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산중즉사(秋日山中卽事) 가을 산중에서 지은 즉흥시 /왕석보

[이당]

추일산중즉사(秋日山中卽事)  가을 산중에서 지은 즉흥시

왕석보(王錫輔, 1816~1868) 조선 말기 유학자. 자는 윤국(允國), 호는 천사(川社)이다. 본관은 개성(開城)이며, 전라남도 구례군(求禮郡) 출신.

高林策策響西風(고림책책향서풍)-

霜果團團霜葉紅(상과단단상엽홍)-

時有隣鷄來啄栗(시유인계래탁율)-

主人看屋臥庭中(주인간옥와정중)-

높은 나무숲에 사각사각 바람 소리 서늘한데

서리맞은 과실 둥글둥글 잎새 함께 붉었구나

때때로 이웃집 닭이 와서 밤톨을 쪼아 먹는데

주인은 집을 살피다 뜰에 누워 잠만 자네.

策策(책책): 사각거리는 소리

響西風(향서풍): 서풍 소리가 메아리치다

團團(단단): 둥글둥글

時有(시유): 때때로 있다

啄栗(탁율): 와서 밤톨을 쪼아 먹다

가을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세심한 관찰력과 여유로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가을날,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여유와 만족감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그림 한 폭을 보는 듯한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편안하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