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룡산 계곡에 빠지다 이흥근
산내들 산악회에서 20명이 가평 석룡산을 갔다. 여름이라 등산객이 적어 한산하다. 숲이 우거져 덥지는 않다. 주위에 야생화와 개망초가 반긴다. 50년 이상 된 잣나무 군락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지난주에 비가 와 계곡에는 시원한 물소리가 가득하다. 정상까지는 높이가 1,147미터로 5시간 10분 소요된다.
등산할 때는 스틱과 생명수인 물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물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같이 간 친구가 물 한 병을 주어 고마웠다. 땀이 나고 힘이 들 때마다 물을 마시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평평한 곳도 있지만 올라갈수록 발걸음의 무게가 더 느껴진다.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어 뒤돌아 왔다. 정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내려오다 점심을 둘러앉아 먹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시원하다.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순간 미끄러졌다.
석륭산 계곡에서 선두가 길을 잘못 들어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발 디딘 것이 미끄러져 물속으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운동화가 물에 젖고 바지까지 젖었다. 엉덩이가 돌에 다니 계곡물이 시원하다. 순간적이다. 물속에서 나오며 생각한다.
내 인생이 징검다리를 닮았다. 내 인생은 고속도로도 아니고 넓은 길이 아니고 조그마한 오솔길에 징검다리다.
징검다리는 인생과 같다, 다리는 2개 이상이다. 동물 다리는 2개나 4개가 대부분이다. 외나무다리가 있지만, 다리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강에 물이 있고 계곡에 장마철에 물이 있다. 산 계곡에 많은 징검다리가 있다. 가물 때는 징검다리가 없는 것 같지만, 장마철에는 물살을 가르며 존재를 과시한다. 목표 지점을 가기 위해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인생처럼 앞으로 나갈 때는 건너야 한다. 가물었을 때는 보이지만 장마가 져 물이 흐를 때는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계곡에 많은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이 흐를 때 이끼가 끼어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고, 고정되지 않아 중심이 흔들리는 때도 있다. 그렇지만 목표 지점으로 가기 위해서 건너가야 한다.
어린 시절에 공부를 안 했으며 자신을 알지 못하고 대학교와 다른 시험에 여러 번 떨어졌다. 욕심만 앞섰다. 신체적으로도 약해서 부모님의 걱정을 많이 끼쳤다. 긍정적인 마음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좀 더 열심히 했었더라
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에 빠져 놀라기는 했지만 시원한 감촉이 몸으로 느껴진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땀을 식혔다. 한참을 동심으로 돌아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정신을 가져본다. 물 마시고 물로 닦고 물로 시원하게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며 석룡산의 정기를 흠뻑 들어 마셨다.
한참 만에 모두 내려와 닭백숙에 소주와 맥주를 먹으며 피로를 푼다. 힘은 들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집으로 돌아오며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니 지는 붉은 노을이 장엄하게 느껴진다. 석룡산 다녀오는 길에 만나는 일들이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