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좋았던 캐릭터
장태춘 검사 : 이 작품 내의 유일한 성장형 캐릭터. 나머지는 악인이면 악인, 선인이면 선인 확실한 스탠스를 가짐. 이말인 즉슨 평면적인 캐릭터들. 하지만 장태춘 검사는 하얀 도화지 같은 인물. 어떤 편에 붙느냐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위치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음. 그래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캐릭터. 정의를 꿈꾸지만 그 정의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을 보여줌. 정의를 이루기 위해 같은 악마가 되는 게 아니라 법과 원칙을 이뤄내겠다는 방식.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는 인물.
-아쉬웠던 캐릭터
박준경 : 수동적인 캐릭터. 이선균의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인물. 초반부엔 화만 나있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않음. 이 점이 캐릭터의 매력도를 낮추고 평면적으로 만들었다. 오히려 준경 캐릭터도 어머니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 같다는 죄책감에 폐인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가 은용을 만나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화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좋았던 연출
주가조작(공매도) 시퀀스(2회) : 밀폐된 공간에서 은용이 지휘하고, 컴퓨터 앞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 한정된 공간에서 은용이 말로만 지시하는 장면이다 보니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빠른 컷 전환을 통해 흡입력 높임.
몽골 체스(11회) : 드라마 오프닝 시퀀스에서 몽골에 있는 은용의 모습이 나옴. 이 설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했는데, 몽골 체스를 통해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보여줌. 장태춘이 정의를 이루려는 방식(법과 원칙으로 정의를 이뤄내는 것)이 결국 은용의 결정적 한 방. 완벽한 수미상관을 보여줌.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장점
다이나믹한 서사 : 이 드라마의 메인 빌런(명회장, 황기석 검사)들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회생하고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가 반복됨. 장르고 범죄물, 복수극이란 점에서 주인공 일당이 쉽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고난을 준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몰입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함.
-단점
법과 쩐보다 주먹 : 이 드라마는 은용과 일당이 법과 쩐으로 복수를 해나가는 드라마. 돈을 쥔 사채업자와 자금이 필요한 법조인들의 부정한 결탁을 끊어내는 게 목표. 그만큼 이 드라마의 메인 빌런 중 하나가 사채업자 명회장. 하지만 명회장은 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사람을 서슴지 않게 죽이는 인물.(전직 검사장 출신마저도..) 명회장이 빌런으로서 가진 강력함이 워낙 크다보니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 명 회장이 주인공 일당에게 당하는 과정에서도 미행해서 죽여버리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됨.
→개선안 : 밸런스 조정이 있어야 할듯. 이를테면 명 회장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굉장한 페널티를 주는 게 필요하다.
은용의 과거 서사 : 은용은 이 드라마에서 복수의 조력자이자 먼치킨으로 나옴. 과거 사채업자의 오른팔로 있던 은용이가 역외 펀드를 운용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됨. 그렇다면 펀드를 통해 돈을 벌었던 모습(투자를 한 건지, 아니면 주가조작을 해서 사기를 친 건지..)을 보여줬어야 납득이 가능함.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송중기가 먼치킨으로 나와도 시청자들이 납득했던 건 인생 2회차라는 설정이 있었으니까.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법쩐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준경과 태춘의 조력자가 되는 은용이 중심에 선다는 점. 예전 같으면 드라마나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탐욕스러운 권력에 회사를 빼앗기고 자살로 위장된 어머니의 복수를 준비하며 검사에서 군 법무관을 거쳐 변호사로 변신하는 박준경이었을 것이다. 혹은 연줄이 없는 형사부 말석 검사로 정의와 출세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하는 장태춘일 것. 하지만 은용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차별화를 꾀함.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법쩐의 서사는 직선 같다. 앞만 보고 달린다. 가끔 옆도 돌아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