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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중반 센텀시티와 마린시티가 들어서기 전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전경. |
- 동백섬 등 자생…시화·시목 지정
- 유람선 이름부터 노랫말도 등장
우리나라에서 동백꽃을 시화(市花)로 둔 도시가 여럿 있다. 서해안을 따라서 군산·서천·보령시가 있고, 남해안에는 거제·통영·여수시와 부산광역시가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부산 중구 영도구 해운대구는 구화(區花)로 두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여기에 끝나지 않고 한술을 더 떠서 시목(市木)으로 동백나무를 둘 정도다. 하나의 꽃과 나무가 그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민과 친숙할 정도로 가까이에 많이 자라고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리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동백나무의 자생지는 부산광역시·경상남도·전라남북도·충청남도와 울릉도 등지로서 대부분 바다를 접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부산에서도 해풍을 맞는 바닷가에 동백이 자라고 있어 사시사철 푸름을 더해 준다.
지금 한국해양대학교가 자리한 조도도 예전엔 동백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 본래 섬 이름이 동백섬이었다. 태종대와 다대포 몰운대도 오래전에는 동백나무 군락지로서 유명했지만, 오늘날 몰운대는 소나무에 그 자리를 비켜준 처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해운대 동백섬은 그 이름만큼이나 곳곳에 동백으로 가꾸어진 아름다운 곳이다. 1999년에는 부산시 기념물 제46호로도 지정됐다.
부산 영도 출신의 황선우가 곡을 만들어 조용필이 노래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노래비도 이곳 동백섬 인근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변에 서 있다. 이 노래는 1970년대 중반 조총련 재일동포들이 모국방문을 위해 페리호를 타고 부산항을 찾아오는 정서와 관련이 깊다. 그렇지만 노래비는 국제여객선부둣가가 아닌 해운대 바닷가에 서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으로 시작하는 노랫말 첫 구절에서 동백섬을 통해 해운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였기에 그 감사 표시로 노래비가 세워졌다.
어디 그뿐일까? 1960년대 이미자가 불러 크게 히트를 한 국민가요 '동백아가씨'의 탄생무대가 부산인 걸 알게 되면 더 달라진다. 본래 이 노래는 1964년에 개봉된 영화 '동백아가씨'의 주제가로서 만들어졌는데 영화촬영을 했던 주 무대가 다대포와 해운대 동백섬 해변이었다. 더구나 이 노랫말을 짓고 여기에 곡을 붙인 작사·작곡가가 부산과 인연이 깊다. 작곡가 백영호는 서구 대신동에서 태어났고, 작사가 한산도는 해방 이후 부산에서 중학교를 나온 함경북도 청진 사람이다. 전후 이들은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음반회사가 있던 영도를 오가며 가요에 꿈을 둔 음악인이었다.
동백은 뭍에서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꽃을 피운다. 해운대 미포항에서 출발해 광안대교를 지나 오륙도를 돌아오는 부산항의 대표적인 해상관광유람선이 '동백호'다. 그리고 부산의 원도심과 신도시 해운대 간을 오갔던 크루즈투어 선박이 '카멜리아 2000호'였다. 카멜리아(Camellia)는 영어로 '동백'이란 뜻이다. 카멜리아는 부산항뿐 만 아니라 국제간에도 꽃길을 그린다. 부산항에서 일본 하카다항을 오가는 국제여객페리선도 '카멜리아호'다. 이쯤 되면 부산은 가히 동백의 고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에서는 동백나무와 꽃을 각각 시목과 시화로 선정한 이유를 들어 '진녹색의 잎과 진홍색의 꽃의 조화는 푸른 바다와 사랑이 많은 시민의 정신을 그려 낸다'고 했으니 해풍을 머금은 동백꽃은 부산에선 '꽃 중의 꽃'인 셈이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