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산행일자: 2002. 11. 10 (일)
O 산행지: 영남알프스 오룡산
O 산행코스: 새들마을(통도골민박)-도태정골-오룡산(940m)-시살등-통도골-새들마을
O 산행인원: 백클 6명
O 산행날씨: 맑음
O 산행시간:
배내천(08:30)-(08:42)통도골민박 가건물-(08:56)통도골/도태정골 갈림길/도태정골 진입-(09:02)산판길/산판도로 따라감-(09:27)산판길 벗어나 우측 계곡으로 진입/계곡 좌측에 큰 화전마을터 있음-(09:52, 470m)산간 움막/농사 짓고 있는 집/너른 화전터 좌측의 능선으로 가니 산죽 사이로 길이 있음(10:05)-(10:32, 650m)산판도로-(11:03, 760m)능선위에서 좌측 능선 진입-(13:10)시살등/중식(13:39)-(13:52)심종지굴-(14:28)포장 산판길-(14:40)통도골/도태정골 갈림길
새벽 5시경 아직은 어두운 새벽길을 교통지도에 표기된 길을 따라 배내골로 간다.
창원에서 원동으로 갈 수 있는 최단 코스인 장유, 김해를 거쳐 삼계에서 여차리로 갔더니 낙동강을 건널 수 있는 교각은 보이지 않고 공사중인 교각 골조만이 새벽길을 달려온 방문자를 맞는다. 분명 교통지도에는 이곳에서 원동쪽으로 갈 수 있는 길 표식이 되어 있는데 다리가 없으니 거저 황당할 뿐.
강변의 비포장 도로를 따라 가다 마침 앞에서 달려오는 트럭을 세워 길을 물었더니 십 여분만 계속 진행하면 구포로 가게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황당하던지?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삼랑진을 경유하여 원동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잘못된 지도 때문에 새벽녘 40여분 간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삼랑진에서 천태산을 넘어 가는중 날이 밝아져 단풍든 아름다운 숲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그림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배내천을 따라 통도골 입구에 자리한 민박집(으름나무집)에 도착하니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모습의 성근이가 마당에 서 있다 반갑게 맞아준다. 민박집에는 어제 창원에서 기차를 타고 와서 하루를 보낸 클럽회원 4명이 있었는데, 모처럼 산행에 참석한 봉렬형님과 양민이 그리고 산악회 막내 기수인 용옥이와 기획부장 성근이가 그들이다.
민박집에서 마련한 따끈한 된장찌게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배내천을 따라 내려가다 좌측의 통도골로 들어갔다. 오늘 산행은 도태정골로 하여 오룡산에 오른 후 시살등에서 통도골로 하산하는 영남알프스의 한쪽 모서리를 둘러보는 산행이다. 인터넷에서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통도골이 배내천을 끼고 있는 계곡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제법 규모 있는 계곡으로 소개되어 있었기에 정기산행 코스로 정했던 것이다.
계곡으로 들어가자 초입에 나뭇가지를 일정한 폭으로 자른 후 이어 만든 나무로 된 난간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데 쇠로 된 난간과 달리 자연스런 모습이 운치있어 보였다. 늦가을의 정취를 풍기는 곱게 물든 나뭇잎들은 빨리 찾아온 추위 때문인지 제 빛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얼마간 잘 다듬어진 길을 따르니 통도골 합수지점이 나타나기에 우리는 계곡을 가로질러 우측의 도태정골로 갔다.
계곡을 따라 간지 얼마되지 않아 계곡 옆으로 잘 다음어진 산판길이 나왔다. 이 길을 이십여분 오르자 산판길은 계곡을 벗어나 산의 사면으로 돌아가기에 산판길을 벗어나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이 산판길은 나중에 계곡 끝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산판길을 따라 능선 위 까지 올라가니 길은 산을 넘어 계속 이어져 있어 그 시작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적당한 폭의 계곡은 늦가을 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풍부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갖추어 그런대로 계곡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이었다. 그런대 이 계곡의 최대 특징은 계곡가에 있는 화전민터 였다. 예전 이곳에 마을이 있었는지 잘 다듬어진 축대와 잡목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 밭이 계곡가에 연이어져 있는 것이다.
산판길을 버리고 계곡을 따라 오른지 이십여분, 노란색의 리본은 계곡 좌측의 화전터로 이어졌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곡을 곧장 치고 올라가니 굉장히 넓은 공터가 나오고 그 터를 넘어 좌측 산 자락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470m) 농사를 짓는 독가촌이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지만 우리가 진행할 방향과 제법 거리를 두고 있어 가까이 가 보진 못했다. 이 집은 양지바른 완경사에 위치하였고 주변에 제법 큰 규모의 밭이 있었으며 계곡이 가까워 농사를 짓기에 적당한 곳으로 보였다.
