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춥네요.
화목보일러를 하루종일 돌렸더니 방구들이 뜨끈뜨끈해서 옷을 하나씩 벗고 있는 중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여러분은 보통 1년에 며칠이나 카약을 타시나요?
아니면 올해는 며칠이나 카약을 타셨나요?
처음 카약을 타보고는 "야! 이거 재미있네, 해볼만 한데?"라고 생각되면 거의 매일 머릿 속엔 온통 카약 타는 생각으로 꽉 차게 되죠.
그리고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없고 시간만 나면 카약을 타러 나가고 싶어집니다.
또 뭐가 필요할까 싶어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들을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사실 처음 카약킹에 입문해서 초급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가 카약을 타는 재미에 완전 빠질 때라고 봅니다.
아슬아슬한게 정말 스릴 만점이거나 아니면 뭔가 힘든 듯도 한데 자꾸만 타고 싶어지는 뭔가가 있거든요.
그러다 카약 롤도 웬만큼 할 줄 알고 카약도 어느 정도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게 되면 완전 세상만사 다 제쳐두고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더 자주 카약을 타러 다니게 되고, 이젠 어느 정도 됐다 싶어지는 시기가 되면 점점 카약을 타는 빈도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뭐 개개인의 성격차이도 있습니다.
늦가을로 접어들면서부터 카약커들도 월동준비를 합니다.
누구는 올 시즌은 끝났다며 장비들을 손질해서 방구석에 넣는 분들도 있지만, 시즌 중간에 카약을 시작해서 이제 막 재미가 들릴 참이라 날이 좀 추워도 어떻게든 카약을 계속 타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겨울에도 카약을 타야 진짜 카약커라면서 말입니다.
그렇죠!
카약킹이란 것이 본디 북극해의 에스키모들이 타던 것이니 춥다고 시즌을 접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좀 아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추운건 추운겁니다.
겨울 카약킹이 뭐가 그리 좋을까 싶죠?
● 일단 물가에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합니다.
고요한 바다, 호수 그리고 강의 수면을 조용히 노 저어가는 느낌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습니다.
여름 휴가철의 해수욕장에서는 카약을 띄우는 것 조차 쉽지도 않고 금지되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누구하나 건드리거나 뭐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완전 다 내 세상입니다.
물이 꽁꽁 얼어붙지 않는 한 말입니다.
● 차가운 공기가 수면을 얼리고 강변과 호숫가의 나뭇가지에 반짝이는 얼음을 매다는 등 색다른 볼 거리가 많습니다.
평소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물안개, 그 중에서도 수면 위로 마치 갈대처럼 줄지어 솟아오르는 아지랑이 물안개는 정말 예술입니다.
또 다른 계절보다 훨씬 낮게 뜨는 해가 만들어내는 빛은 주변 풍광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사진 좀 찍으시는 분들은 바로 이때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에서 마치 쇄빙선처럼 얼음을 깨면서 나가보세요.
에스키모가 된 듯한 착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얇게 언 수면을 찾으려고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빨리 달리면서 얼음을 깨고 나가는 재미... 이거 제법 중독성이 있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죠!
겨울이라는 환경 변화로 인한 제약점들은 바로 기온과 수온, 그리고 결빙과 갈수(강에 물이 마르는)를 들 수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수온도 바닷물 온도는 도리어 봄이나 여름보다 겨울이 더 높게 느껴지기 합니다만(기온보다 수온이 높아서) 얕은 호수나 강의 수온은 그렇지가 않아서 어마어마하게 차갑게 느껴지고 급류를 타던 웬만한 강은 다 얼어붙던지 아니면 거의 물이 없죠.
겨울이 오게 되면 해 볼만한 몇 가지 아이디어
● 우선 따뜻한 해외로 가볼 생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같은 남반구로 카약 여행을 가거나 항상 따뜻한 지역으로 나가서 즐기는 겁니다.
겨울동안 몇 번이고 자주 가기는 힘들겠지만 한번 가면 며칠이고 확실하게 놀다 올 계획을 잘 짜서 가면 됩니다.
