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상(思想)
나종혁
한국의 사상(思想)은 우리나라 고유의 사상을 뜻하며, 한국에서 독특하게 생성된 사상 체계이다. 이러한 한국의 고유한 사상의 주류로는 고대 국가 시대의 단군사상(檀君思想)이 있고, 조선 시대의 실학사상(實學思想)과 동학사상(東學思想)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상에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일치하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널리 이로운 인간”의 자연사상(自然思想)이 내재해 있다.
단군사상(檀君思想)
한민족의 시조(始祖)가 단군(檀君)이며, 그와 마찬가지로 한민족의 사상(思想)의 근원은 단군사상이다. 단군사상의 중심적 주제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며, 이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또는 “크게 도움이 되어라”는 뜻이고, “널리 이로운 인간,” “크게 도움이 되는 인간”의 의미이다. 홍익인간의 사상은 예(禮)와 의(儀), 곧 예도(禮道)와 예의(禮儀)에 있으며, 따라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고 했다. 예도는 인간의 도리를 뜻하며, 법도가 도덕성에 이르는 한민족의 공동체적 도리이다. 예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고 풍속(風俗)이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인간 풍속의 예(禮)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널리 이로운 사회적 인간, 크게 도움이 되는 모범적 인간을 표방했음을 증명하는 사상적 맥락이다.
도덕적 규율을 갖춘 것을 예도라고 하며, 인간의 삶이 인간의 풍속과 같이 공생하는 것을 예의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의 초기 고조선 시대 단군 조선, 기자 조선, 위만 조선과 부여, 삼국 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 낙랑 시대와 삼한 시대 그리고 가야 시대, 발해와 통일 신라 시대, 대금과 고려 시대, 조선 시대, 그리고 남북 공화국 시대 북한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예도는 단군사상이고 단군학(檀君學)이다. 단군사상의 핵심은 이로운 인간이고 인간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며, 인간의 법도를 도덕과 윤리의 지경에 이르게 하는 예도 사상이다. 단군사상의 예도는 풍속화되어 나타난다. 민족의 시조 단군에 대한 제례(祭禮)가 조상에 대한 제례로 풍속화되고 예도화되었다. 이러한 제례의 풍속은 관례(冠禮)와 혼례(婚禮) 그리고 상례(喪禮)와 제례(祭禮)에 이르는 관혼상제(冠婚喪祭) 전체에 걸쳐 크게 영향을 끼치며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단군사상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풍속에서 깊고도 넓게 민족의 사상적 전통으로 굳건히 이어져 왔다.
실학사상(實學思想)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 체계인 단군사상과 홍익인간의 이념은 과거 동양의 지배적인 사상인 불교 및 유교와 접촉하면서 불교의 자비 사상이나 유교의 성리학(性理學)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성리학은 유교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주장하는 데 치중했으며, 세계를 이기론으로 해석하고, 인간을 도덕론으로 해석하고 수양 또는 수행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동양의 사상은 단군사상의 예도 및 예의와 접목되어 예도의 효(孝)를 중심으로 한 효제사상(孝悌思想)이 되었고, 예의에서는 격물치지(格物致知), 곧 세상의 실제 사물에 대한 인격과 물격을 통찰하여 완전한 지식(知識)에 도달함을 목표로 삼은 수양론과 수행론으로 학문적 풍속화되었다.
이론에 치중한 성리학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한국에서는 고유의 실학사상(實學思想)이 태동하였다. 실학은 유학의 이론적 설명인 당대의 지배적 성리유학을 극복하는 한국의 독특한 사상 체계로 발전했다. 유학과 실학이 분리되었고, 실학이 조선학(朝鮮學)을 표방하게 되었다. 조선학으로 발전된 실학은 근대 이후에 국학(國學) 또는 한국학(韓國學)으로 근대화되었다. 어떤 이는 실학을 격물치지를 실천하는 격치학(格致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학은 후에 조선학과 국학으로 발전하면서 실학과 국학이 분리되었고, 실학은 제도의 개혁을 표방하는 통치론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했다.
단군사상의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실학사상에서 지식과 과학의 실제적 이용과 실천적 활용이라는 주제로 더욱 진화 발전했다. 실학은 고유의 사상을 이론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경세치용(經世致用), 이용후생(利用厚生), 실사구시(實事求是)가 그것이다.
