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3년 5월 22일에 만 4년 간의 노동조합 전임자로서의 근무를 마쳤다.
그렇지만 이후에 어디서 근무를 하게 될 것인지 그 전망이 불투명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조합 활동시에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으로, 이미 1991년 12월 24일 해고
통보를 받았고, 해직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1993년 2월 25일에 문민 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께서 취임하면서 나와 다른 사우들 모두가 사면(赦免)과
복권(復權)을 받고, 당시의 노사간에 나와 동료들의 복직 문제를 놓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내 노사협의 결과로 해직자 신분이었던 조합활동 관련자들이 전원 복직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나는 방송기술직 신분으로 근무해 오다가 노동조합의
청주지부장을 맡았으나, 1991년 5월에 직종을 바꾸는 전직(轉職) 시험을 거쳐서
사무직(事務職)으로 나의 직종(職種)이 변경되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복직을
기다리던 나에게 드디어 본사의 기획조정실 기획예산국 기회부로 발령이 났다.
오랜 기간 방송기술직 종사자로 근무해 왔던 나는 이제 지역이 아닌 서울 본사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것이다. 감개가 무량했다. 그러면서 일말의 불안감도 있었다.
본사 기획부에서 내가 근무를 잘 할 수 있을까? 그곳에 부임하면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등등 설렘과 불안이 내 심중에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펼쳐지는 내 앞날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복직이 되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엔지니어로 근무
하면서 전직에 도전했던 저의 꿈을 이루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주여,
설렘과 기대와 함께 적잖은 불안감도 있습니다. 제가 새 근무부서에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저를 도와 주십시요. 주께서 저를 지금 여기까지 인도해 주심을 믿고
감사합니다.
앞날에 전개되는 새로운 근무도 잘 감당케 해주실 줄 믿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지혜와 능력과 용기를 주십시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그리고,
나는 1993년 7월 29일자로 본사 기획부로 발령을 받아, 사장님께 임명장을 받고 근무를
시작하였다.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