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의 대천이라 불리는 장강은 일명 통천하(通天河)라고한다
청해(靑海) 서남쪽 파살납목(巴薩拉木)산에서 발원하여 동남쪽으로 흘러 서장을 가로지르고, 방향이 서남쪽으로 바뀌며 운남으로
흐르다 급격히 방향을 틀어 사천 지역으로 흘러든다.
금사강(金沙江)이라 이름을 얻은 물줄기는 12개의 산령을 흐르다 점창산맥의 끝자락과 맞닿는다.
그곳에서 옥룡산(玉龍山)의 암벽에 방향이 바뀌며 운남과 사천의 경계를 따라 유유히 흘러간다. 사천에서 내려오는
민강(岷江)과 합류하며 거대한 물줄기를 이뤄 마침내 장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호북의 경계를 따라 도도히 흐르던 장강의 물길은 삼협(三峽)을 만나며 격랑으로 바뀐다. 파동지역을 흐른다 하여 파동삼협(巴東三峽), 혹은 무산을 관통하여 흐르기에 무산삼협(巫山三峽)이라 불리는 삼협은 천하의 험지이며 강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을 거침없이 휘감아 도는 물줄기는 장장 7백여리.
가파른 절벽과 암초를 용의 울음을 토해내는 물줄기는 보는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한다.
기문을 통과하면 염여퇴(灩澦堆)라 불리는 거대한 돌덩이가 앞을 가로막는다.
염여퇴는 물이 빠지는 겨울이면 20장 높이로 솟아오르고, 물이 가득 차는 여름이면 수중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 모습이 수중에 사는 거대한 말과 같다하여 일대를 운항하는 어부들에게는 가히 공포의 대상이다.
염여퇴로 인해 강폭이 좁아들고 유속이 빨라지기에 노련한 어부라도 쉽게 배를 몰지 못한다.
난폭한 물줄기는 극도로 위험하기에 운행하는 선박들은 한 번에 한 척씩 운항을 하며, 되도록 거리를 두고
순차적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구당협 안으로 들어서면 그 장엄하고 웅장한 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무협은 무산삼협 가운데 가장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무산을 관통하며 160여리나 이어지는 준엄한 협곡,
양쪽 절벽을 끼고 굽이굽이 흐르는 누런 황톳물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낸다.
장강으로 인해 갈라진 무산 12봉의 자태는 어떠한 화공이라도 그릴 수 없는 절경중의 절경이다.
첩첩이 둘러싸인 산과 기기묘묘하게 다가오는 절벽의 암석, 그리고 울창한 숲, 대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한 장관 속을
흘러가다보면 점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들리는 원숭이 울음소리가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이 숙연해진 삼협의 어부들은 그들의 심정을 어부가로 불렀다 전해진다.
“파동삼협무협장(巴東三峽巫峽長) 원명삼성누첨상(猿鳴三聲淚沾裳) 파동삼협의 무협은 길기만하고,
원숭이 울음소리를 세 번 듣다보면 눈물이 옷을 적신다.”
서릉협은 무려 75킬로나 이어진 협곡이다. 구비가 심하고 여울이 많으며 유속 또한 다른 곳보다 빠르다. 거센 물결은 절벽에 부딪쳐 와류로 흐르기에 난폭하게 변한다. 거친 물살을 잘 이용하면 빠르게 하류로 나아갈 수 있으나 상류로 거슬러 오를 때에는 노려한 어부라도 속수무책이 된다. 서릉협 중 가장 물살이 거세다는 황우협(黃牛峽)의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다. 새벽에 황우협을 거슬러 올랐으나 저녁에도 여전히 황우협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완전히 빠져나오려면 사흘 밤낮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였다. 강물은 혼탁하기만 하고, 절벽이 높아 한낮에도 해를 보기 힘들고 오밤중에도 달을 보기 힘든 곳. 양쪽 절벽 가의 무성한 숲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원숭이 울음소리로 인해 삼협 중에 서릉협의 풍경이 가장 기괴하다 하였다.
