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2/ 삼일 안에 요단을 건너리라는 여호수아의 첫 명령은 정탐꾼들이 여리고 산에 숨어 있던 기간으로 인해 시행되지 못하였는가?
성경의 기록 방식?
proleptic 예변법
proleptic transposition 예변법적 치환
실제적 사건의 순서 |
1:9 ▶ 2장▶ 1:10-18 ▶ 3:1-5 |
진중에 두루 다니며 그 백성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양식을 준비하라 사흘 안에 너희가 이 요단을 건너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사 차지하게 하시는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들어갈 것임이니라 하라(수 1:11)
여호수아 1장 11절은 새로운 지도자로 임명된 여호수아가 내린 첫 번째 명령이다. 2절부터 9절까지는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시는 약속, 명령, 격려의 말씀이다. 여호수아는 그 말씀들을 들은 이후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시작한다. 그가 감당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백성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는 일이었다. 그는 백성에게 사흘 안에 요단강을 건널 것이니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여호수아서를 기록 순서대로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며 읽으면 이 명령은 시행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2장에서 여호수아가 파송한 여리고 정탐꾼들이 군사들의 추격을 피해 산에서 '사흘을 머물렀기 때문이다(2:22). 여호수아가 처음에 말한 '사흘 안에'라는 시간이 이미 흘러가 버린 것이다. 정탐꾼들이 "산에서 내려와 강을 건너"(2:23) 여호수아에게 돌아와 그 모든 사정을 보고한다. 이후 3장 1절에서 여호수아는 백성을 이끌고 싯딤에서 떠나 요단에 이른다. 그러나 바로 건너지 아니하고 거기서 유숙한다. 요단강을 건너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사흘 후 3:2)였다.
그렇다면 과연 '사홀 안에 요단강을 건너려던 여호수아의 처음 명령은 제날짜에 시행되지 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성경 본문이 사건 발생 순서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분명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2장의 정탐꾼 사건은 1장 9절과 10절 사이에 삽입되어야 한다. 여호수아는 지도자로 임명된 직후에 그가 감당해야 할 과업인 가나안땅 정복을 위해 가장 먼저 정탐꾼들을 파송하였다. 이는 가나안 정복의 과업을 맡은 지도자로서 매우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백성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먼저 적진의 지형지물과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일도 하지 않고 40년 전 열 명의 정탐꾼을 떨게 만들었던 두려운 적들이 있는 가나안 땅을 어떻게 그냥 들어간단 말인가? 그래서 가장 먼저 정탐꾼들을 파송한 것이다.
결국, 1장 11절의 '사흘 안과 3장 2절의 '사흘 후'는 같은 기간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물론 '안'으로 번역된 전치사 브오드와 '후'로 번역된 전치사 미크제는 다른 기간을 나타낼 수도 있다. 흠정역(KJV)의 번역대로 전자는 within three days, 후자는 after three days로 이해된다. 그러나 언제나 반드시 그렇게 번역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새미국표준경(NASB)은 후자를 at the end of three days, 즉 '사흘이 지난 후'가 아니라 '삼 일이 마칠 때'로 번역하였다. 그러므로 두 표현은 사실상 같은 시간대를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본문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이 두 개의 부사절은 같은 기간을 표현하는단순한 충복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유대 역사가요세푸스를 비롯하여 유대 랍비들 그리고 현대의 많은 주석가가 동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1장 10~18절의 사건은 실제로는 2장보다 나중에 있었지만 기록상 앞에 있는 것이다. 문학적 기법에도 이런 표현 방식이 있다. 그것은 '먼저 있었던 일'과 '뒤에 있었던 일'의 순서를 바꾸어 기록함으로써 마치 앞으로 있을 일이 이미 성취된 것처럼 먼저 기록하는 '예변법적 치환(proleptic transposition)'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건의 진행을 먼저 알려 주고, 먼저 있었던 일을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함이다. 여호수아 1장 9~10절의 본문도 그런 식으로 기록된 것이다. 화잇도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정탐꾼들은・・・ 무사히 돌아왔다. 이제 진군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온 백성은 3일 동안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하였으며 군사들은 전투 준비를 갖추어야 하였다.” (부조,483).
요단강을 건너기로 결정하는 것은 모든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전쟁 지휘관의 당연한 판단이다. 그 강을 건너면 가나안 민족과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정탐꾼들을 파송하였고 그들의 보고를 받은 다음에 요단을 건너기로 결정한다. 그는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이스라엘 사람들로 더불어 싯딤에서 떠나 요단에 "(3:1a) 이른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 도착한 이후에 "사흘 안에" 요단을 건너리라고 관리들에게 명령한다(1:11). 그렇게 사흘 동안의 준비 기간이 지나고 "사흘 후"(3:2), 즉 여호수아가 말한 '사흘이 끝나갈 때 즈음에' 관리들이 진중으로 두루 다니며 백성에게 도강 실시 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호수아가 첫 번째로 명령한 바로 그때에 요단을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