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150주년 갈라 음악회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1년 앞둔 1990년은 차이콥스키의 해였습니다
당시 소련의 정치적 상황은 고르바초프의 주도로 페레스트로이카라는
대변혁의 물결 속에서 하루하루가 격변하는 격랑의 국면을 맞고 있었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굳게 잠겨있던 소련 음악계의 빗장을 푸는 큰 역활을
하는데, 소련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저명한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망명 이후 처음으로 모스크바에서 감격적인 귀향 연주회를 갖는 것으로
상징되기도 했습니다
차이콥스키 탄생 150주년을 축하하는 갈러 콘서트 역시 페레스트로이카가 가져온
엄청난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이벤트 였으며, 이 음악회엔 세계 각처에서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수퍼스타들이 초빙되었습니다
그 중엔 난생 처음 소련 땅을 밟아보는 제시 노먼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차이콥스키의 고향이며 집인 러시아 에 이토록 많은 수퍼스타들이 한꺼번에
찾아든 예는 없었을 것이라고들 음악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150주년 갈라 콘서트의 백미는 1812년 러시아 승리를 축하하는
레닌그라드의 모든 러시아 정교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실제로 대포를 쏘아 울려
퍼져 터지는 소리와 축제분위기가 대단한 감동의 전율로 느껴지는 음반입니다
150주년 갈라 음악회에서 이차크 펄만의 서정미 넘치는 우울한 세레나데 와 생기 가득한
왈츠 스케르초를 연주했고, 199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요요마는 거장적 풍모를 과시하면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첼로연주로 로코코 변주곡을 연주했습니다
.
제시 노먼은 가곡들과 오페라 <오르레앙의 처녀>에서 불
려지는 아리아를 노래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150주년 갈라 콘서트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주에서
1812년을 레닌그라드 필하모니의 연주와 레닌그라드의 모든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로 1812년 전쟁의 승리를 레닌그라드 시민이 거리로 나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입니다
1812년을 연주한 음반들 중에 특별히 대포소리 녹음이 잘된 음반들이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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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락-쿤젤-신시내티의 ‘1812년 서곡’은 오디오파일에게는 단순한 음반이 아니라 거의 성전이다. 이 성전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날로그의 황혼기에 먼저 그 자태를 드러났는데, LP 음반 음구폭의 무시무시한 깊이와 폭을 두고 오디오파일들은 그랜드 캐년과 같다고 찬탄을 하곤 했다. 당연히 기존의 카트리지로는 그랜드 캐년을 탐색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레코드 바늘을 ‘해먹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들리는 말로는 일본에서는 이 음반을 제대로 재생하는 데 실패하고 절망한 나머지 자살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도 이 음반은 전설을 이어 나갔다. CD의 향상된 다이내믹 레인지 덕분에 디지털에 적응이 되지 않은 스피커로 이 음반을 재생하던 숱한 사람들이 스피커를 ‘해먹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텔락의 유명한 경고문 ‘이 음반 무지 하이 레벨로 녹음되었으니, 스피커 해먹고 싶지 않으면 볼륨 알아서 조절해’가 등장하게 되며, 마이너 오디오파일 레이블 텔락은 단숨에 디지털 시대의 총아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