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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의료사태에 대한 견해
이정철 / 흉부외과
영남대학교 의대 흉부외과학 교실에 근 33년(31년+2년)을 재직하고 2023년부터 현재의 대구의료원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진료 시간 간간이 상념을 즐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나 자신 그동안 시간의 흐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바쁘게 지냈던 터라 한 번쯤 멈춰서서 삶을 뒤돌아보고 나의 위치를 확인해 보고 싶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사로서의 삶과 더불어, 여러 방면에서 관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노래와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가운데, 스멀스멀 시간은 흐르고 마음과 달리 육체의 부속품들은 에누리 없이 점검요청 신호를 보낸다. 가끔 나의 삶은 어떠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1980년대 초반, 모든 여건이 부족하고 어려운 환경하에서, 새내기 의사로서의 각오를 다지고 나름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뛰어다녔던 그 시절이 아름답고 자긍심 넘치는 추억으로 회상됨을 퍽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의료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일단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의료의 양적 질적 수요가 늘어남으로 의과대학과 의사 수가 상당히 증가하였다. 우리가 입학할 시기(1975년)에 전국 14개였던 의과대학 수가 현재 40개로 늘어났고, 매년 새롭게 태어나는 의사 수도 약 3,000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유수의 기업들이 대형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기업식 경영제도를 도입하여 서비스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우수한 의료인력을 유치하여 선두로 치고 나감에, 서울지역의 유명한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병원경영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5개의 ‘Big Five’라는 선두 group이 탄생하고, 실제로 전국의 타 대학병원들과 차별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의료의 이런 양적 질적 변화는 근래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과 국제적 위상의 상승 그리고 한류의 인기에 편승하여 K-의료라는 유명세를 세계적으로 타고 있던 그런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의료관광 환자의 수가 코로나 펜데믹 전인 2019년에 약 50만명/년에 이를 정도로 성황이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칭송받고 부러움을 받던 K-의료가 올해 2월 1일 정부가 ‘필수의료패키지’라는 명목하에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묵혀왔던 의료관련 문제점들과 감정들이 정부를 향하여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결과로서 현재까지 해결의 기미 없이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이번 의료대란이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누적되어 오고 있었으나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별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며, 심지어는 세계적으로도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인정하고 부러워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근본적 해결 없이 오늘에 이르게 된 의료의 문제점과 함께 그동안 의사들이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현안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이해충돌로부터 좀 벗어난 대학병원 은퇴 의사로서 가능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술해 보고자 한다.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
첫째,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
필수의료는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로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메이저 과목을 말하며, 소위 보람은 있지만 업무량이 많고 힘든 3D 업종에 속한다. 2000년도 경부터 필수과 전공의들의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어서 향후 수년 내에 문제가 발생할 것임이 예측되었다. 필수의료 분야는 힘들게 환자를 진료하지만 대부분이 저수가의 보험급여에 해당되어 수익이 낮고, vital을 다루기 때문에 의료소송의 위험성이 높은 현실 때문에 전공을 기피한다. 갈수록 의료 형사 및 민사 소송 건수가 증가되고 있으며, 의사의 형사기소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200배 가량 높고 유죄판결 건수도 수 배-수십 배에 이르며, 근래에 의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더욱 높아졌다.
둘째, 지방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달라.
지방의료의 붕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주 원인은 지방에 환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 기조로 인하여 소아청소년 및 산부인과 환자가 감소하여 소아과와 산부인과의 운영이 어렵게 되고 의사들이 병원경영을 포기함으로써 지역의 환자들은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지방의 2차 병원 심지어 3차 대학병원들도 환자들의 서울 집중화 현상 때문에 환자의 수가 많이 감소하고 우수한 인력들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상황이었고 이는 병원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에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해서 병원을 유치하고 의사들을 고용하는 노력들을 해야 하며, 이전의 의료전달체계를 복구하여 권역별 진료를 우선하고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타 권역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재가동할 필요가 있었으나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셋째, 건강보험 재정의 확충을 통해서 의료수가를 정상화하고 앞으로의 닥칠 의료비 증가에 대비하자.
