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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야 어찌할까?(단편소설)
1.
멀리 바다가 보이고 흰 구름 사이로 가끔 갈매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는 풍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조그만 항구의 작은 언덕에는 중년의 여성이 그것도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긴 한숨을 내쉬며 다소 곳하게 앉아 소주병을 들어 아주 천천히 소주를 음미하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고 있다.
눈동자에는 눈물이 조용히 흘리며 무슨 사연이 많은 것처럼 앉아서 먼바다와 하늘을 번 갈아가며 바라보고 있다.
걸터앉은 작은 바위는 그녀의 작은 엉덩이를 편안하게 받혀주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다른 번민 속에 쌓여 얼굴의 잔주름이 몇 년의 세월이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뜻하며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지만 술기운에 발그스레한 홍조는 태양과도 어울리며 평범하고 순수하게 보이는 중년의 여성은 무엇 때문에 밝은 대낮에 술을 마시고 있는지 얼굴에는 고민과 수심이 가득 차 보는 이들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회한의 한숨을 크게 내쉰 그녀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회상에 들어가며 모든것을 토해 내듯 소주 한 모금을 삼키며 주루룩 눈물을 흘리며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1남 1여를 둔 김경희라는 여자였다.
1998년 어느 봄날 남편은 작은 사업으로 분주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사업은 의외로 잘되어 직원을 충원하게 되었다.
"여보!"
"왜요!"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야"
"그래요 아참"
"내가 지난번에 신문에서 봤는데 외국 사람들을 많이들 쓰고 있다는데 당신도 외국인을 고용해 봐요."
"그래 한번 생각해 봐야겠는데"
"임금도 싸고 좋다고 하던데요 단지 게으른 것이 단점이라고 하구요"
"음...그래 알았어 내일 당장 알아 봐야겠다"
이렇게 남편의 직장에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 남자 외국인 세 명과 여자 외국인 두 명이 채용이 되었다. 그중 조선족 여자도 있었다.
얼굴은 예쁘장하고 나이는 30대 초반의 오동통한 유부녀였는데 회사에서 어느 날부터 인지 인기 있고 애교가 많은 여자로 둔갑하여 있었다.
어느 날 경희는 남편의 회사에 찾아가 간식거리를 만들어 가지고 찾아갔다.
"고생들 많아요. 이리 와서 맛있는 모르지만 찐만두 좀 드시고 하세요."
"사모님 나오셨어요 와 맛있겠다."
"출출하던 참인데 잘됐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여기 저기서 감사의 인사말과 배고픔인지 아니면 그 틈에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져서 인지 인사말이 나온다.
그런데 중국 조선족 여자의 눈이 경희의 눈과 잘 맞추지를 못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경희는 조선족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한마디 던진다.
"영미 씨 왜 어디 아파"
그렇게 묻자 그녀는 멋쩍어 하는 말투와 죄지은 사람처럼 은근히 경희의 눈을 외면을 한다.
"왜 그래 진짜 어디 아픈 것이 아니라면 와서 같이 먹어"
"아님 네다. 사모님 아프긴 요. 그......냥 호 호호 이렇게 싱싱함 네다."
말까지 약간 더듬으며 말하지도 않은 너스레까지 떨면서 이제는 찐만두 있는 곳까지 와서 맛있게 먹는 척을 한다.
경희는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 날은 전혀 개의치를 않았다.
2.
무슨 일이 있기는 있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에 머문 것이다.
그 일이 있고 한 달이 되어갈 무렵 경희는 한결같이 남편회사에 간식거리를 전해주러 갔는데 그날은 직원이 넌지시 알 수 없는 말을 하여준다.
"사모님이여 저 좀 보이소"
"네 김 계장님 무슨 일이 있어요?"
"아참 답답도 하네요. 사모님 뭐 모르는 갑 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김 계장님"
"참나 다 아는 것을 정말 사모님은 모른다는 것......."
남편회사 직원인 김 계장은 거친 경상도 억양으로 무슨 소리를 하려다 말고 말꼬리를 내리며 연신 경희의 표정을 살핀다. 직감적으로 자신이 실수한 것을 알고 수습하려 했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 챌 수 있었다.
