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마을숲-이야기밥 다섯번째
마을길에 꽃들이 만발했어요.
사랑어린마을배움터 0교시, 아침걷기명상시간이 절로 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앞선 배움지기가 일부러 골목길이 아니라 꽃길로 길을 안내합니다.
오는 차들도 동무들을 보고 조심조심. 꽃들도 살랑살랑.
열시 이십분경, 도서관으로 이야기동무 둘이 오십니다.
어린동무 얀은 "몸놀이 하고 있더라." 불러도 대답않고 몸놀이를 이미 시작했다나! 하하.
그래요. 일곱살 얀은 몸으로 이리저리, 좋지요.
"차 안 마셔?" 그래서 찻물을 끓이고 한잔 마십니다.
"오늘은 학교밖청소년이 되고 싶다."
하하, 또 하하.
그래서 뭘? 학교밖청소년이 되어서 뭘 하고 싶냐고 묻습니다.
"봄 풍경도 보고."
"동천에 꽃들이 많이 폈을텐데"
"동천가면 집 가고 싶을테니까, 거기는 말고"
"어디든 좋아. 그리고 와온슈퍼도~" 속내를 드러냅니다. 이럴때는 속셈이라고 하나요?
"우선 한주 보낸 이야기를 해보자. 한 낱말로!"
"평범!"
"노멀!"
"심플!"
그리고 이야기동무 셋이 마을풍경을 담아보기로 하고 학교밖?을 나섭니다.
하사마을길로 접어 들어 익숙한 골목길로 갑니다.
하사 우물가를 지나 제주 오氏 재실 앞 꽃나무아래.
벚꽃이 바람에 흩어져 내립니다.
새소리, 꽃향기, 떨어진 꽃잎 위로 돗자리를 깔고 앉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뭐가 있을까?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지?
그림으로만 하면 안되나?
이야기?
그림?
글?
왜 우리는 이야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까요?
'요즘 어때?' 라고 물으면 으레 '좋다'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 '좋다'는 한 마디말로는 헤아리기 어려울때도 많아요.
우리는 자신을, 혹은 어떤 순간의 감정을 제대로 잘 표현하고 살고 있을까요?
오늘 학교밖청소년 두 동무와 '표현하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리고 글로 써 봅니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져 여행가는 것 같아
바람이 지나가며 모든 것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말을 걸어 와
선민이랑 지안이랑 보리밥이랑 돗자리에 앉아서 봄을 가득 담아가고 있어
하늘이 파랗다
벚꽃잎이 부드럽다
벌이 많다
눈이 감긴다. 감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과 연한 분홍빛을 띠는 벚꽃이 보인다.
눈을 감아보니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나의 기분!
앉아서 혹은 누워서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
내가
피는 것만이 아닌,
피고 있는 것만이 아닌,
떨어지는 것도 날아가는 것도,
아름다워할 수 있다는 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봄이라는 계절은
무언가에 지친 나를 조금씩 간질러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계절인 듯하다.
오늘도 좋습니다. 이야기밥 다섯번째,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