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신웅순(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중부대교수)
다산이 시집간 외동딸의 행복을 위해 그린 하피첩 시화 「매화병제도」이다. 강진 유배시절 아내가 편지와 함께 빛바랜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다. 시집 올 때 붉고 선명했던 치마는 빛바랜 채 노년의 노을빛만 남았다. 가족에 대한 뼈가 타는 그리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네 폭은 두 아들에게, 남은 치마는 가리개를 만들어 외동딸에게 보냈다. 아들, 딸에게 어버이의 은택을 이렇게라도 물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아들, 딸에게 에둘러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비껴나온 가지에 두 마리 새가 앉아 있다. 한 마리는 한 가지에 몸을 포개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부부는 먼 곳을 함께 바라보며 다정하게 살아아한다는 딸에 대한 애틋한 메시지였으리라. 다산은 이 매조도 밑에 행서로 시 한 수를 쓰고 협서로 다음과 같이 썼다. 다산 정약용은 고산 윤선도의 증손인 윤두서의 외손자이다.
翩翩飛鳥,息我庭梅 (편편비조,식아정매) 有烈其芳,惠然其來 (유열기방,혜연기래) 爰止爰樓,樂爾家室 (원지원루,락이가실) 華之旣榮,有賁其實 (화지기영,유분기실)
훨훨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 가지에 쉬고 있다. 매화 향기 짙기도 하여, 즐겁게 놀려고 찾아 왔겠지. 거기 멈춰 살면서, 즐거운 가정을 이루거라.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 많이 열리겠지.
‘가경 18년 계유(1813) 7월 14일. 열수 늙은이는 다산의 동암에서 쓴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 이 한지가 여러 해 지났다. 부인이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부쳐왔다. 세월이 오래되어, 붉은 빛이 바 랬다. 이를 잘라 네 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작은 가리개 병풍을 만들어 딸에게 보낸다.’
매화 가지에 앉아 있는 한 쌍의 새는 물론 사위와 딸일 것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마음 한 뜻으로 살라는, 또한 겹쳐 앉았으니 의지하며 오순도순 살라는 마음일 것이다.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 또한 많이 맺을 것이라는, 자식을 많이 가져 다복하게 살라는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오랜 귀양살이로 자식들에게 베풀어주지는 못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림 자체는 빼어나지 않지만 다산의 절절한 그리움에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다.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신웅순 시인의 유묵이야기 7' - 주간문학신문 (2013.6.5) 다산 정약용의 「매화도」 - 신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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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이 보이지않습니다 수정해주시면 더욱~감사하겠습니다 교수님...
몰랐습니다.그런데 줄이 쳐져 있습니다. 처리가 잘 안되네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