남반구 카약커들은 반대로 북반구로 가죠. ㅎ
● 해외로 갈 수가 없다면 따뜻한 우리나라 남쪽 바다를 찾아서 갑니다.
남해안과 제주도는 카약을 타고 여행하기에 기온이나 수온이 참 좋거든요.
특히 투어링이나 씨 카약을 가진 카약커들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완전 대목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역시나 해변에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가는 곳마다 세상 천지가 다 내 것인양 완전 최고죠!
바로 위 사진은 올해 1월 1일에 제주도에 가서 성산일출봉을 카약으로 돌면서 찍은 것입니다.
● 그나마 따뜻한 남쪽 바다로 갈 수 없다면 월동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탑니다.
큰 강과 호수는 물론 바다로 나가 찬바람과 차가운 물을 이겨가며 타는 것이죠.
동해안 곳곳에는 카약 서핑을 하기 좋은 파도가 곧잘 형성되고, 충주호 등 잘 얼지 않은 호수나 큰 강에서는 기온이 올라가는 날엔 무수히 솟아오르는 물안개 속을 누비며 카약을 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월동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바로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 겨울동안 수영장에서 개최되는 카약롤과 브레이스 클리닉이나 프리스타일 클리닉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인근 지역의 카약커들과 뭉쳐서 수영장을 섭외해 자체적으로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10명 이상만 모이면 수영장 대관료 정도는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모을 수 있을겁니다.
따뜻한 수영장에서 수영복만 입고 카약을 타는 기분이란 참 좋기도 하지만 동계전지훈련한다치면 이것 또한 엄청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럼 겨울 카약킹을 위한 월동준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드릴텐데요.
핵심은 바로 몸을 보호하는 보온대책입니다.
전에 포스팅한 '패들링 웨어 이야기'를 먼저 읽어 보시면 좋겠는데요.
최근 어느 회원이 토로했듯 방수복도 방수복이지만 카약커가 입기에 적합한 보온 내의를 꼭 입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일명 발열내의 같은 건 절대 사지 마세요.
저도 어떤가 호기심에 하나 사서 입어 봤는데요.
그냥 돈만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상하체에 보온내의를 받쳐 입고 두터운 방수복을 입는다면 이제 머리, 손, 발 부위만 남게되죠?
여기만 잘 준비하면 됩니다.
① 머리(Head)
머리는 우리 인체에서 체온이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는 부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0%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얼굴을 포함한 머리에 대한 보온이 중요한 이유는 손과 발의 경우에는 낮은 기온환경에서 혈액의 공급이 둔화되면서 열손실을 줄이게 되지만 머리쪽은 그러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머리가 물에 젖거나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고통스럽죠.
머리를 보온하는 방법은 역시 원천적으로 차가운 외기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비단 겨울 뿐만 아니라 봄, 가을에도 마찬가지죠
거의 물에 빠지지 않고도 카약을 탈 수 있는 경우라면 털모자 중에서도 얇고 부피가 적은 비니(Beanie)나 군밤장수모자라고 부르는 귀덮개가 달린 챙이 달린 모자도 참 좋습니다.
뭐 털실로 한땀한땀 짠 울 모자(방울까지 달린)면 어떻습니까 일단 따뜻하면 장땡입니다.
뺨, 턱, 입 주변이 시린 것도 싫다면 동계용 버프(Buff)도 정말 좋습니다.
버프의 단점이 있다면 입김이 눈썹과 안경에 서리를 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서핑처럼 전신이 물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맹렬하게 카약을 타는 경우라면 네오프렌 후드(Neoprene Hood)를 쓰면 걱정 끝입니다.
다이버나 서퍼들도 다 이걸 쓰고 겨울을 물 속에서 보내죠.
보통 두께가 3~5 mm 네오프렌 후드만 써도 되지만 헬멧을 쓴다면 아주 얇은 0.5 mm 네오프렌 후드도 아주 좋습니다.
이런 건 보통 티타늄 코팅으로 열전도를 최소화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많습니다.
네오프렌 후드의 장점은 외부와 차단시켜주는 것은 물론 머리가 젖는다해도 더 이상의 노출을 막아주기 때문에 열손실을 거의 막아준다는 것입니다.
