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의 詩碑 옆에서
임화선
나는 그를 모른다 시인이라는 것밖에
는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는
말〔言〕만 되풀이할 뿐
묻지 않는다 시비詩碑는
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는가 라고 묻지 않듯이
한센병, 그가
왜
천형天刑인가 라고
그 어디선가
보리피리 소리 들린다
소록도.1
임화선
섬 속에 작은 사슴이 있다
소록도
소록도. 2
임화선
뱃머리가 뭍에서 떨어져 나갈 때
울리는 뱃고동 소리가 멈출 때
수건으로 동여맨 발가락이
손가락 마디마디가
외마디 소리도 없이
문드러진다 통증도 없이
콧잔등이 뭉그러진다
상기된 볼이 찌그러진다 그 섬은
뭍에서 섬으로 간다
섬에서 뭍으로 간다
뭍은 눈앞의 거리에 있다
전남
고흥반도 서쪽 끝 도양읍에 딸린
소록도
여의도의 약 1.5배인 그 섬은
느린 보폭으로 걸어도 된다
흰 사슴이 뛰어나온다
수탄장愁嘆場*
임화선
탄식한다
땅과
하늘이 해맑은 바다의 경계에서
바람은
무심코 지나친다
바다는
한사코 도리질만 한다
어림도 없다고
어미와 애비의 눈물 없이는
아이들의
눈물도 없다 물고기가 있어
텃새가 살아간다
아이들이 있는 한 눈물은 있다
수탄장의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愁嘆場: 소록도의 병사지대와 직원지대로 나뉘어지는 경계선으로, 한센병(나병)환자들과 미감아(감염되지 않은 자녀)들이 감염을 우려하여, 길 양옆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녀는 바람을 등지고 부모는 바람을 안고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눈으로 혈육을 만나는 장소이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 이라 불렀다한다.
약력
* 2001년 ‘해동문학’ 신인 발굴 추천작품 '詩' 부문
*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 부산동서문학.부산해동문학.영남여성문학학회 동인, 영남여성문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