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노세극]

안산지역 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 노세극

지나온 10년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다가올 10년에 대한 다짐

김순조 동지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던가?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긴 있었다.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세상과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등장 한 후 촛불항쟁이라는 역사에 남을 대중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역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진보운동 진영의 정치적 성과물이었던 민주노동당. 그러나 당은 분열 분당되어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진보진영은 대안세력으로 성장해 가기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 사정은 어떠한가? 안산과 시흥지역의 도시규모는 팽창하고 인구는 더 늘었는데 진보진영의 정치적 위상은 더 추락하였다. 특히 노동운동이 지역운동의 중심으로서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운동 대오는 줄어들고 열정도 많이 식었다. 예전과 같은 연대 투쟁의 힘이 잘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김순조 동지가 몸담고 있었던 사업장도 민주노조로 굳건히 지키지 못하였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40대에서 50대로 접어들면서 더 원숙해지고 사업을 더 능수능란하게 하여야 했음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범하였다. 운동과 생활의 괴리를 이기지 못하여 결국 지역전선을 지키지 못하고 지역 바깥으로 나와 있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선배로서 자기 책임을 하지 못한데 대한 뼈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간 세상도 변하고 지역도 변하고 나 자신도 변하였다. 그러나 희망적인 방향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김순조 동지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죽은 동지를 대신해서 살아 있는 우리가 더 견결한 모습으로 더 노력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10주년이 된 이 마당에 그의 묘비 앞에서 무슨 보고를 해야 할까 참으로 면구스럽다.

그러나 지나온 10년에 비해 앞으로 10년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고 다짐해 본다. 진보주의자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현실이 어렵다고 쉽게 비관하거나 일이 좀 잘된다고 쉽게 낙관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미래를 향한 전망을 제공해주므로 향후 10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자역운동에 몸바쳐온 한 사람으로서 필자 나름대로 안산 지역 운동에 대한 회고담 형식의 평가와 소회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 말해 볼까 한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가미된 글이지만 옛 동지를 추억하고 그 정신을 기리는 일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상대적 퇴보를 하였는가?

안산지역운동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들었다. 주변 사람들 눈에 운동진영의 움직임이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비친 모양이다. 한 때 안산은 전국적 모범이었고 경기도 일대에선 앞서가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사실 정치는 운동의 정점이고 승부처이다. 지역 정치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에 일찌감치 도전을 하여 성과도 냈지만 확대 발전의 길로 가지 못하고 정체와 퇴보를 하였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을 한명도 당선시키지 못한데서 알 수 있듯이 지역 정치역량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까짓 시의원 한 두명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의회 차원이라기 보다는 중요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지역 여론을 형성하여 쟁점화 시킬 수 있는 등 지역운동 차원에서 매우 유효하다. 즉 의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좋은 수단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전략이 아니라 전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몇 사람을 출세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 권력을 민중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그러한 방도로서 의회전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왜 안산 지역운동은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오늘 안산에서 활동하는 모든 운동주체들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

나 역시 안산에서 20여년을 활동한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처음 안산에 발을 들여 놓을 때 한 지역에서 20년을 활동하면 그 지역을 장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여기서 최소 20년을 활동하자 그러면 안산에서 중심세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역에 오래 동안 활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런 기대나 목표가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오랜 세월을 그냥 허투루 지낸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활동하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고생한 동지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지역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 운동주체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운동주체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생활문제에 부대끼게 되고 청년시절과 같은 활력이나 역동성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집단적 힘으로 돌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각자 도생하는 식으로 나타나 생활에 매몰되어 운동 전선에서 이탈하거나 개별화, 타성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한 운동을 폭 넓게 보지 못하고 정책과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으며 전략과 전술이 풍부하지 못하고 단조로웠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지역운동의 성장을 방해한 요인일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안산에서 활동한 운동주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고 본다.