삼협을 관통한 장강은 도도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호북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던 강물이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쉬어가듯 거대한 호수가 하나 있다 바로 천하제일호라 불리는 동정호이다. 육지 한가운데 존재하는 바다처럼 넓은 곳
강호(江湖)란 바로 장강과 동정호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동정호하면 떠오르는 곳은 하나, 바로 삼국시대 오나라의 손권이 훈련하는 수군을 지휘관찰하기 위해 세웠다는 악양루이다.
두보의 시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악양루는 강호인이라면 한번은 가봐야 하는 명소중의 명소이다.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이기에 연락을 주고받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사람들의 왕래가 잦기에 안전하게 소식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각 문파의 첩자들이 상주하는 곳이다.
악양루에서 난 소문은 장강의 물길을 따라 며칠 사이에 천하로 퍼져나간다. 작은 사단이 과대포장되어 강호전역을
흔들기도 하지만, 수십 년 간 정체를 감췄던 세력들이 그 힘을 드러낼 때 의도적으로 악양루에 쏠린 이목을 이용하기도 한다.
악양루는 무림인들의 생각하는 천하의 중심지라해도 과언이 아니고 두보의 시로인해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하다.
장강의 물길은 계속 동진을 하며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화공으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그 유명한 적벽을 지나고, 대도 무창을 지나며 호북과 강서의 경계를 흐르다 구강(九江)과 합류한다. 파양호의 물줄기를 받아들이며 강은 더욱 거대해지고, 천하5대 호수 중 하나인 소호(巢湖)의 물도 받아들이며 그 거대한 물줄기를 아낌없이 키워나간다. 황산을 보고 흐르던 강물은 금릉으로 연결되며 진회하의 물을 받아들이고, 회강(會江)과 연결되는 대운하로 흘러든다.
장강의 종착지는 상해. 그곳에서 바다로 흘러들며 총 9만6천리, 8개 성을 휘감아 도는 거대한 여정을 마치게 된다
장강은 워낙 길기에 흐르는 지역마다 그 이름을 달리한다. 양자강(揚子江)이란 이름은 강소성 하류 쪽을 흐르는 강의 이름이었으나 지금은 장강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8개 성을 흐르는 장강은 상류까지 운항이 가능하고 운하와 연결되어 있기에 세력다툼이
치열하다. 강을 끼고 도처에 강호 거대세력이 과 수적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장강의 생태계를 알지 못한다면
강호를 장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면 실질적으로 강호를 돌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검과 금이기 때문이다.
장강의 발원지인 청해의 무림계는 황하의 발원지 성숙해와 마찬가지로 거마(巨魔)들의 소굴로 유명하다.
중원으로 들어오려는 마의 세력이 숨을 고르는 곳. 그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중원을 노리고 있기에 새로운 세력이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든 야망을 버리고 완전히 숨어들기 전에는, 그곳에 세력을 펼치려 하다가는 아마도 사흘 안에 풀 한 포기 남기지
못하고 궤멸 당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청해 인근에 숨어든 마의 세력을 견제하는 백도의 문파가 바로 곤륜파(崑崙派)이다.
무당파와 더불어 도가무공의 양대 산맥을 형성한 곤륜파는 강하면서 신비한 일면이 많은 문파이다.
그들이 있기에 마도세력은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곤륜지맥 곳곳에 설치된 곤륜하원(崑崙下院)이 마도세력의 움직임을 예의 감시하고 있다.
상주하는 인원은 소수이나 하나같이 곤륜파의 일급고수들이다.
장강이 서장(西藏)으로 흘러들어 서강(西康)과의 경계를 흐르게 되면 다른 이름을 얻게 된다. 그곳에선 강을 포루초하(布壘楚河)라 부른다. 장강이 아직 제 모습을 갖추기 전이기에 여름에는 작은 배를 이용하여 건너고, 겨울에는 말을 이용하여 강을 건넌다. 인근에 운집한 변황무림의 강자들 역시 중원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수로를 이용하여 운남으로 스며들고, 가는 길에 점창파의 동정도 살피며 느긋하게 사천으로 들어선다.