경세치용(經世致用)은 “나라의 다스림이 쓰임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는 나라의 통치가 실천적으로 활용된다는 의미이다. 나라의 다스림이나 국가의 통치론이 실제로 쓰이고 이용된다는 통치 이론인 셈이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은 “이롭게 쓰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후기 유교적 세계관의 붕괴와 함께 신분제의 개혁과 과학 기술의 개방적 이용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과학 기술을 널리 이용하여 인간의 삶을 두텁고 풍요롭게 한다는 목적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실제에 근거한 진리 탐구”를 뜻하며, 『한서』(漢書) 「하간헌왕전」(河間獻王傳)에서 하간헌왕 유덕(劉德)이 학문을 닦으며 고서(古書)를 좋아하여 사실로부터 옳음을 도출하듯이 고서적들을 탐구하여 취했다는 뜻이다.
동학사상(東學思想)
한국의 실학(實學)이 유교(儒敎)를 극복하고 독보적인 국가 통치론과 홍익인간의 이념을 이어받은 실용주의 사상을 주장했지만, 애초부터 유교를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연이어지는 인접국의 침략으로 세력을 잃었다. 조선의 상위 신분 20%를 점유했던 양반층이 몰락했고, 소수의 양반층조차 신분을 유지하기 어렵고 권력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비일비재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의 창출이 필요하게 되었다. 덧붙여, 서학(西學)이 도입되어 기존 종교를 대체하는 새로운 종교 현상을 보임에 따라, 마찬가지로 고유의 종교적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다.
조선 시대 후기의 신분제의 몰락과 불만 그리고 서학의 대두에 따라 1860년 동학(東學)이 창도되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중국 중심의 질서가 서양의 질서로 재편되는 세계관의 변화에 대응한 동쪽 우리나라의 도를 창도하려는 취지였다. 근본 사상은 경천사상(敬天思想)으로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 곧 “하늘과 인간과 자연물에 대한 공경”이었다. 하늘에 대한 공경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하늘처럼 공경한다는 범신론적(汎神論的)이고 범천론적(汎天論的)인 주장이었다. 이러한 사상으로써 보국안민(輔國安民)하여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만민평등사상은 1905년 천도교(天道敎) 운동으로 바뀌면서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 곧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의 근본 가르침으로 발전했고 동학혁명의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사상적 발전 흐름은 조선의 몰락 이후의 독립운동과 근대 공화국의 건국에 기여했으며, 근본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며 하늘과 자연을 이롭게 하고 사회와 국가를 이롭게 한다는 근대의 보편적 사상과 맥락을 같이했다.
자연사상(自然思想)
“이로운 인간,” “크게 도움이 되는 인간”이라는 고대 이래의 사상과 하늘을 섬기고 인간과 자연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근대의 사상 체계는 경천, 경인과 동시에 경물이라는 자연사상(自然思想)을 배태했다. 자연사상의 중심 주제는 자연인사상(自然人思想)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인간의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신성 불가침한 자연인(自然人)의 권리이며, 또한 인간과 자연을 하늘처럼 평등하게 섬긴다는 만민평등과 만물평등의 보편주의 사상이다. 「천부경」(天符經)을 재해석하고 자연으로 귀의했던 최치원(崔致遠), 자연을 교과서로 공부하고 수련했던 화랑도,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예찬했던 가요, 시조와 가사 문학, 자연 세계를 사변적으로 이해하거나 실제 사물을 완전한 지식으로 귀의(歸依)하려 했던 성리학과 실학의 세계관, 인간과 자연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동학사상, 그리고 학문의 대상을 인문학으로부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넓힌 근대 학문의 체계도 자연사상의 발전 형태이다. 결론적으로, 자연사상은 고대 시대부터 현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이로운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상 체계의 과제였으며, 세상의 이득과 이로움의 대상이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천부적(天賦的) 권리(權利)로서의 자연인의 권리를 평등하게 얻고자 하는 역사적이고 자연적인 노력이었다. 이러한 사상적 흐름으로, 하늘을 섬기는 예도는 인간과 자연을 하늘처럼 섬기는 예도로써 이루었으며, 그로써 인간의 최고선(最高善)으로서의 천부적(天賦的) 자연인(自然人)을 지향하고 귀의할 것을 노력했다. <끝>
* 참고 자료: 「동학」, 『민족대백과』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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