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소개보다는 생각 정리 겸 리뷰를 해보고 싶어요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짠내나는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며 장대한 크기의 고래와 맞딱뜨려지 것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었습
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고래에게서 거의 모든 것이 박살나는 장면은 압도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을 받은 건 그 격렬한 씬들 사이사이에 삽입되어있는, 비교적 조용하고 사색적인 대사들이 담긴 장면들이었습니다.
처음 고래를 잡고 기름을 낼 때 체이스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을때, 약간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기름의 양이 부족할 것 같
다는 느낌을 받은건지, 아니면 일종의 연민 혹은 미안함을 느꼈는지..
근데 또 체이스는 열정적인 기름꾼(?)으로 표현되어서 판단이 서질 않았죠
무인도에서 선장과 체이스가 대화를 나눌 때, 그건 연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장은 "인간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 만물을 지배한다"라는 식의 말을 했을때,
체이스는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대한 자연속에서 먼지같은 존재일 뿐. 우리는 탐욕으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 대략 이런 말을 했습니다.
탈출을 시도하던 중, 그들은 자신들을 무너뜨린 그 흰 고래, 모비딕을 만나게 됩니다.
그 고래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졌을겁니다.
체이스 역시 의욕적으로 그 고래를 잡으려고 하지만, 왠지 망설입니다. 그때 모비딕은 수면 위에 자신의 눈을 드러냅니다.
그리고는 체이스와 눈을 맞춥니다.
결국 체이스는 모비딕을 잡지 못하고, 모비딕 역시 그들의 배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빛나는 하얀 꼬리를 작별하듯이 수면에 떨어뜨리며 유유히 떠날 뿐.
다른 선원들은 체이스의 행동에 짜증을 내지만, 그 행동을 아예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굴지는
않습니다.
왠지 체이스의 행동을 결국 용납..혹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요.
사실 이 장면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제 눈에 맴돌았습니다.
이 영화는 거친 바다를 실감나게 묘사한 것을 넘어서, 우리가 평소에 잊고 있는 지구 위 생명들의 무게감, 경이로움에 대해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체이스는 이를 느꼈기 때문에 고래들을 지키려고 했던 모비딕을 죽일 수 없었던것 아닐까요..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인 양 민폐끼치고 살아갈 게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영화였습니다.
인간의 탐욕 위에 생명의 경이 있다...라고 해야하나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결말도 깔끔했고요.
네트워크 문제로 세번째 적네요 하하...누가이기나 보자 자동저장 빈도가 조금 더 높았으면...
첫댓글 선도 악도 없이 인간은 항상 실수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아닌 듯 싶다(중간까지 나쁜놈 착한놈을 가리고 있을 것 이기 때문에)
고래는 멋지다.(사실 고래가 제일 나쁜 놈임.)
실화바탕이 아니라 소설 `모비딕` 의 스토리를 썼으면 한국인들이 좋아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