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복원 석대천 통발·공기총에 몸살
산책로 조성·수질개선 노력, 각종 물고기·두루미 등 늘자 밤낮없이 불법 포·어획 기승
국제신문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2014-07-09 20:23:35 / 본지 9면
생태 하천으로 거듭난 부산 석대천이 무분별한 포획과 어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체 감시기구 발족 계획을 세우는 등 석대천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옹깃골 인근 석대천 산책로에는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길가에는 넝쿨식물과 코스모스 등이 피어 있었고, 하천에는 잉어 붕어 미꾸라지 등 물고기도 자주 눈에 띄었다. 1급수의 상징인 버들치(중태기)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기장군 기장읍에서 발원해 반송동을 거쳐 수영강으로 흘러드는 석대천이 이 같은 모습으로 바뀐 것은 불과 3년 안팎이다. 부산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0억 원을 들여 석대천 생태하천 산책로 조성 공사(수영강 합류부~반송교 2.88㎞ 구간)를 했다. 수질 개선을 위해 반여4동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정화수를 반송1동 옹깃골까지 끌어 올려 석대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 백로, 두루미와 청둥오리 등 야생 조류는 물론 각종 물고기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처럼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석대천을 가꾸기 위해 반송 주민들은 '석대천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석대천은 외지인도 자주 찾는 지역의 명소로 떠올랐다. 유치원과 초등학생의 현장학습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몰지각한 포획꾼들이 석대천에 통발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고, 야간에 공기총으로 오리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규성 반송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지난주 석대천을 따라 설치된 통발 18개를 수거하는 등 최근 20개가 넘는 통발을 발견했다. 심야 시간 공기총으로 오리를 잡는 모습도 주민에게 목격됐다
박 회장은 "주민이 어렵게 가꿔 놓은 석대천을 망치는 사람을 잡으면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며 "자체 감시기구를 발족해 야간 순찰을 도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주민과 힘을 모아 석대천에서 불법 행위를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하지만 매일 밤 석대천 일대를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시민 모두가 석대천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획·어획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