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膳物
德田 이응철
선물은 언제나 받으면 누구나 신이 난다.
물질적인 것에 주는이의 마음을 담아 보내기 때문이다.
추석명절을 맞아 평소 신세를 진 분에게, 평소 존경하는 분에게 마음을 담아 보내는 때가 아닌가!
주로 선물바구니는 주로 눈에 보이는 과일상자가 주를 이루며 자기 마음을 전하는데 내가 받은 선물은 다르다.
벌써 몇년째 금요일이면 교동사무소 2층에서 고전을 배운다. 체계적으로 접하지 못하고 읽던 책속에서 금싸라기처럼 발견한 것을 소중이 여기며 적어놓던 내가 맹자, 논어, 주역, 시경 손자병법을 배운다는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닐까? 처음 지인의 소개로 입소해서 나는 금요일마다 금을 캐러 왔다고 주제넘게 앞에 나가 소감을 발표했을 정도로 고전서생의 입문을 즐겨했다.
어제 수업 전, 45명의 고전서생중 황여사로 부터 뜻하지도 않게 선물을 받았다. 무엇일까?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어질 복, 돌아올 반, 동이 분
황여사님은 누구신가? 5천자의 한문을 익혀 한문경시대회에 당당히 합격하신 분이시다.
희수(喜壽)에 가까우신 분으로 걷기에 불편을 느껴 수업이 끝나 귀가할 때면 늘 도청 기와집 소양로에 내려주시던 분이시다. 중추절을 맞아서인지 얼른 내민 노트에 적어 받은 글은 생경했다.
여기저기 어원을 찾아 보니 중국 습유기(拾遺記), 그러니까 수인(燧人),복희(伏羲), 신농(神農)의 중국 삼황오제(三皇五帝)부터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들을 왕가(王嘉)가 주워 담은 책이다. 10권 220편-. 처음 접하는 고담이라 신바람이 난다.
중국이란 나라가 문이 열리던 오랜 역사, 하, 은, 주시대 그 중에서도 은나라를 멸망시킨 무왕의 이야기다. 80평생 낚시만 하던 강태공이 등장한다.
낚시하면 강태공을 논할 정도로 익히 알고 있는 기인(奇人)은 제후국중에 현군인 주(紂)나라 문왕이 왕사로 등용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은나라는 달기(達己)라는 여인으로 정사를 외면하고 난세였다. 문왕은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운다. 그 때 일등공신이 왕사 강태공이었다. 벼락감투를 쓰고 황금마차를 타고 저자거리로 행진할 때였다.
-여보, 내가 여기있소! 조강지처 마씨부인이었다.
-부인, 이 바가지에 물을 떠오시오.
수레꽁무니에서 물을 떠온 전처 마씨에게 물을 쏟으라고 했다. 그리고 주워담으라고 했다.
참으로 난감한 전처, 그는 평생 낚시만 하며 마당에 피를 멍석에 말리려 펴논것이 비가와도 관심밖의 룸펜인 남편을 떠나고 만 전처가 아니던가! 다시 돌아와 애원하는 마씨부인, 참으로 난감해 쳐다보니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평생 낚시만 해도 그는 때를 기다린 도인이었다. 빈 낚시로 -.그것을 아내는 참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약능이갱합(若能離更合)?
한 때의 실수는 돌이킬수 없다. 북극의 해빙이 지구인이었다, 돌이킬 수 없어 재앙이 지구 곳곳을 흔들어 댄다. 물론 사소한 일들이야 서로 일곱번씩 일흔번을 용서하라고 성경에는 말하지만 -.
중추절 뜻밖의 선물을 받아든 나는 일단 기분이 좋아 쉬는 시간에 칠판에 나가 크게 써놓고 선물을 자랑했다.
-복수불반분(復水不返盆) 동이에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결코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가 아님을 강태공은 전한다.
새로 습유기에서 숨겨진 전설을 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나는 달밤이 아닐 수 없다.
기산심해(氣山心海) 기운은 산같이 높은 뜻과 용기를 가지고 마음은 바다같이 넓은 도량으로 세상을 사는
고희를 접한 늙은이의 모토 답게 그저 즐겁고 신나는 날이었다.
추석 명절이 거리와 마트에서 진하게 느낍니다.
사람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선물꾸러미들이 춤을 춘다. 모처럼 백두산 등정처럼 신나는 정치문화처럼 -.
집에 돌아왔다. -여보! 나 선물받았어! 자 여기 넘겨봐!
굼떠서 넘기질 못하는 아내를 채근해 노트를 한장, 두장 넘긴다.
갑옷입은 장군은 옷을 벗지 않고 절한다는 철두철미만 강조하던 내자도 우두망찰 바라보다가 신호가 가는지아 ! 탄복을 한다. 아침에 모르던 도를 저녁에 깨우치면 죽어도 좋다라는 명귀가 떠오르는 격이리라.
논어 안연편에 풀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받드시 눕고 바람속에 다시 일어난다는 말도 꿰어 맞추지만 자꾸 참을 수 없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대저 황여사님은 도대체 그날 그 고담을 어떤 연유로 선물하셨을까? 고전문구를 배우는 기쁨이 성숙되자 계속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패했을 때 떠났던 자가 성공하니 돌아온다. 내가 힘들었을 때 상황이 안좋을 때 함께 힘이 되어야지 떠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다. 요즘 행동에 무엇을 제어해야 하는가? 적절한 때에 내게 내린 단비 시우(時雨)가 분명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히 돌아본 날이다.(끝)
첫댓글 복된 명절 기원합니다. 모든 회원들이시여! 기산심해(氣山心海)의 정신으로 하루 보내소서 ㅎ
추석날 새벽에 엎디어 올립니다.ㅎ
부지런 하시고 氣山 心海하신 우리 회장님, 넉넉한 추석명절 되십시오.
한 기쁨
한 아름
한 품에
-부인, 이 바가지에 물을 떠오시오.
수레꽁무니에서 물을 떠온 전처 마씨에게 물을 쏟으라고 했다. 그리고 주워담으라고 했다
"땅바닥에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수가 있는가? 주워 담는다면 그는 재주가 특출한 인물이다
그는 쏟아진 물을 주워담는 비범한 지략가이다"
강태공이야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