금사강 인근에 도사린 사천의 패자 사천당가문이 있기 때문이다. 독술의 대가 사천당문은 세외무림세력과 사마외도들에게
있어선 공포의 대상이다 왜냐면 그 세도 크기지만 싸우는 방식에 있어 정파들처럼 물렁하게 대처하지않고
자신들과 같은 방식 어쩌면 더 독랄한 방식으로 대처하기로 유명한 가문이라서 그렇다.
삼협은 신비한 장소로 유명하다. 세찬 물살로 인해 배가 다니기 어렵기에 은밀히 이동할 때에는 구당협과
서릉협 위에 설치된 잔도(棧道)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무산 쪽에는 신비의 여인집단 무산 신녀곡(神女谷)이 도사리고 있다.
신녀곡은 강호에 유명한 여인집단이나, 그 성격은 기타 여인 문파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의 기원은 비궁과 같은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두개의 파가 갈라져 나왔다고한다. 신녀곡(神女谷)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고 어떤 강호의 사익과
그로인한 갈등으로 부터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있으나 기본적으론 백도무림에 가까운 가치관을 가진 문파다.
동정호 주변의 숨은 능력자들
장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품은 동정호에 도달하며 물밑에서 움직이던 강호의 세력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집단이 있다면 강호를 품을 힘이 없는 집단에 불과하다.
동정호 주변에는 무수한 문파들이 포진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세력은 녹림맹(綠林盟)과 장강수로채(長江水路寨)일 것이다.
흑도무림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자리잡은 장강수로채는 동정호 복판에 떠있는 섬 군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동정호는 곧 돈과 정보 그리고 두가지가 있다면 사람은 자연스례 모여들고 이는 곧 힘을 의미한다.
동정호와 호북성 일대에 세력을 과시하려는 문파가 있다면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바로 무림계의 북두칠성인
무당파가 인근에 있다 무당파는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있고 이들은 정도에서 벗어난 사마외도들을 처단하여 사부에게
인정받고 자신을 증명하고 의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다 무당파 출신의 명문가의 자제들이나 표국에 속한
속세제자들까지 포함하면 그들이 세는 근방에서 말할것도 없이 강력하다.
호북을 중심으로 세력을 펼치려는 자는 되도록 무당파와 충돌을 피해야 한다.
때문에 이동네에서 장사하려면 무당파와 좋은 관계를 맻어야한다 좋은 관계와 친분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것은
아무래도 시주 명목의 금을 선물로 보내고 이와 동시에 장문인 생신날엔 안불러도 찾아가는 낯은자세가 필요하고 또 이로인해
얻는것도 많다 무당파의 눈에 든다는것은 곧 무림맹의 세력을 얻는것이다.
무당파와 적당한 선을 유지한다면 동정호 일대는 세력을 펼치기에 최고의 요충지이다.
수로와 육로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고, 악양과 무창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에서 얻어지는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동정호 일대를 장악한다면 원하는 대로 강호에 그 뜻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수로18채가 아니라도 수로를 이용해 상권을 장악한 문파는 주로 배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을 한다. 배를 타고
빠르게 대규모 무사를 이동시키거나, 육지의 적을 공략한 다음 신속하게 물 위로 피해 손실을 최소화 한다
수로를 장악한 자들은 거대표국과 공생관계에 있다.
포구의 하역작업을 돕고 선단을 이용한 표물운송에 보표(保鏢)로 나서기도 한다.
중국은 지형적 특성으로 해군보다는 수군이 발달하였다.
수로채의 선박들 역시 수군들이 이용하던 루선과 윤선. 적게는 10여척, 많게는 100여척의 선박을 이용하여
장강을 운항하는 선박들 공격하였으니 강물 위에선 가히 무적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배를 수백 척 엮어 만든 거대한 인공 섬도 등장한다.
머물러있지 않고 떠다니는 섬을 만들어 동정호와 파양호에 상주하며 그 일대에 군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