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일) 여행 10일차
아침을 먹고 게그하르트 암굴사원으로 향한다. 달리는 국도변으로 보니 산 위에는 어제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우리 나라 산골의 겨울 정취가 느껴진다.
조금 달리자 성산 아라라트 산이 보인다. 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가이드 블라디미르 박사장의 말로는 이렇게 잘 보이기는 몇 년 만에 처음이라며, 우리들에게 참으로 운이 좋다고 말한다.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찍으려는데 전망 좋은 곳에 곧 다다르니 그 곳에서 사진 찍으란다.
좀 더 달려 길가에 차를 세운다. 손에 잡힐 듯하게 아라라트의 주봉( 해발 5,137미터)와 부봉(해발 3,900미터)이 빛나고 있다. 경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산이다.
개그허르트 동굴사원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내려 꽤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이 교회는 10세기에 큰 바위산을 캐 내어 만들었다. 바위의 높은 곳에서부터 정으로 쪼아 아래로 내려오면서 공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동굴사원의 2층부터 둘러 본다. 2층은 현재는 예배당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자연광이 내부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내에 자연스러운 소리울림이 있다. 2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음악당이다. 5인조 여성 성가대가 찬송가 몇 곡을 부르는데 그 울림이 절묘하다. 무반주에 육성 만으로 부르는 노래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 것은 돔 형태로 만들어진 독특한 내부 구조가 있어 가능하다.
1층은 지금도 예배를 보는 성당이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예배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 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신부가 집전하고, 신도 50 여 명이 예배를 본다. 정말 좁은 교회이다. 그래도 성스러움이 흘러 넘친다. 1층에는 바위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있다. 약수이며 聖水란다. 나도 줄을 서서 맛을 본다.
가르니 태양신전에 간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을 지나 신전으로 걸어 간다. 길 가에는 농산물과 기념품 등을 팔고 있다. 이 신전은 1세기에 건립된 것이다. 로마의 황제 네로가 아르메니아 왕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로마인들이 믿는 태양신을 모실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여 아르메니아 왕이 세운 태양신을 모신 신전이다. 1세기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생긴 신전인 것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공산주의 시절 복원하였는데 시멘트와 철근 범벅이 되어 있다. 복원의 잘못으로 세계문화유산에서 탈락했단다. 안타깝다.
태양신전에서 내려다 보는 계곡이 경이롭다. 길다란 계곡을 따라 양안으로 굉장한 주상 절리를 보여 준다. 점심 식사 후에 들릴 예정이다.
인근의 농가를 개조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주머니가 화덕에서 빵을 굽는 실연을 보여 주신다. 인도의 난과 비슷한 얇은 라바쉬 빵이다. 빵을 구워 낸 화덕에는 고기를 구울 것이다. 라바쉬 빵과 쥐눈이콩 스프, 요구르트에 돼지고기 화덕 바비큐에다 농가에서 직접 빚은 와인을 곁들인다.
풍성하기도 하면서 맛있는 점심이다.
와인도 맛이 좋고, 모두들 여행 중 맛 본 바비큐 중 최고로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 올린다. 식당 앞에는 호두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나무 아래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떨어진 호두가 널려 있다. 몇 개 주워서 일행둘과 까 먹는다. 우리나라 호두에 비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실하고 아주 고소하다.
아짜트 계곡의 주상절리 구경에 나선다. 사륜 구동 짚차에 4명씩 나누어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 간다. 내려 가서 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높이가 약 300미터에 이를 뿐만 아니라 모습 또한 각양각색인 주상 절리이다. 계곡의 양안을 따라 수 킬로미터에 펼쳐져 있다. 세계 최대의 주상절리라고 한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으로 간다.
아르메니아는 2,800년 간 잦은 외침으로 수도를 수 없이 옮겨 다녔다. 그러다 보니 왕궁도 없으며, 수도다운 도시가 없다. 1918년 소련에 병합된 후 예레반을 수도로 정하여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신도시 예레반은 인구 20만 명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나 현재 약 100만 명이 산다. 전 국민이 300만 명이니 국민의 1/3이 예레반에 사는 셈이다. 러시아가 만든 도시가 다 그러하듯이 방사형으로 만든 도시임을 지도를 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 중 러시아가 설계한 도시가 진해(현재 창원시 진해구)이다. 구한 말 러시아가 부동항으로 사용하기 위해 진해를 설계했던 것이다.
아르메니아 학살 추모공원으로 향한다. 아르메니아 민족은 고난의 역사를 걸어 왔다. 1915년부터 오스만 터키에 의해 자행된 대학살로 약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 인이 희생되었다. 아니 200만이 넘는다고 하기도 한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처형되거나 추방되어 광야에서 굶거나 얼어 죽었다. 히틀러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보다도 많은 희생자를 내었다.