울산과 순천의 재보궐 선거 승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4.27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과 울산 동구에서 각기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당선되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입장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울산의 경우를 보자. 울산은 이번 선거의 승리로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렸던 과거 전성기의 정치적 위상을 되찾게 되었다. 즉 국회의원과 구청장 두 명을 배출했던 민주노동당의 위상을 회복한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 한명은 진보신당이지만 전체 진보진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어떻든 민주노동당이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적으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즉 기초 광역의원이 전 보다 많아졌고 각종 지역 조직이 활성화되는 등 지역기반이 아주 튼튼해져서 예전의 전성기보다 내용적으로는 더 능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 중공업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까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밀었는데 이러한 정몽준의 아성을 깰 수 있었던 힘은 오랜 지역 운동의 결과였다. 당선된 김종훈 구청장은 노동운동 출신이라기 보다는 오랫동안 지역운동을 하였고 시의원을 한 경력도 있다. 울산은 김창현 동지가 상아탑 학원을 운영하여 지역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어떻든 우리는 울산하면 노조의 힘이 세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역운동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울산동지들은 이번 선거를 원 없이 치루었다고 할 정도로 역량을 최대로 가동한 치열한 선거였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다음 울산시장 선거는 민주노동당이 당선될 것 같다고 한다.

순천은 인구 27만의 농촌형 교육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여천공단과 광양 제철소의 배후도시 기능도 하고 있다. 이번 순천 재보궐선거의 승리는 야권 연대를 실현하여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선거구도상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후보들이 다 지역에서 쟁쟁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주체 역량이 약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지만 노동계급이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김선동 후보가 플랜트 노조 소속으로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한 노동자 출신이기도 하지만 플랜트 노조원 중 순천에 거주하는 3900명은 아예 선거 당일 총회를 하며 집단적으로 투표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등 노동자들이 퇴근 후 물밀듯이 투표를 하여 승리를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두 사례에서 노동운동이나 지역운동만으로는 안되며 두 운동이 결합해야 정치적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안산은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을 잘 결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지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였을까?

문제는 노동운동

안산지역사회에서 진보운동 진영이 그람시가 이야기하는 대항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는 다면 과연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 우리의 담론이나 의제를 통해 지역을 이끌고 가고 있는가? 지역운동에서 노동운동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가? 대답은 다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전부터 노동운동이 지역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근본적 원인인 운동을 현장에 가두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에서 운동은 시작되고 힘도 현장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장 중심 특히 단위 사업장 중심의 운동은 필연적으로 경제투쟁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다. 현장 안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장을 강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장에서 시작해서 현장으로 끝나는 운동만으로는 안된다. 현장의 요구를 현장 밖으로 들고 나와 사회적 의제로 만들었어야 했다.

안산은 반월 시화공단을 끼고 있어서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자본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개별 현장 중심으로 본다면 노자간의 대립으로 쟁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대투쟁이 중요했다.

나는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안산지역이 과거부터 연대투쟁의 잘 되고 있는 지역이고 그런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투쟁의 격렬함에 비해 승리한 투쟁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 전 우신 공업 투쟁도 그러했고 2004-5년 금창공업 투쟁도 그러했다. 돌이켜 보면 금창공업 투쟁은 지역노동운동의 분수령에 해당한 투쟁이었다고 생각된다. 승리로 이끌지 못한 점은 주체역량의 한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투쟁에 같이 결합하여 중재와 협상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여러가지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노조와 사측뿐만 아니라 관계기관대책회의의 존재가 밝혀져 노동부와 경찰, 국회의원 심지어 시흥 상공회의소까지 두루 만났는데 몇 번의 타결 국면이 존재하였다.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관철시키는 완전 승리가 아닌 부분적이고 불완전 승리를 하더라도 지역 노동운동에 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중소자본가들은 자신들도 대자본에 수탈당하는 존재이면서 노동자들에게 더 악랄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안산의 중소자본가들이 노조에 대해 아주 적대적인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개별적인 중소자본가들의 태도나 성격과 별개로 한국 경제의 구조나 메커니즘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이라는 기본모순이 존재하지만 노동자와 중소자본가와 대자본의 대립관계도 존재한다. 노조의 투쟁에 중소자본가들이 지지를 보내는 투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투쟁을 기본으로 하되 일면 견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안산 시흥지역에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에 입각한 운동 전략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예를 들면 납품단가 인상 투쟁(납품단가 원가 연동제를 실시하여 재료비 인상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노조에서 들고 나가며 대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안산에서 노동운동을 투쟁적 연대 이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운동의 지평을 확대하지 못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문제만 알아서는 노동문제도 모르게 된다. 노동문제를 현장에서 임금인상 투쟁이나 하고 단협투쟁이나 하는 것으로 알아서는 스스로를 협소하게 만든다.

