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코스 : 양평 산음 자연 휴양림 - > 단월면 면사무소
봄철 산불 방지 기간인 2월1일부터 5월 15일까지는 국유림 임도에 출입이 금지되어 경기 둘레길을 걸어갈 수 없어 애를 태우며 기다리다 출입금지가 해제되어 26코스 걷기에 나섰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걸어가는 26코스가 되어서인지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서 김헌영 총무를 만나 종착지인 용문역에 이르러 아침을 먹고 26코스의 출발지인 산음 자연 휴양림까지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30,000원이 넘는 요금을 지급하는 택시를 타고 갔다.
26코스 출발 지점에 이르니 앞서 달리던 승용차에서 중장년 부부가 내린다. 경기 둘레길을 걷는 부부였다. 낯모르는 처음 뵈는 부부였지만 서로가 경기 둘레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 동지를 만난듯한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몇 구간이 남았는데 그들은 오늘이 경기 둘레길을 걸은 지 2년이 되는 날로 마침내 60코스 전 구간을 완주하는 뜻깊은 날이라고 하면서 자랑스러운 함박웃음을 지었다.
완주를 눈앞에 둔 그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면서도 가슴 한쪽에는 산불 방지 기간 국유림 출입금지가 원망스러웠다. 경기 둘레길을 하루라도 빨리 완주하고 싶은 탐욕의 욕망을 누르고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떠가며 수를 놓는 파란 하늘이 마음을 뭉클 이게 하고 간간이 부는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출발의 발걸음을 한 발도 내딛지 않았는데 가슴부터 부풀어 온다.
자연 휴양림이 있는 단월면 산음리는 “산음천이 남북으로 흐르며 아직도 화전민의 생활 모습이 남아 있는 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산세의 그늘 속에 위치하며 산음리山陰里라 하였다”라고 네어버 지식백과는 설명하고 있다.
가까이에는 용문산과 중원산이 솟았고 고개 너머에는 봉미산, 소리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깊고 깊은 골짜기 숲을 이룬 곳답게 시작부터 숲길인 산음리 임도로 시작되어 좋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다소 아쉬웠지만 나무 그늘로 가득 찬 숲길의 아름다움을 반감할 수 없었다. 우리 땅을 걸으면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 길을 걸을 때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한 굽이를 돌면 또 다른 길이 굽이쳐 돌아가는 꼬부랑길에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려는지 가사가 좋아 뜻 모른 채 중얼거렸던 꼬부랑길이란 가사가 가슴을 스쳐 간다.
꼬부랑길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꼬부랑 꼬부랑꼬부랑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길에 앉아
꼬부랑 엿가락을 살며시 꺼냈네
꼬부랑꼬부랑 꼬부랑꼬부랑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할머니가 맛있게 자시는데
꼬부랑 강아지가 기어 오고 있네
꼬부란 꼬부랑꼬부랑 꼬부랑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강아지가 그 엿 좀 맛보려고
입맛을 다시다가 옛기 놈 맞았네
꼬부랑 깽깽깽 꼬부랑 깽깽깽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 간다
꼬부랑길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씨를 푸른 나무숲으로 그늘을 두리 우며 이름 모를 산세와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발산하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기운생동의 길이었다. 어찌 기쁨이 샘솟지 않을까?
꼬불꼬불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맑은 기운을 흠뻑 들이키고 이따금 들려주는 산골의 청량보이스인 바윗돌에 부딪히는 물소리는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길가에 듬성듬성 피어난 야생화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바로 흙냄새 발산하는 꼬부랑 고개길이었다.
3개월을 기다린 보람이 있는 걸음걸음 흥이 절로 나는 산음리 임도의 끝마루는 비솔고개였다. 고개에는 준령을 넘어가는 나그네를 위하여 팔각정이 있었다. 그런데 비솔고개는 이 지방 사람들은 비슬 고개라고 부르고 있어 그 사유를 알고 싶었지만, 고개의 유래를 알 수 있는 표지석은 없었다.
고개에 서린 설화나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는 서운한 마음에 요리조리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궁금증만 더해갈 뿐이다. 온 사장이 신으로 둘러쌓여 항상 그늘이 진다는 산음리 임도가 비솔고개에서 다하고 단월산 임도를 걸어간다.
“ 밝은 달이 비춰진 정자의 마을'이라는 뜻의 단구월사(丹丘月謝)에서 단월면이라는 지명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네이버 백과사전)는 단월면의 임도도 완만한 오르막길로 시작되었다.
여유롭고, 편안한 길, 그렇지만 성급하게 걸어갈 때 그만 지쳐버리고 마는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 숲은 자연의 소리를 끊이지 않고 우리에게 들려주는데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자연의 소리에 대해 화답을 하지 않아서야 하겠는가? 그리하여 음정, 박자는 비록 불안할지라도 청산의 노래를 목청껏 외치며 때로는 콧소리로 흥을 돋우며 걸어갈 때 길가에 짙은 청색의 이름 모를 꽃이 화사하게 피어 걸음이 멈춰진다.
김 총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니 6월에 피는 붓꽃을 알려준다. 손에 스마트폰만 쥐고 있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옛말에 남아라면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고 하였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5수레의 책을 손에 쥐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5수레보다 많은 서적을 지닌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지만 그 많은 기능 중에서 몇 가지만을 이용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다소 빠른 걸음으로 단월면 임도를 내려서니 향소리 절골 마을이었다.
부드러운 흙길에서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다. 산속에 파묻혀있는 아늑한 마을에 윗절터가 있고 아래 절터가 있었다는 절골 마을에서 종착지인 단월면사무소를 향하여 걸어간다.
자연의 향기가 진동하는 길에서 사람이 사는 마을로 바뀌었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은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도시와는 공기가 다른 청량지역이다. 절골 마을 버스 정류장에 이르러 도로를 따라 걸어가 부안천에 이르니 다리 공사 가 한창이었다.
“부안천은 향소리 도일봉과 소리산에서 내린 물을 받아 남쪽으로 흐르다가 대왕천과 합류하여 흑천으로 들어간다”라고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는 적고 있다.
부안천을 지나 대왕천에 이르러 천을 우측에 두고 걸어가는데 부안천이 대왕천과 합류하고 있었다. 부안천과 대왕천이 하나가 된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이 길은 경기 둘레길 이자 자전거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길이기도 하였다.
왼쪽으로는 부처산, 오른쪽으로는 괘일산을 두고 뻗어있는 길을 따라 덕수2리와 단월 중학교를 지나 오늘의 종착지 단월면사무소에 이르렀다. 교통편을 확인하니 5분 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스마트폰은 알려준다.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 5분 만에 시내버스를 탈 수가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 행운을 안고 용문역에 이르러 전철을 탈 수가 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그런지 전철은 사람들로 가득하여 좌석을 잡지 못하고 서서 가야 했지만 기쁨은 가시지 않았다.
● 일 시 : 2024년5월25일 토요일 다소 흐림
● 동 행 : 김헌영 총무님
● 동선
- 10시00분 : 산음리 자연 휴양림
- 11시15분 : 비솔고개
- 12시35분 : 단월면 임도 끝지점
- 12시55분 : 절골부락 버스 정류장
- 13시45분 : 단월면 면사무소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7.2km
◆ 시 간 : 3시간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