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정봉교)

[박종갑]

                                        멋진 인생

                                                           정 봉 교 명예교수(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매일 우리의 마음은 그날 발생했던 실패를 재생하고, 약점과 걱정에 초점을 맞추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끊임없이 표류할 수 있다. 이런 불리한 부정성 편향은 우리의 정신적·정서적 웰빙을 훼손한다. 삶은 불가피하게 기쁨과 투쟁의 근원이 되는 좋은 일과 나쁜 일로 채워질 수밖에 없으나 그러나 어느 것에 초점을 둘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감사는 내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게 하여 웰빙을 증진해 준다. 널리 알려진 감사 활동의 예를 들어보면 ‘세 가지 축복 헤아리기(Three Good Things)’는 하루의 일상이 끝난 후에 자신에게 발생한 세 가지 좋은 일을 찾아서 기록하는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의 활동인 ‘감사일지 쓰기(Gratitude Journal)’는 지난 일 주일을 되돌아보면서 다섯 가지 감사할 일을 찾아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감사할 사람과 일은 존재한다.

앞에서 예를 든 감사 활동은 내 삶에서 발생한 감사할 일을 찾아봄으로써 삶에서 중요하고 안정된 감사와 기쁨의 근원을 깨달아서 행복감을 증진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활동이 감소하고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좋은 일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때는 과거의 삶에서 발생했던 좋은 일을 회상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이런 감사 실천에 활용할 수 있는 한 방법이 ‘심적 뺄셈(Mental Subtraction)’이라는 긍정심리학 기법이다. 이 활동은 만약 과거 나에게 기쁨을 준 어떤 사람, 기회 혹은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때부터 내 삶이 얼마나 불행해졌을까를 생각하고, 그것들의 출현에 감사를 느낌으로써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은 1946년에 개봉된 영화이다. 이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가 감독하고, 이차세계대전에 참전하여 공군 준장으로 퇴역한 제임스 스튜어트가 전후 처음으로 남자주인공인 조지 베일리를 연기하고, 도나 리드가 그의 아내 매리 베일리를 연기한 전형적인 미국 크리스마스 영화이다. 당시에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TV 방영으로 재평가되었고 2007년과 2020년에 재개봉될 정도로 현재는 역사상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감사의 중요성과 실천에 관한 값진 실마리를 제공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조지는 심란한 심정으로 자살을 고민하며 방황하고 그의 가족은 그를 위해 기도한다. 가족의 기도가 천국에 전해져서 상급 천사인 요셉은 조지를 구하려고 부하인 2급 천사 클래런스를 지구로 파견한다. 요셉은 클래런스가 출발하기 전에 조지의 인생에 관한 회상 장면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는 조지가 12살이었을 때 연못에 빠진 동생을 구하다가 한쪽 귀가 먹게 되고,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서 약사의 실수를 막아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지는 자신이 태어난 작은 고향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유럽 여행을 포기한다. 회사 운영을 위해 본인 대신 동생 해리를 대학교에 보내고 동생이 대학 졸업 후에 회사를 맡아 운영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생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회사를 대신 맡아 운영할 형편이 되지 않아, 조지는 자신의 꿈을 또다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조지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여자 친구인 메리가 뉴욕에서 대학을 마치고 귀향하자 결혼하고, 결국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저소득층 주택단지 사업을 시작한다. 악덕 부동산업자가 조지에게 높은 연봉을 제안하며 자신의 밑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조지는 그 업자가 사업을 문 닫기로 작정하고 위장 사업을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거절한다. 그는 그 후에 아내와 1남 3녀를 갖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은 후 모두 화기애애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지만, 조지의 삼촌 빌리가 회사 자금 8천 달러를 은행에 입금하러 갔다가 돈을 모두 잃어버려서 회사는 파산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때마침 금융감독관이 회사를 조사하기 위해 나와서, 만약 그 돈을 찾지 못하면 회사는 문 닫고 조지와 빌리는 감옥살이를 할 처지에 빠졌다. 조지는 돈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헤맸지만 실패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심한 말을 한 뒤 집을 나와 술을 마시고 방황하다가 가족에게 생명보험금이나마 주기 위해 자살하려고 다리 위에 올라가다가 수호천사인 클래런스와 만난다. 클래런스는 조지가 힘들어하고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다고 말하자, 조지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루어질 세상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 세상에서 조지의 동생 해리는 자신을 살려줄 형이 없으므로 물에 빠져 죽게 되고, 조지가 아르바이트했던 약국의 약사는 실수를 막아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범죄자로 몰리고, 그가 집을 지을 수 있게 도와줬던 많은 주민들은 초라한 생활을 한다. 아내 매리는 결혼하지 않고 노처녀로 외롭게 살아가며 자식들도 또한 태어나지 못한다. 삼촌은 회사가 망하고 정신병원에서 지내며, 어머니는 못된 성질을 부리는 집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조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클래런스를 찾아가서 다시 살고 싶다고 애원한다. 클래런스는 조지의 세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주고, 조지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해져서 집으로 향한다. 조지는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에게 사과하고 애정 어린 포옹을 하고 자신을 찾아온 금융감독관과 기자를 반갑게 맞는다. 이때 아내 매리가 마을에서 돌아와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돈을 마련해줬다는 말을 전한다. 조지는 오랫동안 도움을 주었던 마을 주민들로부터 도로 도움을 받으며 훈훈하게 크리스마스를 다 같이 맞이한다. 클래런스는 주민들이 모아준 돈다발 위에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두고 사라진다. 그 책은 어린 시절 고향을 벗어나 더 큰 세계로 여행하고 싶었던 조지의 모습을 반영하고, 비록 작은 고향을 평생 떠나진 못했지만, 가장이나 사업가로서 인정받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조지의 모습이 예상된다.

이제부터 ‘멋진 인생’이란 영화의 줄거리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나의 행복을 위해 활용한다. 이 활동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 실천할 수 있는데, 모든 활동을 글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우선 내 삶에서 나에게 기쁨을 준 어떤 사람, 기회 혹은 경험을 잠깐 회상한다. 내가 이를 회상할 때 느끼는 어떤 감정이라도 잠시 음미하고 이 감정이 나에게 일으키는 변화를 알아차린다. 그 후에 이런 좋은 일이 어떤 이유로 내 삶에 나타났는지를 돌이켜 생각한다. 둘째, 나에게 기쁨을 준 어떤 사람이나 경험이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현재 배우자를 만난 다행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한다. 이와 더불어 그 행운이 내 삶에 나타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었던 모든 사건과 나의 결정을 회상한다. 그 사람이나 경험이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한다. 그 감사할 일과 관련된 기쁨이나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운이 없었다면 내 삶에서 기쁨과 행복감이 어떻게 사라졌을지를 생각한다. 끝으로 지금 여기에 되돌아와서, 그 사람, 기회 혹은 경험이 실제로 현재 내 삶의 일부임을 상기한다. 그것들의 존재에 대해 깊은 감사의 감정을 느끼고, 내가 살아온 멋진 인생을 음미하고 감사한다.

결론적으로 이 감사 실천은 다른 감사 기법과 마찬가지로 행복이나 삶의 만족을 향상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긍정적 측면을 너무 당연시하는 경향성을 해소하고, 내 인생 곳곳에 존재하는 좋은 일들에 더 많이 감사할 수 있다. 그 좋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함으로써 그것들의 존재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알아차리고 진정한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기쁨이나 좌절의 시간에도 삶의 초점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멋진 인생을 자각하고, 이는 앞으로도 삶의 번영을 이룰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