"김 계장님 말씀을 자세하게 해 줘야 알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인지 말해주세요."
경희는 좀 더 단호한 어조로 김 계장에게 다그쳐 묻는다.
"아참....나 이거........이리와 보이소 사모님이요"
김 계장은 경희를 공장 구석으로 데리고 간다.
김 계장은 주위를 한번 천천히 훌 터보고 경희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불쌍하고 안되었다는 눈빛으로 작은 소리로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보소 사모님 기절하지 말고 들으소 마"
"왜 그 안 있소 중국처자 영미요. 그 여자와 사장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로 되어잔 소"
"아니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요. 김 계장 님"
"아참 답답하네 한마디로 같이 한 이불 덥고 자는 사이 람니더"
그 소리를 듣고 경희는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머리에 무엇인가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어지러워 잠시 몸을 비틀거린다.
"사모님이여 괜 찬습니꺼"
김 계장은 경희의 몸을 재빨리 부축하며 얼굴을 살핀다.
"아 고 사모님 참말로 괜찮은 겁니 꺼"
경희는 말을 할 수 없어 고개로 괜찮다는 듯 고개만 끄덕여 보인다.
그리도 김계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김계장에게 주의를 시킨다.
"더 이상 이 일은 입밖에 내지 마세요 알았지요 김계장님" "알았습니더 사모님"
대답을 한 김 계장은 경희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 자리로 천천히 돌아간다. 잠시 주체할 수 없던 몸을 진정시키고 김 계장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경희는 어떻게 수습을 해야하고 어떻게 알아 볼 수 있나 혼자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진짜 둘의 관계가 그런 사이라면 어떻게 대처할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수많은 생각은 뇌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답답한 심정과 함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큰 덩어리가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오는 듯 아프고 답답한 기운을 느낀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어 보며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일어나 곰곰이 생각에 다시 잠긴 경희는 마음의 결심을 한다.
"그래 한번 남편의 뒤를 밟아 보는 거야 "
혼자 말처럼 작은 소리로 단호한 어투로 내뱉는다.
그로부터 2틀이 지나 남편은 출장을 간다고 한다.
그것도 1박으로 출장이다.
"여보 나 오늘 출장 가는데 오늘 못들어 올 것 같아 그리 알라고"
"어디로 출장 가는데요."
"서울에 시장조사 겸..... 그리고 수금도 해와야할 것 같아서"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약간 말을 더듬는다.
다시 남편의 말꼬리를 잡고 물어본다.
"몇 시에 출장 갈 것 같은데요."
"어 오후에 갈 꺼야 회사일 대충 끝내고"
" 그래요 그럼 잘 다녀오세요."
남편은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집을 나간다.
경희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추해지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쓴웃음을 머금으며 어디다 급히 전화를 한다.
"어 나 경희야!"
"어 너 오늘 시간이 있니 오후에"
"그래 계집애야 차 좀 빌리려고"
"아니면 네가 운전을 해주던가."
"그래 계집애야 우리 집에 12시까지 와 알았지 나 전화 끝는다."
전화를 끝내고 경희는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떨리는지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 마신다.
그것도 천천히 물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집안정리를 시작은 했지만 마음은 딴 곳으로 향하고 있다. 청소를 하고있는 손은 바닥의 한곳만 집중적으로 아니 형식적으로 닦고있고 눈은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는 덥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났는지 아니면 느린 건지 모르지만 초인종이 울리고 친구가 요란스럽게 부른다.
3.
그때서야 정신이 든 경희는 눈을 크게 한번 깜박이고 머리를 한번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문 쪽을 바라본다.
"경희야! 빨리 문열어 덥단 말이야"
"알았다 계집애 호들갑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친구인 은숙은 경희를 보며 무슨 일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경희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 아침부터 무슨 대단한 일이 있는 듯 전화질이야"
경희는 은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눈에는 화가 치미는지 눈에는 서서히 핏발이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남편에 대하여 있었던 일에 대해 대충 요약하여 설명을 해준다.
"야 미친년아 그래서 그년놈들을 그냥 놔두었다는 거야 뭐야"
"아니 아직은 잘 몰라 그래서 오늘 미행 좀 해 보려고 그래"
"그래 오늘 내가 톡톡히 운전해 줄 거니까 꼬리한번 제대로 잡아보자"
"그래 고맙다 은숙아 너밖에 없다."
