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단식 논배미
트레킹 기점인 나야풀에 도착하고,
비레탄티(Birethanti, 네팔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입산 신고를 한 다음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포카라까지 오는 비행기의 3시간 지연으로 오늘 묵어야 할,
안나프르나 연봉을 볼 수 있는 간드룽(Ghandrung, 1,940m)까지 서둘러 올라가야 합니다.
나야풀에서 간드룽까지 표고차가 870m이니 3시간 정도 오르면 됩니다.
고산 산행은 무조건 천천히 걷는 것이 고산병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천천히 오르면서 고도 적응(산소 부족에 대한 적응)을 하여야만 고산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모두 카메라를 지니고 있어서 저마다 촬영을 합니다.
DSLR은 저를 포함하여 세 사람이,
게다가 저는 포터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여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왔으니 멋진 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장비가 거창하니 사진에 대한 실력도 대단할 것이라는 오해 때문입니다.
이번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만은 실력이 부족하여 카메라에 담지 못할망정 가슴에 그리고 영혼에 꼭 보듬을 각오입니다. 마이아걸츄 안나푸르나......
▲ 쉼표와 카메라 가방 담당 포터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마을 길을 걷다가,
점심은 라면에 밥을 말아서 반찬 5가지에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아침에 호텔에서 양식 뷔페로 먹었던 것보다는 우리네 음식으로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산행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학점평가제가 있는데,
적게 먹고도 산을 잘 오르는 사람은 A 학점,
많이 먹고 잘 오르는 사람은 B 학점,
많이 먹고 잘 오르지 못 하는 사람은 C 학점이랍니다.
적게 먹고 산도 잘 오르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산에 올 자격이 없다고 하니.
이번 산행에서 최소한 B 학점을 되어야 한다고 끄응 힘주어 다짐해봅니다.
나중에 우리가 산행 중에 먹었던 음식들을 언급할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매 식사 때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잘 먹었다”라는 찬사(니또차 : 맛있다, 대리니또챠 : 겁나게 맛있다)를 네팔 쿡에게 하였는데,
사실은 아내에게는 눈치 보이는 찬사였다는 것을 미리 귀뜸합니다.
구들장돌처럼 납작하고 평평한 돌로 쌓아 올린 계단식 길을 3시간 이상 가파르게 오르자
간드룽 마을에서 거의 별장이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롯지(Lodge)에 도착하였습니다.
야크 젖으로 만든 ‘짜이’라는 밀크티를 마시고 샤워도 하고,
돼지고기 양념구이를 상추쌈으로,
게다가 김치찌개까지 먹고 나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온몸을 감싸옵니다.
그러나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전망 좋은 간드룽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구름이 잔뜩 몰려와서 풍요의 여신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이른 시간에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니 안나푸르나 품에 안긴 듯이 졸음이 밀려옵니다.
곤한 잠을 자다가 문득 낙숫물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걱정이 되어 잠을 설치고 있는데 새벽이 되니 비가 그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과 다녀오지 못한 사람.
이제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의 부류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앞으로 히말라야를 갈 사람’이라는 제3 부류도 있다고 억지로 우겨댑니다.
그 억지 우겨댐이 현실화되기를 마음 속으로 깊이 기원합니다.
마이아걸츄 안나푸르나........
첫댓글 이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지난 시간들이 走馬燈처럼 눈 앞에 펼쳐집니다.
사진은
부재를 증명하면서도
존재를 증명한다, 는 롤랑 바르트의 이론이 생각납니다.
젤 부러운 겁니다.
산을 올라가야 갈 수있는 곳이라서.
산은 생각만 하여도 머리가 아프니..ㅠㅠ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백화점 에스카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도 고도 차이를 느낀다며는 웃기는 소리지만 정말 이랍니당..ㅠㅠ
저는 다시 태여나 저곳을 가볼수 있었으면
하고 잠시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