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에 대하여 알아본다.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들은 연못가 나무 위에 잠들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당(唐)나라 때 시인 가도(賈島)의 시다.
이 시의'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이 처음에는
'승고(僧敲)'가 아니라 '승퇴월하문(僧推月下門)'이었다.
승퇴월하문이 아무리 읊어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
‘퇴(推)’, 밀 ‘퇴’ 자 대신으로 생각해낸 것이 ‘고(敲)’, 두드릴 ‘고’ 자였다.
그런데 ‘승고월하문’이라 해보면 이번에 다시 ‘퇴’ 자에 애착이 생긴다.
‘퇴(推)로 할까? 고(敲)로 할까?’ 정하지 못한 채, 하루는 노새를 타고 거리로 나갔다.
노새 위에서도 ‘퇴로 할까? 고로 할까?’ 에만 열중하다가
그만 경윤(京尹) 행차가 오는 것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경윤의 행차를 막아버렸다.
가도는 경윤 앞에 끌려 나가게 되었고, 왜 행차를 막았는지 사유를 아뢰게 되었다.
‘퇴로 할까? 고로 할까?’ 생각하느라 미처 비켜서지 못했다고 아뢰었다.
경윤은 이내 크게 껄껄 웃고 다시 잠깐 생각한 뒤에
“그건 퇴보다 고가 나을 것 같네.” 하였다.
경윤은 당대 문호 한퇴지였다.
서로 이름을 알게 된 둘은 그 자리에서 글 벗이 되었고,
가도가 ‘승퇴월하문’을 한퇴지의 말대로 ‘승고월하문’으로 정해버린 것은 물론,
이로부터 후인들이 글 고치는 것을 ‘퇴고’라 일컫게 된 것이다.
*경윤(京尹): 벼슬 이름의 하나. 지금의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직위.
*한퇴지 :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한유(韓愈)의 자(字)
첫댓글 모두들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퇴고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