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신앙의 색깔에 따라 우리의 삶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나 교회도 결과적으로 우리의 신앙으로 빚어내는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신앙을 배격해야 한다. 기복적이고 맹목적인 신앙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 요소일 뿐 아니라, 타인에게 강요하는 신앙은 건강하고 공적(public) 신앙을 파괴하는 폭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신앙은 가짜신앙이다.
신앙은 그리스도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신앙인으로서, 그 대상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해바라기’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만큼 그분의 말씀을 순종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다. 신뢰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그분의 뜻에 맡기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설명될 수 없다. 기복신앙이 기독교신앙일 수 없는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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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개인의 삶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앙이란 그런 일을 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신앙은 사회를 개혁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공적 특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로슬라브 볼프는 만일 신앙이 “단지 치유하거나 힘을 북돋워 주기만 한다면, 신앙이란 필요할 때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목발과 같은 도구가 될 뿐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인생의 길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예언자적 종교”로서 기독교신앙이 “삶의 길”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낱 “그 길에 대한 풍자가 될 뿐”이라고 경고한 그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7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