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의 이중생활: 통영의 부엌에서 강남의 밀롱가까지
1. 프롤로그: 통영, 굴 냄새와 파스 냄새
통영 앞바다, 예순셋 옥자의 삶은 굴 껍데기처럼 단단하고 비릿했다. 남편 떠나보내고 억척스럽게 키운 아들은 서울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옥자에게 남은 건 허리 통증과 텅 빈 안방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자의 집에 **'탱고 방문교사'**가 찾아왔다."어머니, 걷는 것만으로도 춤이 됩니다. 저랑 딱 세 걸음만 걸어보시죠."
거실 장판 위에서 시작된 그 어설픈 걸음마가 옥자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방문 수업 3개월 차, 옥자는 더 이상 통영의 좁은 거실에 갇혀 있을 수 없었다.
2. 전개: 주말의 도피, KTX는 런웨이
옥자의 주말은 첩보 영화가 따로 없다.금요일 밤이면 통영 다찌집 친구들에게 "절에 기도하러 간다"고 둘러대고, 새벽같이 KTX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홍대와 강남의 탱고 스튜디오.
젊은이들 틈에서 땀을 흘리며 레슨을 받은 지 반년. 옥자의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앱 하나가 깔렸다.[탱고까베 (Tango Cabe)]"내 나이에 파트너가 구해질까?" 떨리는 손으로 프로필을 등록했다.&닉네임: 통영 진주 / 레벨: 열정 루키 / 지역: 주말 서울&
알림이 울렸다. [딩동! '신사동 제신' 님이 까베(Cabe, 춤 신청)를 보냈습니다.]
3. 절정 및 결말: 그날 밤, 압구정동의 반전 (사이다 Scene)
그날은 아들 가족과 저녁 식사가 약속된 날이었다. 아들 내외는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면 으레 찜질방에서 주무시거나 아들 집에서 손주나 봐주길 기대했다.
아들 상훈이 예약한 곳은 강남의 유명한 밀롱가(탱고 바) 바로 앞, 통유리로 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엄마, 도대체 어디세요? 식당 앞에서 30분째 기다리고 있잖아요. 촌사람이라 길 잃어버리신 거 아니야?"며느리가 걱정 반, 짜증 반 섞인 눈빛으로 시계를 보던 찰나였다.
또각, 또각, 또각.아스팔트 위로 둔탁한 효도 신발 소리 대신, 날카롭고 경쾌한 하이힐 소리가 울렸다.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통영 시장통에서 입던 몸뻬 바지는 온데간데없었다. 등 라인이 과감하게 파인 딥 블루 벨벳 드레스, 옆트임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종아리,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샤넬 넘버5의 향기.
그녀는 식당 앞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점검하더니,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아들 가족 앞으로 다가갔다.
"상훈아, 많이 기다렸지?"
아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가 아니었다. 굴 냄새 대신 향수 냄새가, 구부정한 어깨 대신 당당한 쇄골 라인이 보였다.
"어... 어머니? 그 옷은 뭐예요? 어디 가세요?"
그때였다. 옥자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탱고까베 알림: 파트너가 도착했습니다.]밀롱가 입구에서 턱시도를 입은 중후한 신사가 정중하게 옥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앱에서 매칭된 그녀의 파트너였다.
옥자는 당황한 아들의 어깨를 툭 치며 쿨하게 한마디 던졌다.
"너희끼리 밥 먹어라. 엄마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아, 그리고 상훈아. 엄마 찜질방에서 안 잔다. 호텔 예약해뒀으니 신경 끄렴."
옥자는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밀롱가의 붉은 조명 속으로 사라졌다.문이 열리는 순간 흘러나오는 반도네온 선율.그 안에서 옥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가장 빛나는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