"에이 불쌍한 년 지지리 복도 없지"
"은숙아 아직 모르잖아 바람이 났는지 아니면 잠시인지......"
"계집애야 잠시는 바람이 아니냐"
"하.......긴 그래 잠시도"
그렇게 말한 경희는 말에 힘이 없고 자신이 한말에 자신이 없는지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은숙이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이렇게 자신의 가정사에 대하여 털어놓고 나니 앞으로 친구들을 만날 것이 무서워진다.
친구들에게 소문이 날 것은 당연하고 또 손 꼬락질하며 도마 위에 생선 올려놓고 요리하듯 입방아 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혼자 마음을 속태우고 있자니 더욱 답답하다. 만일 남편의 바람 잡는 현장을 목격했다 한들 어찌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경희는 은숙이하고 같이 차에 올라탄다.
"어디로 갈까?"
"우선은 회사로 가서 기다려야지 출장을 간다고 하니까"
"그래 그럼 너희 회사로 간다."
경희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은 오늘따라 슬퍼 보이고 외로워 보였다. 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자체도 슬픈 음악이 흐르고 있고 차 에어콘에서 나오는 바람도 추울 정도로 세계 틀어 놓았는지 아니면 미행하는 자신이 떨리는지 몸은 약간 떨려온다. 어느새 차는 남편 회사 근처에 다가서고 있다.
"은숙아 저기 길모퉁이서 세워"
"응 알았어"
은숙은 경희의 말을 듣고 차를 조심스럽게 한쪽 구석에 세운다.
"여기서 기다리면 지나갈 거야 "
저만치 남편회사의 공장이 보이고 남편의 차는 그대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시간은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한여름으로 접어들어 지나가는 옷차림들이 시원하게 보이고 젊은 여자들은 아슬아슬하게 옷 입은 차림이 간편하게 보인다.
여기저기 도로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심어져 저마다 예쁜 모습과 아름다움을 한 것 뽐내고 있지만 경희의 눈에 오늘은 예쁘고 아름답게 보일 리가 없다. 경희는 오직 남편이 회사에서 나오기만 기다릴 뿐이다. 30분 정도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 남편이 공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야 저기 너의 남편이 나온다."
"그래 보고있어"
"차를 타고 갈려는 것 같은데"
"........."
경희는 은숙의 말에 대답 대신 두 손 모아 은근히 속으로 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서울 출장으로 바로 가길 속으로 바랄 뿐이다.
남편은 차를 몰아 서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만 다시 서산 시내를 지나 해미쪽으로 우회전을 하며 가는 것이 아닌가. 약 10분쯤 달리다가 어느 휴게소에서 차를 세워 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차에서 내려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시계를 바라본다. 경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4.
그 순간 경희는 자기 자신이 추해지며 못 낫다는 생각마저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잠시 후 택시 한 대가 휴게소 안으로 들어와 멈추어 서는 것이 경희의 눈에 들어온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바로 그 조선족 여자 영미였다.
남편이 그 중국 여자를 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이며 그 중국 여자인 영미도 남편을 보고 마주 손을 흔들고 있다.
그 모습이 경희의 눈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남편과 중국 여자인 영미가 한차를 타고 어디론가 출발하여 떠난다.
"경희야 쫒아 갈까"
"............"
경희는 말이 없다
두 손은 어느새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고있는 것이다.
배신감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온몸으로 엄습하여 온 것이다.
"야 계집에야 정신차례 쫒아 갈거냐구"
옆에서 은숙은 계속해서 경희에게 쫓아가자고 보챈다. 경희는 쫓아가서 본들 어떻게 할 것인가 혼자 마음속으로 반문하여 본다. 그리고 혼자 결론을 내린다.
"은숙아 그냥 집에 가자"
"계집에야 쫓아가서 머리채라도 잡고 혼내줘야 할 것 아냐."
경희는 온몸에 힘이 빠진다
그리고 힘없이 은숙에게 말한다.
