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 죽더라도 참아야 하는겨!
이러한 작중 긴박 상황 설정은 다음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이장의 식욕」이다. 두 남녀의 행각을 통해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성욕 의지를 표현한다.
이장의 성격이 괴팍하고 식욕도 왕성했다.
마침 떡 한 그릇을 얻었는데 단번에 먹어 치우려고 했으나 아내가 곁에 있어 혼자 먹기가 미안하여 몰래 꾀를 내었다.
[우리 둘 가운데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떡을 먹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부인은 그의 심보를 알아채고 뾰로통했지만 그렇게 하겠다 하고는 서로 빤히 마주 보고 앉았다.
그때, 고을의 사령이 원님의 분부를 받들어 이장을 불러댔다. 이장은 듣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령이 문을 열고 보니, 이장 놈이 방안에 있으면서 대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령이 발끈하여 놈의 상투를 움켜쥐고 문 밖으로 끌어낼 즈음에 이장의 때가 묻은 잠방이가 문고리에 걸려 찢어졌다.
게다가 음낭이 거기에 걸려 살가죽이 찢어지는 데도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억지로 아픔을 참자, 정신이 아득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아내가 그 모양을 지켜보고 놀라 급히 소리를 냅다 질러댔다.
[야, 이 놈아! 이것이 안 보여? 이게 안 보이냐고?]
그제야 이장이 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당신이 먼저 말했으니 떡은 내 거야!]
里正者 性旣怪癖 且多食慾 適得一器餠 卽欲沒喫 而其婦在傍 則亦難獨喫 暗想一計 謂其婦曰 吾兩人中 若有先言者 當不喫餠矣 婦心知其計 慍而諾之 仍黙黙相視而坐 時使令 因官令 高呌里正 里正者 聽而不答 使令至門 開戶而見之 里正者 在房不答 使令忽怒 卽猝其䯻 曳出門外之際 里正之犢臭裙 爲門樞所拘 已盡裂破 腎囊亦爲所拘 皮肉幾裂 而猶不呌 奄奄耐痛 昏昏欲死 時其婦 見其狀 不勝驚慮 高聲疾言曰 這腎非見之 這腎弗見之 里正者 忽忽大呌曰 汝今先言 不喫餠矣. [破睡椎] 99話(里正食慾).[栖碧外史海外蒐逸本](卷26).
이장의 식욕은 아주 유별하다. 떡 한 그릇을 얻어 혼자 먹으려고 아내와 말 안 하기 내기를 한다. 문제는 사령의 등장이다. 사령은 이장의 신발이 방문 앞에 나란히 놓인 것을 보고 계속 불렀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장은 떡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 잠시 벙어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령은 급기야 방문을 연다. 그런데 놈은 방안에 있으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몹시 괘씸하다. 이장은 사령이 그의 상투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잠방이가 문고리에 걸려 음낭을 찢어지는 아픔을 당한다.
그러나 그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가 비명을 지르자, 이장은 떡이 자기 차리라며 기뻐한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의 해학 발생 장치는 작중 긴장과 조응 관계를 조성하여 해학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치 역시 해학 야담의 서사 구조 가운데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본다.
어불성설 논리의 긴박 상황 설정의 해학 발생 장치는 작중 인물과 환경이 긴장과 조응 관계를 조성해 해학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작품 구도의 장치는 인습이나 허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인간 유형이 부각된다.
작중 인물은 자기 수완대로 상대를 우롱하고 공략한다. 이 과정에서 수준 높은 해학이 발생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은 애당초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작중 인물은 종래의 예의나 범절을 준수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애써 그것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상식을 초월한 해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불성설 논리의 상황 전개에 따른 해학 발생과 긴박한 상황 설정을 통한 해학 발생 장치는 긴장과 조응 관계를 조성해서, 강도 높은 해학 생산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치 역시 해학 야담의 서사 구조 가운데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본다. 이어 말솜씨로 능청을 구사하는 해학 작품을 소개한다.
출처 : 이원걸. [조선 후기 야담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