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순신 장군께서 수군 각 진영의 장졸들에게 보내는 글로, 전투에 임하는 장졸들이
전투에서 최선을 다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임하는 부하들에게 지난 죄는 묻지 않을 것이니
마땅히 죽기로 싸워서 공을 세우라고 격려하며 약속을 다짐하는 글이다. (필자 註)』
千古所未聞之凶變 (천고소미문지흉변) 오랜 옛날부터 들어보지 못한 끔찍한 참변이
遽及於吾東方禮義之邦 (거급어오동방예의지방) 우리 동방예의지방에 미쳤으니
嶺海諸城 (영해제성) 영남지방의 바닷가 여러 성들이
望風奔潰 (망풍분궤) 패하여 무너지면서
致成席卷之勢 (치성석권지세) 적의 기세가 마치 자리를 말아오듯 강력하니
鑾輿西遷 (난여서천) 임금께서 타신 가마는 서쪽으로 피난을 가시고
生靈魚肉 (생령어육) 백성들은 처참하게 살해당하며
連陷三京 (연함삼경) 한양과 개성 그리고 평양이 잇달아 함락되어
宗社丘墟 (종사구허) 나라가 온통 폐허가 되었도다
惟我三道舟師 (유아삼도주사) 오직 나는 삼도의 수군과 함께
莫不欲奮義效死 (막불욕분의효사) 의(義)를 따라 싸우다 죽고자 하였으나
而機會不適 (이기회부적) 적절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未展志願 (미전지원) 아직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하였도다.
今幸天朝遣大將軍李提督 (금행천조견대장군이제독) 금번 다행이 明이 대장 이여송 제독을 파견해
領十萬兵馬 (영십만병마) 십만의 병마를 거느리고
掃蕩箕城之賊 (소탕기성지적) 평양의 적들을 소탕하여
已復三都 (이복삼도) 세 군데의 서울을 회복하였으니
爲臣子者踴躍欣忭 (위신자자용약흔변) 이는 신하가 된 자들로서는 뛸 뜻이 기쁜 일이기에
不知所言 (부지소언) 말할 바를 알지 못하고
又不知死所也 (우부지사소야) 또한 죽을 일도 알지 못한다.
自上遣宣傳官 (자상견선전관) 임금께서는 선전관을 보내셔서
截殺大遁之賊 (절살대둔지적) 도망가서 숨어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죽이고
片帆不返 (편범불반) 조각 배 한척이라도 돌려보내지 말기를
丁寧下敎 (정녕하교) 분명히 하교하셨고
五日再至 (5일재지) 이러한 하교가 지난 5일에도 다시 이르렀도다.
正當奮忠忘身之秋 (정당분충망신지추) 마땅히 내 몸을 잊고 나라에 충성을 다 해야 하는 때임에도
而昨日臨敵指揮之際 (이작일임적지휘지제) 어제 적과의 싸움을 지휘하면서 보니
多有巧避逗遛之形者 (다유교피두류지형자) 교묘하게 피해서 숨으려는 자들이 많았으니
極爲痛憤 (극위통분) 지극히 통분한 일이로다.
卽當按律 (즉당안율) 즉시 법율에 의거해 죄를 살핀다면
而前事尙多 (이전사상다) 지난 일로 인한 해당자가 많을 것이지만
又有三令之法 (우유삼령지법) 여러 번 설명하며 다시 타이르고
更敎以効力 (경교이효력) 효력이 있을 때까지 가르치는 것은
亦兵家之長策 (역병가지장책) 역시 병가의 요긴한 계책인 바
姑容其罪 (고용기죄) 이에 잠시 그 죄를 용서하고
不爲摘發 (불위적발) 지난 죄를 적발하지 않을 것을
約束辭緣 (약속사연) 이 글의 내용대로 약속하니
一一奉行 (일일봉행) 일일이 이를 지켜 따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