"아냐 은숙아 그냥 집에 가자"
이제는 확실하다 남편의 바람이 오는 길에 차창밖에 비춰지는 모든 것이 경희의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단지 그냥 울고 싶고 자신에 대해 화도 나고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참아야 하는지 아니면 남편과 한바탕 부부싸움이라도 해야하는지 이혼 등등 생각은 많은데 다 자신이 없다.
은숙은 경희집 근처에 다다르자 차를 세운다.
동네슈퍼로 가서 소주와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와 차를 다시 경희 집 앞에 몰고 가 세운다.
은숙은 경희를 위해 소주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나름대로 친구를 위해 차를 세워 슈퍼에서 소주와 맥주를 몇 병 사온것 같다.
경희는 술을 싫어한다.
오늘 이런 일이 있어도 먹기는 싫다. 먹으면 일을 낼 것 같아서 였다. 그러나 은숙을 위하여 먹기로 결심을 한다. 집에 들어와 거실 바닥에 그냥 소주와 마른안주를 넣고 은숙은 경희를 위하여 한잔 따라준다.
"경희야 마셔 이런 날은 취해서 일단은 푹 자고 다시 생각해 알았지"
"................"
경희는 은숙이 따라주는 잔을 말없이 받아 단숨에 마시고 창 넘어 보이는 맑은 하늘을 조용히 응시하며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소주병을 들고 마시는 자신의 행동에 놀라지도 않는다. 옆에서 있던 은숙도 친구의 이런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 그냥 소주를 마시는 소리만이 가끔 아주 가끔 들릴 뿐이다.
5.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났다.
이제는 남편의 출장이 잦다.
툭하면 출장이라고 나가서는 못 들어온다는 전화다. 출장도 아침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늦은 오후에 출발을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경희는 대꾸 대신 남편의 얼굴만 처다 볼뿐이다. 그리고 울분을 참으며 다녀오란 소리만 한다. 이제는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오늘은 정말 한바탕 결말을 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머리에 화가 치밀어 얼굴이 화근 거린다.
그래 확 터트려 버리자 언젠가는 터질 것 빨리 터트려 버리다 보면 잘 풀리지도 모르니까 라는 생각이 또 다시 머리를 스쳐지나 가는 것이다.
경희는 남편을 향해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여보 우리 말 좀 해요"
"어 왜 나 지금 바쁜데"
"그래도 잠시만 얘기해요."
"무슨 일인데 그래 나 출장 갔다 와서 얘기하면 안되나"
"여보 정말 출장 가는 거 맞아요"
"아니 그럼 내가 ......뭐...거짓말로 출장 간다고 하는 거야 뭐야 당신 "
"여보 나 다 알아 이제는 그만 둘 수 없나요"
"아니 당신 무슨 소리야 뭘 그만두라고 뭘 가지고 그래 바쁜 사람보고"
".......여보 ...정말 나..당신 정말 싫어 거짓말하는 것"
"............"
"당신 그 조선족여자랑 ...."
차마 더 이상 경희는 말을 잇지를 못한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한지 큰 호흡을 서너 번하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에 계속 말을 잇는다.
"당신 더 이상 만나면 나도 이제는 ......결론을 내야겠어요"
경희의 남편은 흠 짓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곧바로 아니다라는 말로 오히려 경희에게 고함을 친다.
"여보 당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생사람 잡지 말라고"
어디 여자가 없어서 직원을 꼬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여보 10여일 전에 다 봤어 해미 휴게소에서 같이 차 타고 가는 것을..........보았어"
그러자 남편은 할 수 없다는 말로 털어놓기 시작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남편이 말하는 모든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변명이든 또는 욕설같이 직선적인 말이든 아니든 간에 경희는 오로지 자신의 처지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것뿐이다.
남편이 이야기가 어느새 20여분이 지나가고 계속 경희를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한다.
경희는 대답대신 눈물만 흘리고 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경희를 보고 남편은 이제는 꺼꾸로 경희에게 고함을 치기 시작한다.
"믿든 안 믿든 맘대로 해 나 역시 내 맘대로 행동 할 테니까?"
"아 그리고 앞으로 나 말리지마 그 여자하고 살 거니까" 단 한마디를 남기고 남편은 현관문을 힘 컷 닫고 나가 버린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 남편의 뒤 보습만 바라보고 있던 경희가 서서히 일어난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선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찾는다.
