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梅花) 진 준 현 (Jun-Hyun Jin) | 약 력 | 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이다. 꽃의 색깔에 따라 백매(白梅)와 홍매(紅梅)로 나뉘며, 꽃의 모양에 따라 겹꽃과 홑꽃으로 나뉘기도 한다. 매화는 꽃 중에서 가장 이른 4월경에 잎보다 먼저 피지만, 그 시기는 종류와 서식장소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도 한다. 매화의 열매 매실은 맛이 아주 신데 황색으로 익기 전에 따서 식용으로 쓴다.
이번 호에는 매화의 다양한 상징과 이미지 중 그림에 자주 표현되는 대표적 예들을 관련된 이야기나 작품을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군자(君子)의 기개와 절조
그래서 군자는 관직에 나아가서는 국가와 백성을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서는 스스로를 수양하고 후대를 교육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군자는 불의에 흔들리지 않는 기개와 고난에 좌절하지 않는 신념과 절조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되었으며, 추운 겨울에 눈 속에서도 홀로 꽃을 피우는 매화에서 그런 성격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즉 겨울과 눈은 혹독한 시련과 어려움을 상징하고, 그 속에서 피는 꽃과 그 향기는 인내와 맑은 절개를 상징하였던 것이다. 이런 군자의 상징으로서의 매화도는 고려 말 작품으로 생각되는 해애(海崖)의 제(題)가 있는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가 있다(그림 1 참조). 이 작품에는 두 그루의 큰 소나무를 중심으로 매화와 대나무를 배치하였으며, 사실적인 묘사로 삼우(三友)의 기품이 격조 높게 표현되어 있다. 그림 1. 해애(海崖) 題<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 그림 2. 어몽룡, <월매도(月梅圖)> 그림 3. <민화효제문자도(民畵孝悌文圖)> 중 치(恥) 매화를 독립시켜 그린 작품으로는 조선초기 어몽룡(魚夢龍, 1566~1617)의 <월매도(月梅圖)>가 있다(그림 2 참조). 둥근 달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매화 꽃을 피운 새 가지 두 개가 날카롭게 치솟아 있다. 그 아래 늙은 매화 가지들은 세월의 풍상을 겪은 듯 부러져 있다. 큰 붓으로 재빨리 그려 먹자국이 묻지 않은 곳은 하얀 백면(白面)이 남아 있는데, 이런 기법을 비백(飛白)이라 한다. 면과 색과 입체감을 중시하는 서양화와는 달리 자유로운 선의 흐름을 중시하는 동양화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법으로, 여기서는 매화의 힘찬 기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매화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그리고 역시 매화를 즐겨 그린 일본의 수많은 매화 그림 중에서도, 이 그림처럼 간결하면서도 힘차게 매화의 꼿꼿한 기상과 절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 그림은 드물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우러러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심정”의 표현이랄까?
효제문자도는‘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의 여덟자로 이루어진 문자도로써, 8폭 병풍으로 주로 그려진다. 이 중 마지막‘치(恥)’에 해당하는 그림에는 옛날부터 절의(節義)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이숙제(伯夷叔齊)와 관련된 소재가 그려져 있다. 즉‘치’는 부끄러움을 알라는 뜻으로, 하늘과 땅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고자 했던 옛선비들의 생각이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먹었다는 수양산(首陽山)의 모습과 그들의 절의를 기리는 청절비(淸節碑)와 사당, 그리고 절의의 상징인 매화 가지를 그려넣었다(그림3 참조). 또 화면 위쪽에는“수양산의 매화와 달, 백이숙제의 맑은 절개(首陽每月夷齊淸節)”라는 글과 옥토끼가 방아 찧는 보름달이 그려져 있다. 고아한 은일(隱逸) 매화의 이미지로써 군자 다음에 주로 거론되는 것으로 은일이 있다. 은일이란 세상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을 말하는데, 매화와 관련하여서는 북송 때의 유명한 은일자 화정선생(和靖先生) 임포(林蒲, 967~1028)의 고사가 잘 알려져 있다. 임포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매화와 학을 벗 삼아 항주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서 살았다. 그의 이런 생활은‘매처학자(梅妻鶴子)’, 즉“매화를 부인으로 학을 아들로 삼았다”라는 용어로 지칭되었다. 또 그는 집에 학을 키웠는데 배를 타고 멀리 서호로 외출하였을 때 집안에 손님이 오면 학이 알려주어서 돌아오고는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산방학(孤山放鶴)’ 이라 하여 그가 학을 날려 보내는 모습도 후세에 그림으로 많이 표현되었다. 임포는 매화를 처로 삼을 만큼 사랑하였는데, 그의 매화시 중에서「산원소매(山園小梅)」는 매화를 읊은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아래 그 전문을 소개한다. 뭇 꽃은 떨어지고 홀로 아름다운 매화여, 모든 꽃보다 홀로 먼저 피는 매화, 그 매화의 그윽한 정취에 취해 임포는 홀로 작은 정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피어난 매화는 화려하고 번잡하지 않다. 그래서 그 그림자도 성글게 서호 호수 맑은 물가에 어리비친다. 매화는 향기도 지나치게 농염하지 않다.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고즈넉이 뜬 둥근달 사이로 흐른다. 아직은 추운 늦은 겨울 서리에 작은 새는 매화 가지 사이에 깃들고, 흰 나비는 매화의 격조를 아는 듯 하다. 임포의 이런 격조 높은 서정은 후대 모든 사람들의 매화 사랑의 전범이 되었으니, 조선후기의 대화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5년경)의 <매죽도(梅竹圖)>도 이런 경지를 표현하였다(그림 4 참조).
