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몰트와 싱글 캐스크
요즘은 전반적으로 경기도 좋지 않고, 또
사회적으로도 독주보다는 와인 같은 가벼운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많아 위스키 소비량이 줄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요즘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의외로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어떤 위스키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거의
다 “싱글 몰트를 좋아한다”고 대답합니다. 예전에는 위스키 좋아한다고 하면 거의 조니워커 블루나 골드, 혹은
발렌타인 몇 년산을 좋아한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만 최근 들어 달라진 듯합니다. 오늘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 몰트(Single Malt) 위스키와 싱글 캐스크(Single
Cask)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스키는 스카치(스코틀랜드), 버번(미국), 캐네디언 위스키 등 지역적으로도 구분을 합니다만, 만드는 방법에
따라 몰트 위스키, 그레인 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 등으로도
구분합니다. 맥아 이외에 옥수수·귀리·호밀 등의 곡류를 이용해 만든 것이 그레인(Grain) 위스키이고, 맥아로만 만든 것이 몰트(Malt) 위스키로 입니다. 그리고 그레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섞은 것이 스카치 위스키의 대부분인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레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섞는 작업을 블렌딩이라고 하고, 몰트 위스키끼리만 섞는 것을 배팅(Vatting)이라고 한다는 사실은 예전에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몰트
위스키만 살펴보자면, 두 곳 이상의 증류소에서 증류된 몰트 원액을 배팅한 것을 퓨어몰트(Pure Malt) 위스키라고 하고, 하나의 증류소에서 증류된 몰트
원액으로 만든 것을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라고 합니다.
요즘 많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하나의 증류소에서 증류된 한 종류의 몰트만으로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글렌피딕이나 맥캘란 같은 위스
키가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이지요. 싱글
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 값싼 그레인 위스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제조단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몰트만으로 만든 위스키를 싱글몰트라고 한다면, 한 증류소의 한 캐스크(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에서만 나온 몰트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는 싱글 캐스크(Single Cask) 혹은
싱글 배럴(Single Barrel)위스키라고 합니다. 싱글몰트
혹은 싱글 캐스크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블렌디드 위스키와는 달리 개성이 강하다, 혹은
맛과 향이 묵직하고 풍부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싱글 몰트는 블렌딩이나 배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생산된 증류소의 지역적, 혹은 방법상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개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싱글몰트를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평생 위스키를 만든 마스터 블렌더인 제 생각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지요.
애초에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를 블렌딩하기 시작한 것은 각각의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충분히 살려내어 그 맛과 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조니 워커 블랙의 경우에는
약 40종 이상의 위스키가 블렌딩됩니다. 이 중에는 매우
스모키한 종류도 있고, 숙성된 과일향이나 꽃향기를 가진 것, 오크향이
진한 것 매우 다양합니다. 이 각각의 위스키들은 고유의 특징적인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황금비율로 블렌딩하면 단점은 커버하면서도 그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더욱 돋궈주어 몇 배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블렌딩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후 수 많은 블렌딩 호뮬라(FORMULA,마스터 블랜더들은 레시피는
요리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라며 사용안함)들이 각 위스키 브랜드의 비법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요즘 들어 우리나라 시장에서 오히려 싱글몰트가 더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생각에는 싱글몰트를 마셔야 위스키를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싱글몰트가 일반 위스키보다 고가의 시장이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우스개
소리로 우리나라는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싱글몰트가 더 비싸니,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싱글몰트에도 품질 좋은 위스키가 많습니다만, 한 증류소에서 나온 것이므로 맛이 단순하거나 지나치게 평면적인
것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마치 싱글몰트를 마셔야만 진짜 위스키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듯한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짧게는 육 년, 길게는 수 십 년씩 오크통에서
숙성된 여러 종류의 황금빛 원액들. 그리고 그것을 몇 백 년 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비율대로 블렌딩하여
만들어내는 스카치 위스키는, 이미 단순한 술이라기 보다는 마스터블렌더가 만들어낸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공부 쫌더해보고 소감 밝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