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85/ 안식일에 나무를 했다고 돌로 쳐 죽이라는 선고가 내리다니…
이스라엘 자손이 광야에 거류할 때에 안식일에 어떤 사람이 나무하는 것을 발견한지라 그 나무하는 자를 발견한 자들이 그를 모세와 아론과 온 회중 앞으로 끌어왔으나 어떻게 처치할는지 지시하심을 받지 못한 고로 가두었더니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일지니 온 회중이 진영 밖에서 돌로 그를 칠지니라(민 15:32~35)
이런 본문을 읽으면서 어떻게 안식일을 행복한 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안식일에 나무를 했다고 돌로 쳐 죽이는 사형 선고가 내리다니...어찌 두렵지 않은가? 이 본문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지시가 이미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어떻게 처치할는지 지시하심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둘째는 안식일에 나무를 하는 죄가 과연 돌로 쳐 죽일 만한 죄인가 하는 점이다. 출애굽기 31장 14~15절은 "너희는 안식일을 지킬지니 이는 너희에게 거룩한 날이 됨이니라 그날을 더럽히는 자는 모두 축일지며 그날에 일하는 자는 모두 그 백성 중에서 그 생명이 끊어지리라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큰 안식일이니 여호와께 거룩한 것이라 안식일에 일하는 자는 누구든지 반드시 죽일지니라"고 하였다. 이런 규례가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처치할는지 지시하심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안식일에 '나무하는 것이 과연 죽음에 처해질 범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출애굽기 20장 8~11절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거룩히 지키라고만 하였고, 31장 14~15절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들이 그날을 더럽게 하는지에 대해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안식일에 나무를 하였다는 구체적인 사안으로 그에 대한 처벌을 시행하기 이전에 그를 가두고 지시를 기다린 것이다.
하나님은 지시를 기다리는 모세에게 그를 반드시 사형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안식일에 단지 나무를 한 죄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식일에는 너희의 모든 처소에서 불도 피우지 말지니라"(출 35:3)는 규례가 이미 주어져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사람은 불을 피운 것이 아니라 단지 나무를 하였다. 그러나 쉬운성경의 표현대로 “장작을 주워 모은”(민 15:22) 것은 불을 피우기 위함임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하나님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이라"고 지시를 주셨다.
특별히 이 사건이 민수기 15장 30~31절에 바로 이어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구절은 "본토인이든지 타국인이든지 고의로 무엇을 범하면 누구나 여호와를 비방하는 자니 그의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 그런 사람은 여호와의 말씀을 멸시하고 그의 명령을 파괴하였은즉 그의 죄악이 자기에게로 돌아가서 온전히 끊어지리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안식일에 나무를 한 사건은 바로 앞에 언급된 '고의로 무엇을 범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멸시한' 구체적인 사례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안식일에 나무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그렇게 하면 어떤 형벌을 받는 것인지를 다 알면서 고의적으로 그런 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면 그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고의로 저질렀을까? 이 사건 직전에 있었던 가나안 땅 정탐꾼들의 보고 사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매우 크다. 12명의 정탐꾼 중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보고를 들은 백성들은 밤새도록 "애굽으로 돌아가자”(민 14:3) 부르짖으며 통곡하고 원망하였다. 심지어 그들은 말리는 여호수아와 갈렙을 돌로 치려고까지 하였다. 이에 하나님은 20세 이상 된 출애굽 세대 중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모든 자들은 약속의 땅에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민 14:30)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그 사람이 하나님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짐짓 안식일에 나무를 하러 나간 것이다. 엘렌G. 화잇은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여호와의 선고는 반역의 정신을 일으켰다. 백성 중의 한 사람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노하여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자신의 반항심을 나타내기로 결심하고 안식일에 나무를 하러 나아갔다. 이것은 공공연히 넷째 계명을 범하는 일을 감행하는 행위였다. 광야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제칠일에 불을 피우는 일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이 금령은 가나안 땅에서는 연장되지 않았는데 그곳은 기후가 차서 자주 불을 피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광야에서는 덥게 하기 위하여 불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람의 행위는 부주의나 무지의 결과로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외람되이 고의적으로 넷째 계명을 범한 것이었다.” (부조, 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