이미 정상적인 등산로를 벗어났기에 주능선으로 올라가기 위하여 적당한 길을 찾아야 했다. 이곳은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곳이기에 분명 산 위로 연결된 길이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공터 옆의 지능선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산죽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 사이로 오래된 옛 길이 보였다. 길을 찾은 즐거움을 안고 산죽지대로 들어가니 곧 작은 규모의 돌탑이 나오고 돌탑 이후로 길 흔적이 희미해 지더니 마침내 그 흔적 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할 수 없이 잡목이 적은 곳을 골라 숲을 헤치며 진행하다 보니 지난달 10월 중순경 지리산의 중봉골을 오르며 길을 잘 못 들어 천왕봉 아래에서 잡목 때문에 제법 고생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의 고생만으로 잡목 구간을 벗어날 수 있었고 아까의 그 산판길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보통 산행중 산판길을 만나면 별로 반가워하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이번만은 예외인듯 은은한 노란색의 낙엽송 잎이 깔린 길은 걷기도 편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아마 잡목을 헤치는 어려움에서 벗어난 안도감 때문에 산판길을 걷는 것이 더 좋은 느낌을 가져다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봉렬형님은 이런 길을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즐거움에 대하여 말씀하시며 다음에 이곳에 올 수 있도록 초입부를 알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긴 산악자전거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런 산판길을 걷는 것 보다야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즐거움이 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를땐 힘들고 어렵겠지만 내려갈땐 상황이 180도 달라지게 되니.
능선 위 산판길에서 숲을 따라 오른지 삼십여분 만에 오룡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 봉우리엔 오룡산을 알리는 특별한 표식이 없었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다 지형도상의 위치와 일치하는 것 같아 오룡산 정상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왜 오룡산이란 명칭이 붙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산 위에서 보니 다섯개의 작은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데 그 모습이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오룡산이라 칭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압권이다. 사방에 무엇하나 막힘이 없어 영남알프스 주변의 산세를 감상하기가 그만인 곳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주변 산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
멋진 조망을 즐기며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 시살등 근처의 전망바위에 앉아 준비한 간식으로 요기를 한 후 시살등에 올랐다. 난 시살등이 한피기고개 너머의 끝이 뽀족한 바위봉인줄 알았는데 지도를 보니 그저 평평하고 밋밋한 모습의 산등성이다.
영취산은 여기서 계속 직진해야하지만 통도골로 하산하려면 좌측 배내천 방면으로 뻗은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시살등 너머에 한피기고개가 있다. 몇 해전 백클 회원들과 함게 청수좌골로 올랐다가 한피기고개에서 청수우골로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지나갔던 곳을 바라보니 왠지 정겨운 마음이 생긴다.
시살등에서 수풀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산 허리로 내려서니 키 높이의 억새풀 사이에 무수한 표지기가 붙어 있는 사거리가 나왔다. 청수우골은 우측, 통도골은 좌측, 진행하면 두 계곡 사이의 지능선이므로 좌측 길을 택해 내려가니 얼마 진행하지 않아 큰 바위 밑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심종지굴에 다다른 것이다.
심종지굴은 보통의 굴처럼 일정한 크기의 입구가 있고 그 안으로 굴이 뚦려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 밑이 비어 있는 넓은 규모의 석실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굴 한쪽에서 일단의 등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굴 안 군데군데 바위 기둥에는 기도꾼들이 제를 올리며 벽을 태운 흔적이 있어 보기에 흉하고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굴 안으로 들어가 보진 못했다.
심종지굴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했는데 낙엽이 많이 덮여 상당히 미끄러운 편이었지만 길 옆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통도골 상단은 별다른 특징이 없었지만 하류로 내려 갈수록 작은 소가 연이어져 그런대로 소담스런 계곡미를 볼 수 있었다.
심종지굴을 출발한지 사십여분만에 아침에 올랐던 도태정골과의 합수지점에 도착하였다. 오늘의 산행이 끝난 것이다. 하산로는 생각보다 길이가 짧은 편이었지만 하루 산행코스로는 손색이 없는 멋진 곳을 둘러 보았다.
만일 통도골을 여름 휴가철에 찾는다면 사람들로 붐비는 배내골에 있기 보다 가족들과 함께 통도골 입구의 민박집에서 민박도 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조용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