이 공원은 아르메니아 인의 대학살을 추모하는 공원이다. 기념관에는 학살과 관계된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학살의 주역인 터키 정치인 사진도 있다. 그 중 한 명은 아르메니아인 義士에 의해 제3국 방문 중 피격되어 사망한다. 저격범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여생을 미국에서 보냈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판 안중근 의사이다. 다른 점이라면 안의사는 일본인에게서 재판을 받고, 사형 집행되었는데 아르메니아인 의사는 제3국에서 재판을 받아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점일 것이다.
추모의 불꽃이 타오르는 가운데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묵념을 올린다.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철천지 원수 간인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어떻게, 언제 쯤에나 화해할 수 있을까?
예레반 재래시장에 들른다. 사람이 사는 곳이 다 그러하듯 이 시장도 그냥 시장이다. 서민들이 즐겨이 애용하는 곳으로 보인다.
과일과 채소, 육류와 생선 등이 거래되고 있다. 모든 거게가 실내에 들어와 있고, 구획 별로 거래되는 물건들이 구분되어 있는 것 같다. 치즈 등을 가공 숙성하는 공간도 있다고 한다. 말린 살구와 견과류를 산다. 살구는 포도와 함께 아르메니아의 대표적 과일로 맛이 좋고 향기롭다.
매리어트호텔 예레반에 여장을 푼다. 예레반 시가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국 광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호텔이다. 아르메니아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로 입지부터가 범상치 않다. 아마 예레반 도시 계획시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100년 된 건물은 구조가 좀 이상하고, 불편하지만 품위를 느끼게 한다.
공화국 광장을 둘러 싼 건물 모두가 석조 건물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생산되는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라면 아르메니아는 '돌의 나라'이다. 건축용의 질 좋은 응회암이 많이 생산된다. 그러다 보니 대도시와 시골도시를 막론하고 응회암으로 지은 건물이 많다. 매리어트 호텔 또한 응회암으로 지은 석조 건물이다.
호텔 앞의 광장은 과거 레닌광장으로 불렸다. 레닌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었다고 한다. 구 서련 해체 후 공화국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저녁 식사 전 안 사람과 호텔 주변을 둘러 본다. 식당에서는 아주머니들이 화덕에 빵을 굽고, 퇴근 시간이 가까운 지라 거리에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바쁘게 어디론가 길을 가고 있다.
저녁은 그릴 스테이크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식당에 내린다. 전체 요리에 이어 개인별 달군 철판과 쇠고기가 나온다. 철판에 고기를 올려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다. 가족 별로 돌아가며 쏘는 포도주가 빠질 수 없다. 약간은 질긴 편이며, 내 입 맛에 그저 그렇다.
식당에서 손님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단다. 구체적으로 물으니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엔지니어로 선박 발주처의 일을 보았단다. 반가워서 술 한 잔을 나눈다.
식당에서 일행 중 몇 사람은 버스로 호텔로 돌아가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시내 구경도 할 겸해서 걸어서 호텔로 간다. 서울로 치자면 명동 쯤 되는 거리라는데 길 거리는 활기가 흘러 넘친다. 재개발된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가 주상 복합의 건물이며, 석조이다.
여행기는 다음 주 금요일에 계속
시흥에 공사 현장 아지트를 마련한 은장군, 인근의 월곶 포구 시절을 그린다. 타이어 펑크와 횟집과 은선이까지....급기야 해당일의 구르메 일기까지 들춘다. 나이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 하더니.
경장군이 연꽃이 예쁘다는 관곡지 벙개 라이딩을 추천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포장군은 허수 부부 사진을 올리며 남편 허수아비가 불쌍하단다. 아마도 누군가 집에서 헌 옷을 가져와 갈아 입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빨강색으로 갈아 입었다.
경장군의 허수아비에 관한 고찰(?)이 재미 있다. 음력 섣달 그믐인 오늘 하장군은 자출과 자퇴하면서 한강과 탄천을 패달 밟는다. 포장군은 고기리에서 동나라를 돌아서 가고, 태장군은 청계천과 동나라, ㅊㅂㅈ를 거쳐서 간다. 부산의 홍장군은 영주동 별궁애서 남천동을 돌아간다.
아라라트산 전경
게그하르트 사원의 천장
2층 성당의 성가대. 울림이 절묘하다.
게그하르트 사원 전경
대학살 추모공원의 내부. 불꽃이 타오르고 숙연하기까지 하다.
공화국 광장의 해으름
식당에서 만난 엔지니어 아저씨.
거제도에서 살았었다고.
가르니 태양신전
아짜트 계곡의 주상절리
저녁식사 후 호텔로 돌아 오면서 한 컷
첫댓글 참으로 정성들여 쓴 여행기다. 난 흉내도 못 내겠네. 잘 읽었소.
2012년인가?
괴물(?) 재일이랑 건조기 수출차 같이 출장갔었던 아르메니아...
풍경도,정취도,사람들도 참 소박하고 정겨웠었던 좋은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르네요.
감사!!!^^
좋은 독자들이 있어 여행기를 잘 써야겠다고 생각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