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새로운 한류 문예 장르 디카시가 발원 20주년에 이르는 뜻깊은 해에, 네 번째 디카시집을 내놓는다.
순간 포착의 영상과촌철살인의 시어를 결합하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카시는 이제 하나의 대세요 시대정신이 되었다.
지금까지 국내 주요 지자체 12곳과 해외 주요 국가 및 도시 18곳에지부가 창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년 성년에 이르도록 디카시 운동에 합류한 시인들이, 함께 가꾸고 가다듬은 디카시 창작의 금언이라 할 언술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디카시는 영상문화 시대로 이행된 상황을, 최적화하여 수용하는 창작 방식이다.
2. 디카시는 일상의 예술이요 예술이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이다.
3.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는 디카시다.
4. 디카시 문예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문예'가 되어야 한다.
5. 디카시인은 '동호인'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시인'을 지향해야 한다.
6. 디카시는 쓰기 쉬우나 잘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7. 디카시의 미학적 가치, 예술성을 확보하는 것은 이 문예운동의 운명적 과제다.
8. 온 세계에서 한글로 쓰는 새로운 한류 문예이기에, 디카시는 우리의 자긍심이다.
이와 같은 절실한 방향성과 현장 철학은 내게 있어서도 언제나 효용성 있는 창작 지침이었다.
시집의 제목을 '영감과 섬광'이라 한 것은, 디카시가 “시인의 창작 역량과 노력에 영감靈感을 더하고 섬광閃光의 시간이 동시에 작동하는 예술형식"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은 내가 2019년 계간 《디카시》 여름호에 통권 30호 기념으로 쓴 축사의 제목이었다.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어떤 사색과 관찰>은 소나기마을과 내 삶의 주변에서 특징적인 사색 및 관찰의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2부 <풍경과 심경의 빛>은 국내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추수한 뜻깊은 풍경과 그에 대한 심경을 표현했다.
3부 <미국 동남부 유적>은 2023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워싱턴 등 동부와 델러스 등 남부, 그리고 사우스다코다주 키스톤에 있는 마운트 러시모어의 대통령 얼굴 바위 여행 기록이다.
4부 <미국 중서부 절경>은 2024년 3월 LA 및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내륙에 있는 엔텔롭캐년의 "생애 여행' 결과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가 거기 있었다.
5부 <동아시아 두 여정>은 2023년 일본 북해도와 홍콩을 방문한 날들의 소출이다.
이렇게 모두 75편의 디카시를 하나의 시집으로 묶는 것은, 디지털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풍광과 그 벅찬 감동을 세상의 디카시인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볼품 있는 책을 만들어주신 도서출판 작가에 감사드린다. 2024년 5월 김종회 시인
밀어 Sweet Words
소나기마을 소녀네가겟방 앞뜰
촘촘하게 자리 잡은 네모필라 꽃밭
저마다 은밀한 얼굴로 말을 건네네
들을 귀 있는 자만 들을 수 있는!
Sonagi Village the Girls’Storeroom front yard
Closely wrought Square Blooming flower garden
Everyone in a secret face extends the words
Only those with ears that can hear can hear!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을 펼치면 나오는 첫 시 「밀어」이다. “들을 귀 있는 자만 들을 수 있는!” ‘네모필라 꽃밭’의 은밀한 ‘밀어’가 궁금하지 않은가. “내 어린 마음도 저기 뛰놀고 있”는 「동심 놀이터」, “갈밭머리 쉼터 길, 방문객이 남긴 눈송이 오리 형제”(「봄눈송이 오리」), “산 속 휴양지를 밝히는” 동화의 나라(「한여름 밤의 꿈」)도 등장한다.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을 소리 높여 낭독해 보자. 어쩌면 그대가 “들을 귀 있는 자만 들을 수 있”다는 신(神)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색 Contemplation
물이 왜 물인지 물빛이 무엇인지
제 안의 소우주로 가늠하는 순간
아하! 세상이 모두 숨을 죽였구나
Water why is it and the water color what is it
By the little universe within at the moment of guessing
Ah ha! The world stopped its breath that’s it
반분 Halving
여기 오직 하늘과 바다밖에 없는 곳
온 세상 절반씩 가진 일도양단의 도식
내 삶의 이분법은 이득인가 실책인가
Here a place of only the sky and the sea and nothing else
All the world each has half figure by one sword stroke into two
The dichotomy of my life a benefit or an error
개명 Renaming
블랙 힐에서 마운트 러시모어로
형용을 바꾸며 명호까지 바꾸었네
신의 창조 영역에 인간의 발을 디밀고
From Black Hill into Mount Rushmore
Changed the figure and changed the name title too
In the realm of God’s creation pushing in humans’ feet
계단 The Stairs
그대 보았는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
돌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묻혔나니
이윽고 저 높이에 닿아야 되돌아볼 터
Did thou ever see the stairs going to heavens
Because in each stone one by one has a story buried
After having to reach that height then only will look back
다다미 내실 Tatamis Main Room
정갈한 숨결 살아 있는 적막한 공간
100년간 이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
누가 일러 이를 전통문화라 했을까
Lonely Space Clean Breath Alive
In the time span of 100 years inhabited people
Who told this is a traditional culture
김종회(金鍾會) 시인 Jong-Hoi Kim, Ph.D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6년 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중국 연변대학교 객좌교수,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로 있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나온 이래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해 왔으며 《문학사상》 《문학수첩》 《21세기문학》 《한국문학평론》 등 여러 문예지의 편집위원 및 주간을 맡아 왔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한국비평문학회. 국제한인문학회, 박경리 토지학회,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등 여러 협회 및 학회의 회장을 지냈다.
현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환태평론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평론집으로 『문학과 예술혼』『문학의 거울과 저울』『영혼의 숨겨진 보화』 등이 있고 『한민족디아스포라 문학』 등의 저서와 『삶과 문학의 경계를걷다』 등의 산문집이 있다.
Literary Critic
Chicf of Sonagi Village of Hwang Soon-Won Literary Place
President of Society of Korean Dica Poets, President of the
Korea Digital Writers Association
Former Professor of Kyunghee Univ., Former President of
The Association of Korean Literature Critics
첫댓글 좋은 디카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