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한국김치 대부분 ‘대한민국’ 표기 못한다
농민신문 : 2021-07-14 ‘국가명 지리적표시제’가 발목 모든 원료 국산 써야 기재 가능 고유 특성·품질 인정해주는 ‘단체표장’ 대안으로 떠올라 김치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가 도입됐지만, ‘한국 김치’를 표기할 수 있는 업체는 아직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업체들이 수출용 김치를 현행 지리적표시제 기준에 맞춰 생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김치산업진흥법’을 개정해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른 지리적표시제에 등록한 김치만 제품 용기에 ‘한국’ 또는 ‘대한민국’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저가의 외국산 재료로 국내에서 담근 김치가 ‘한국 김치’ ‘KOREA KIMCHI’ 등으로 표기된 채 수출되면서 국산 김치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치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은 국가명 지리적표시제가 도입되기 전에 등록된 여수돌산갓김치(2010년)를 제외하고 전무한 상태다. 현행 제도상 지리적표시제에 등록하려는 농식품은 모든 원료가 특정 지역(국가)에서만 재배돼야 한다. 하지만 단가 경쟁이 치열한 수출용 김치는 일부 원료를 외국산으로 쓸 수밖에 없어 지리적표시제 등록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수출용 김치의 경우 배추·무·마늘은 당연히 국산을 쓰지만 고춧가루는 가격과 수급 사정 탓에 국산과 외국산을 섞어 쓰는데, 수출업체 대부분 처지가 비슷하다”며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이전에 쓰던 ‘한국 김치’ 표기를 이젠 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국내법이 엄격해지는 사이 해외에서 제조·판매되는 김치는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 김치’로 표기해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주국인 한국에서 김치가 지리적표시제 혹은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보호되지 않으면 외국에서도 상표로 등록·보호받을 수 없어서다. 이에 수출용 김치에 대해선 우회로를 열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 또는 ‘대한민국’을 표시할 수 있는 요건에 상표법상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추가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표시제도로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한 지리적표시제와 상표법상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2가지를 모두 운용하고 있는데, 김치산업진흥법은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른 지리적표시제만 인정한다.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은 지리적표시제와는 달리 모든 원료가 특정 지역(국가)에서 생산되지 않더라도 지역 고유의 명성이나 독특한 품질이 있다면 지리적표시의 권리를 인정해준다. 김영민 한국지리적표시특산품연합회 사무처장은 “과거 일본부터 최근엔 중국까지 김치를 두고 지속적인 원조 논쟁이 일고 있는데,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 김치’를 지리적표시로 등록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이용해서라도 수출 김치에 ‘한국 김치’를 표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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