그림 4. 김홍도, <월매도> 매화를 사랑한 임포의 고사는 또‘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로 즐겨 표현되었다. “매화나무 사이에 있는 책 읽는 집”은 바로 고산에 있는 임포의 집을 가리킨다. 산을 덮은 하얀 겨울 눈, 그 눈보다 더 하얀꽃을 피운 매화나무 숲, 한적한 서재와 그 속에서 책읽는 선비는 바로 임포의 모습인 동시에, 임포를 닮고자 했던 후대 많은 선비, 화가들의 자화상이다. 조선 말기 천재적인 화가였던 고람(古藍) 전기(田琦,1825~1854)의 <매화서옥도>에는 바로 이런 바람이 표현되어 있다(그림 5 참조). 눈으로 덮인 산, 하늘은 아직 눈이 더 내릴 듯 우중충하다. 작은 서옥 주변의 매화나무 숲에는 눈송이 같은 하얀 매화들이 무수히 피어났다. 왼쪽 개울을 건너는 다리 위에는 서옥을 향해 가는 한 나그네가 있고, 서옥 속에는 다른 선비가 앉아 있다. 그림 오른쪽에는“ 역매 인형이 초가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亦梅仁兄書草屋笛中)”라는 글이 쓰여 있다. 즉 이 매화서옥 속에는 전기의 친한 선배이자 저명한 역관 시인인 오경석(吳慶錫, 1831~1879)이 피리를 불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의 이 작품을 통해 조선 말기 신분적으로 상승하고 있던 중인계층이, 종전에는 양반 사대부들에 의해 독점되던 전통적 학문과 문학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투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5. 전기, <매화서옥도> 그림 6. 조희룡, <홍매도> 초월적 선계(仙界)
"막고야산( 姑射山)의 신선에게 큰 단약(丹藥) 한알이 있는데, 혼자 먹기가 부끄러워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나 모두 비린내 나는 내장으로 소화시킬 수 없었다. 사해(四海)와 구주(九州)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오직 매화가 있을 뿐이다." 즉 중국 전설상의 신산(神山)인 막고야산의 신선이 불사(不死)의 단약(丹藥)을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자 하였으나, 속세인들은 소화시킬만한 체질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녀 보니 맑고 고운 선골(仙骨)을 지닌 존재는 다만 매화뿐이었다는 이야기다.
당 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맹호연(孟浩然)도 이른 봄이면 나귀를 타고 당나라 장안 동쪽의 파교(灞橋)를 건너 매화를 찾아가고는 하였다. 후세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는 이런 탐미적, 유미적 매화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획 : 남경필 편집간사 대한토목학회 THE MAGAZINE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 심사정, <파교심매도> 1766년, 비단에 옅은 채색, 115×50.5㎝, 국립중앙박물관
《灞橋風雪圖》軸,明 吳偉. 홍매도 조희룡(Cho H?i ryong, 趙熙龍) 홍매도[ 紅梅圖 ] 조희룡(Cho H?i ryong, 趙熙龍) 19세기경 김홍도, <월매도> 墨林拔萃冊宋 趙孟堅 歲寒三友圖 조선 후기 고람(古藍) 전기(田琦)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소치 허련(小癡許鍊 1808-1893)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Study among Plum Flowers (梅花書屋), from Landscapes of the Four Seasons . Takaku Aigai (高久靄崖; 1796–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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