사실 우리나라의 의료는 건강보험제도가 처음 시도되었던 1977년도부터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문제점의 아무런 해결없이 건강보험은 1989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1998년에는 지역과 공무원 및 교원으로 구분되어 있던 의료보험공단을 통합하고 2000년에는 국민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을 통합하여 국민건강보험을 출범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범 당시 보건의료발전위원회에서 건의되었던 사항들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행해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보험제도는 사회주의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의료보험수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며 애초에 超低受價(원가의 60-70%)로 시작하여 물가상승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가상승률을 보여왔으며 현재도 원가의 8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보험급여에 해당되는 진료로는 20% 정도 적자가 난다라는 말이며 이를 비급여 진료와 약가 수입으로 보전해야만 했으나 이마저도 무분별한 비급여의 급여화, 의약분업화로의 전환으로 인하여 보전수입마저 없어져 버렸다. 이는 보험료를 높이고 정부의 지원을 늘려서 보험재정을 튼튼히 하려는 노력보다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식 사고에 의해서 보험수가를 억제해서 지출을 줄이려는 정책으로 일관한 탓이다.
이 밖에도 응급의료, 외상의료에 대한 대책 등 많은 건의가 있었으나 중요한 위의 3가지만 기술하였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어느 국가든지 선진화되면서 의료 및 복지비의 비율을 급격히 증가하는데 기존의 복지 선진국가들이 근래에 재정적인 문제로 많은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들이 뉴스에 자주 보도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아직 선진적 의료복지가 정착되지도 않았는데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문제점
첫째,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8배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매년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2.8%/11.4%) 결국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빠르게 증가함을 말해준다. 이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증가율이 1위(한국6.2%: OECD 2.8%)이며, 특히 plateau 없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이에 대해서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주원인은 타 국가에 비해서 국민 1인당 병원 방문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에 있다. 진료비가 저렴하고 병원 문턱이 낮은 이유로 병원쇼핑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게 되고 결국 의료보험료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 : 현재 1인당 노인 진료비가 535만원/년으로 상당하며, 이의 상승 속도가 국민 전체 진료비 상승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젊은 세대가 지출해야 할 의료비는 점점 많아져서 한 20년만 지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
셋째: 건강보험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단(예: Moon care)으로 비급여를 급여로 무분별하게 전환함으로써 보험재정을 더욱 많이 투입하게 되며, 원칙없는 재정 관리시스템으로 외국근로자 등에 대한 비합리적, 선심성 정책으로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넷째 :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이는 OECD 중에서 가장 낮은 건강보험료율(7.09%)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정부의 지원금을 늘려야 하지만, 투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식 정책은 이것보다는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 즉 의사들을 쥐어짜는 식의 정책을 펴왔던 것이다.
이런 누적된 문제점이 상존하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서 갑작스레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이라는 일방적 발표를 하였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보건복지부와 의협 간에 정례적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었다는 것이며, 특히 의대 정원 문제는 교육을 담당하는 의과대학 학장단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비현실적인 숫자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인 배경에는 총선에 미치는 유리한 결과를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합리적 소문이 돌았는데, 정부 측의 행위로 봐서는 의사들을 겁박하고 밀어붙이면 자신들 의도대로 실현될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 같았다. 그러나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저항 운동들이 강하게 펼쳐지고 확산되어 나가자 정부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을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의료개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의사들을 더욱 강하게 겁박하고 적폐화 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MZ 세대 의사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여 이 전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저항하였는데, 특별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SNS를 통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의기투합하고, 개별적으로 병원과 학교를 떠나버렸다. 이런 형태의 MZ 세대의 행동적 특성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정부는 의사들이 주장하는 필수의료, 지방의료 등의 문제점의 주된 원인을 의사 수가 모자라서 일어난 것으로 결론짓고, 선거를 위한 정치적 목적을 숨긴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2,000명 증원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지만 이를 지지할 자료는 미약하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기술하고자 한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문제점
1) 의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다.