날카로운 과일 과도를 들고 나오더니 이번에는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들고 따기 시작한다.
6.
"그래 죽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소주를 들고 단숨에 삼분에 일을 마신다.
소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미묘한 맛을 생전 처음 느낀 경희는 창문으로 다가서면서 먼 하늘을 보며 혼자서 웃기 시작한다.
웃는 다기 보다는 울부짖는 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또 소주를 들이킨다. 이제는 소주병이 바닥을 들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주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너무나 잔잔하게 고요하게 보인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응시하여 보던 경희는 가족 사진을 천천히 벽에서 내려놓으며 굴을 칼로 주욱 찌저 놓으며 한마디 하는 말이 욕이다
"나쁜 놈 이놈이 나를 배신해"
그러면서도 아들과 딸아이의 웃는 보습을 보며 손으로 사진의 아이들을 아주 천천히 스다 듬는다.
스다듬던 경희는 별안간 자신의 손목에 과도를 올려놓고 천천히 그어나간다.
손목에서 어느새 붉은 피가 과도를 타고 흘러 현관 바닦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희는 천천히 현관 마루에 눕고는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고 미친 듯이 웃고 울고 한다. 그러게 천천히 경희는 정신을 잃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경희가 서서히 눈을 떠보니 보이는 것은 온통 흰 백색이다. 다시 눈을 감고 경희는 생각에 잠긴다.
아 죽으면 이렇게 온통 흰색의 세상에 사는구나. 하고 생각에 있는데 옆에서 소리가 들린다.
"경희야 정신차려봐"
그러면서 몸을 흔든다. 분명히 들리는 목소리는 친구인 은숙의 목소리였다.
눈을 다시 떠 주위를 훌 터본 경희는 자신이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을 알았다.
"은숙아 나 왜 병원에 있니"
"야 이 계집애야 내가 너 네집에 놀러가서 빨리 발견해서 망정이지 그러치 않으면 넌 저 세상에 있어 망할 계집애야 죽기는 왜 죽을 려고 해"
"악착같이 더 잘살아야지"
그렇게 말한 은숙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한다.
"은숙아 미안해"
"그래 악착같이 더 잘살아 볼께"
그렇게 힘없이 말한 경희도 눈가에 눈물이 고여 은숙과 같이 눈물을 흘린다.
"이 계집애야 왜 죽을 려고 그랬어 나 두고 혼자 죽으면 좋겠다 망할 계집애 같으니"
"별안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놈 전화했더니 살아나 죽었나부터 물어보더니 살았다고 하니까............"
"누구 말하는 거야 은숙아"
힘없이 경희는 은숙에게 물어본다.
"누구 긴 염병할 너 남편 자식 말하는 거지"
"그래서 살았다고 하니까 아직도 안 오고 있잖아 너 남편 놈이" 은숙은 경희의 남편을 아무렇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을 퍼붓는다.
은숙의 얘기를 듣던 경희도 이제는 남편과 결론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며 가슴이 아파 온다.
몸이 파르르 떨려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 각자 멋대로 사는 거야 이렇게 마음 고생 하면서 살 봐 에는 아주 각자 사는 것이 마음편하고 안정을 찾을 수 도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먹으니 편해져온다.
오후가 되어서야 병원으로 남편이 거나하게 술을 먹었는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병원의 경희가 있는 입원실로 들어온다.
"그래 죽을 려고 했냐 아주 죽지 왜 살았냐"
"나 이제 너하고 안 살아 알았어"
남편은 술이 잔득 취해 술주정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이야기해 댄다.
경희는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가 차고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저 입원실에서 나가주기만 바라고 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였다.
술 취한 인간들이 떠들어 내는 소리야 한 얘기 또 하고 뻔하며 지겨운 소리이기 때문이다.
떠들던 남편이 이제는 말대꾸도 없는 경희의 묵묵 무답에 제풀에 지쳐는지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경희는 잠이 오지 안는다.
밤은 깊어가고 한잠도 자지 않고 날 밤을 세고 있는데 남편이 일어나는 기색이 보인다. 부스스 일어난 남편이 조금은 미안한지 눈을 경희에게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물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