② 손(Hands)
저의 경험으로 볼 때 단언컨대 여러분께 가장 추천할만한 손 부위의 보온대책은 네오프렌 벙어리 장갑(Neoprene Pogies)입니다.
'포기(pogies)'라고 부르는 벙어리 장갑을 카약 패들에 미리 부착해놓고 손만 넣고 뺄 수 있게 디자인된 것인데요.
평소에 패들 샤프트를 맨 손으로 쥐던 그립감을 그대로 느끼면서 노를 저을 수 있는데 차가운 외부 기온과 거의 차단시켜주기 때문에 거의 손시림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심지어 손이 물에 젖고 벙어리 장갑이 젖었다 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걸 한번 써보면 절대 다른 건 쓰고 싶어지지 않을겁니다.
포기를 사용하다 보면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덥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포기를 샤프트 중앙쪽으로 밀어 놓고 맨 손으로 샤프트를 잡으면 됩니다.
겨울동안은 무조건 패들 샤프트에 포기를 달아 놓는 것이 이걸 빠뜨리고 카약타러 가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래 이미지 왼쪽의 것처럼 포기가 짤막하게 생긴 것은 급류나 서핑을 즐기는 빠른 패들링에 적합하고, 오른쪽처럼 손목부위가 길게 생긴 것은 투어링처럼 천천히 노를 젓는 패들링에 적합합니다.
③ 발(Feet)
발쪽은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그렇다고 대충 보온했다간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니 특히 유의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까지 커버하는 원피스 형태의 드라이슈트를 입는다면 안쪽에 울 양말은 꼭 신어야 합니다.
더 춥다면 얇은 네오프렌 양말(Neoprene Socks)를 신고 또 부츠를 신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에 신던 부츠보다는 한 사이즈 더 큰 사이즈의 부츠를 신어야겠죠?
새로 큰 사이즈 부츠를 장만하기 싫다고 그냥 신으면 쥐가 날 수도 있습니다.
추운 날엔 가뜩이나 발쪽에 혈액이 덜 공급될텐데 말입니다.
이런게 바로 가성비가 높은 대표적인 월동준비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카약킹을 위한 몇 가지 팁
● 평소보다 일기예보나 바다예보를 좀더 세심하게 체크하세요.
그리고 화창하고 기온도 높으며 바람이 적게 부는 날을 잡아 가려면 겨울동안 만큼은 투어를 확정하는 것을 가급적 2~3일 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문자나 카톡 등 투어 멤버들과 신속히 통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잖아요.
● 투어 시간을 평소보다 짧게 합니다.
보통 오전 10시 전후로 시작해서 오후 4시 이전에는 꼭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해가 일찍 지면서도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때문이고 기온이 그나마 많이 올라가는 시간대를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 투어 시간을 짧게 갖는 것만큼 카약킹은 좀더 빠르고 강하게 즐기세요.
물론 처음 카약킹 시작에서 10분 정도는 워밍업 시간을 확실히 갖는 것 잊지 마시고요.
● 투어 중간에 갈아 입을 내의를 여벌로 챙겨 방수백에 담아 가세요.
카약을 열심히 타서 흠뻑 흘린 땀이 식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원인이 되므로, 이때 보온 내의를 싹 갈아 입으면 완전 해피해집니다. ^&^
● 따뜻한 온수를 보온병에 챙겨가서 투어 중에 잠깐 쉬어갈 때마다 마시세요.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커피류 보다는 체온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꿀물이나 핫쵸코류가 더 좋겠죠?
● 적당한 크기의 화롯대를 챙겨 가세요.
해변이나 호숫가, 강가 곳곳에 바짝 마른 나뭇가지들이 지천에 널려있으니 잠시 쉬어갈 때마다 화롯대를 꺼내 불을 지펴보세요.
불 피우기도 좋고 엄청 따스해서 좋습니다.
그 위에 코펠, 후라이팬, 석쇠 등에 무엇이든 끓이고 지지고 구워 먹을 수도 있으니 너무 좋죠.
적재공간이 넉넉하면 크기는 별 상관 없겠지만 이왕이면 가볍고 작게 접을 수 있는 것이면 더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