노동운동에서 여러 운동을 파생시켜 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해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에서 노동자 소비조합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협동조합 운동은 노동운동에서 파생된 운동이다. 그런데 이 협동조합 운동을 생산자 조합 운동으로 발전시켜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아마 투쟁현장에서 노조들이 처절하게 깨지는 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수 없을까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협동조합 기업을 만드는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태리의 로마 북동부에 있는 볼로냐라는 도시가 있다, 에밀리야 로마냐의 주의 주도인데 이태리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 도시는 도시 색깔이 빨간 색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좌익이 강하여 붉은 볼로냐라고 불리기도 한데 협동조합이 발달해 있고 노조와 진보 정당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한벗노동자회가 활동가와 선진노동자들이 조직체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했는데 사실 안산지역 노동운동의 흐름을 바꾼 단체였다. 그러나 노조지원활동에만 매달린 나머지 노동운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는 별반 기여하지 못하였다. 당시 조직적 힘이 있을 때 과감하게 지역으로 진출하는 일을 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위상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한벗회 성원들 간에 진보정당 결성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이견이 발생하여 역량을 소진하는 바람에 이후 전과 같은 힘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대안의 지역, 대안의 도시를 향하여

앞으로 10년을 설계해보자. 10년 후에는 지금 보다 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은 준비한 만큼 변한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안산과 시흥은 공단을 끼고 있는 도시로서 노동자들을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결코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기존 노동운동의 전략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새로운 운동전략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야기한 바도 있지만 중소기업 노동운동 전략을 만들어 보자고 재안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지역 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지배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 창조적인 생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정치적 결정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같지만 그 배후에 싱크탱크들이 있다. 싱크탱크가 그러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역에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

주변 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우리는 살아간다. 그것도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과 동떨어진 것은 생명이 오래가지 않는다. 삶의 운동화라고 할까? 운동을 삶과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운동을 지나치게 정치화시켰다. 정치는 삶에서 일정한 영역이긴 한데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삶에서 경제적인 활동이 정치적인 활동을 압도한다. 그리고 경제적 대중적 토대를 튼튼히 해야 정치적 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지나치게 전국적 사안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생활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말로는 중요하다고 하였지만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생활문제를 소홀히 하였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목적은 사람답게 사는 삶 즉 제대로 먹고 살자고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역활동가들 중 먹고사는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길이다.

지역에 천착하자고 하였다. 지역을 튼튼한 민주기지로 바꾸었을 때 나라의 변화도 가능하다. 지금 보다 더 나은 대안의 도시, 진보와 혁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안의 주체 즉 사람이 있어야 하고 대안의 조직, 대안의 기업, 대안의 경제, 대안의 교육, 대안의 문화 등 각 분야에 걸려 대안적인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행착오도 거칠 것이다. 우리가 다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다중심 사회가 되므로 사람들 간에 횡적 유대가 중요하다.

우리가 롤모델로 삼고 시사점을 배울 수 있는 도시들은 많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볼로냐 외에 스페인의 몬드라곤, 브라질의 꾸리치바, 포르투알레그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안산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