을 보면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 살아 난다. 누가 우리 그때 이랬었지 하면 맞다하고 잊혀져있던 기억이 톡하고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기억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남겨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남학생 중에 초등학교 때 그 친구를 떠올리면 말이 없고 조용했던 아이로 대부분의 다른 친구들도 그 친구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남학생이 모임에 나왔다. 그 친구는 예전의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말도 많고 줄곧 우리 모임의 이야기를 주도하는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고 우리 동창모임을 꾸준히 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모두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가 아는 그 친구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낯선 사람이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친구에게 너는 어릴 때는 조용하고 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이 많아졌냐고 물어보자 그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수줍음이 많고 말주변이 없던 그 친구는 학교 졸업 후에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애를 먹어서 누군가의 조언으로 보험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보험 회사 생활을 1년하고 났더니 자신이 이렇게 변해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아는 사람을 배제하고 보험 영업을 하는 것을 자신의 신조로 삼았고 그로인해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험 상품을 팔게 되면서 자기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 친구가 웅변학원이나 스피치 학원을 다닌 것이 아닐까 추측을 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보험회사라는 말에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말이 없고 조용하던 그 친구는 이제는 너무 말이 많고 했던 말을 또 하고 친구니까 이래도 된다는 식의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그런 친구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게 좋은 방향으로 바뀐 건지 잠시 헷갈렸다.
그래도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고 애쓴 그 노력만큼은 참 가상하게 느껴졌다.
그 친구를 만나고 나니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말이 많다고 또는 말을 조리 있게만 한다고 해서 말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문서화한 수사학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수사학은 설득의 기법을 말하는데 소피스트(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변하는 이)들의 기법이다.
설득의 기법인 수사학은 세 가지로 이뤄지는데
첫 번째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
두 번째 마음을 건드리는 공감 파토스(Patos)
세 번째로 화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하는 에토스(Ethos)
가 그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에토스라고 한다. 말하는 사람이 말 할 때 논리적이면서 마음을 건드리는 공감의 능력을 발휘할 때,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살아온 삶이 얼마나 신뢰받을 만한 삶을 살아왔는지 에토스가 제일 중요하고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논리적이며 공감되는 말에 설득되지만 말하는 사람의 됨됨이가 그렇지 않을 때는 무효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소통을 하며 살며 나의 말이 신뢰를 얻길 원한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됨됨이라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삶 자체가 나를 나타내주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나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내가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과 나의 실제 삶의 모습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것이 내 삶 속에서 온전히 묻어나올 때야말로 그 말은 진실 되게 다른 이에게 가서 닿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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