국민 수 대비 대한민국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의 70% 수준으로 미국, 일본과 비슷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 수가 모자랄 때 일어나는 현상들-국민의 평균수명 저하, 의료기관 이용률 저하, 수술 대기시간 길어짐, 낮은 의료 질 등-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83.3세로서 세게 5위권에 위치하며, 의료기관 이용률은 OECD 평균의 2.5배로 독보적 1위이며, 수술대기 시간은 대부분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타국과 비교 불가하다. 그리고 의료의 질은 자타 공인 세계 탑 레벨에 있다.
2) 의사 증가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OECD 평균의 2.6배).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매년 3,058명씩 증가하고 있는데, 누적 의사 수의 증가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설립 역사가 짧은 의과대학이 많아서 의사들의 평균 연령이 낮고, 연세가 많아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는 인구증가율은 매우 낮고 누적 의사 수의 증가율이 높기 때문에 2030년 초반만 되면 자연적으로 적정수준의 의사 수를 달성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인구당 의사 수를 갖고 있으나 정부정책으로 숫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3)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붕괴를 의사 수를 늘려서 낙수효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앞에서도 다뤘듯이 힘든 업무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적으며 사법적 불이익의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체로 필수 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은 비록 업무가 힘들지만, 의료행위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을 중시하며 나아가서 사명감이나 가치관적 판단을 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소위 인기 있는 과에 실패한 의사들이 갈 데가 없으면 필수 과로 가게 될 것 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발상은 황당하기만 하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기피현상은 지방에 환자도 적거니와 형사 및 민사 소송의 증가로 인하여 전공과 진료 자체를 하지 않는 의사가 많아서이지 전공 의사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이의 해결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가 현실화를 통한 경제적 보상과 법적 불이익을 완화하고 소신껏 진료를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며, 정부가 지방의 공공의료시스템에 투자하여 필수과 의사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의료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특성이 있으며, 의사 수가 2,000명 증가되면 향후 의료비용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여 건보 재정의 부실을 더욱 초래한다.
우리나라 같이 초低受價 정책에서는 薄利多賣의 병원경영이 필연적인데 의사 수가 많으면 과다경쟁으로 과잉진료를 초래하며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심하면 의료윤리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결국은 국민들의 의료보험 부담비는 늘어날 것이다.
5) 의대 증원의 궁극적 목표는 전공의 수를 늘려서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대학병원들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며 결국 지방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기업형 대형병원의 태동과 함께 ‘Big Five’ 대학병원들이 형성되고 특히 수도권 대학병원들간에 경쟁적 몸집 불리기가 시도되고 있었다. 이번 의료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서울·경기 지역에 9개 대학병원의 11개 분원, 총 6,600 병상이 계획되어 있었고 이는 많은 수의 전공의 및 전문의를 필요로 한다. 이런 힘 있는 대학병원들이 의대 증원을 원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국가적인 큰 그림보다는 이런 힘 있는 단체의 의견에만 귀 기울였을 수 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정원을 대폭 증가시켜서 선심을 쓰는 척 하였으나 결국 의대 졸업생들은 수도권에서 수련 받고 전문의가 되어서도 수도권에서 취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지방의료의 약화를 더욱 초래하고 건강보험재정은 엄청 빨리 파탄날 것이 자명하다.
6) 갑작스런 2,000명 증원은 이론적, 과학적 근거도 없거니와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거나 부실 해진다.
의대 교육 필수적인 요소는 기초 및 임상교수 인력, 기초실습을 위한 기자재 및 공간, 해부학실습을 위한 cadavar 및 공간, 강의실, 임상실습을 위한 적정 병원 규모(환자 수 및 실습 공간), 임상실습 교육을 보조할 전공의 인력 등이 있는데, 각 학교별 2-3 배의 증원이 이루어진다면 상기 필수 요소들의 확보와 확충이 필연적이다. 이는 재정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며 대부분이 현실적으로 성취 불가능하다. 하물며 전국의 수많은 의과대학과 병원마다 교육을 위한 적정화를 이룬다는 것은 卓上空論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특히 교수요원이 빠져나가고 전공의 수급이 힘들고 환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지방 대학병원과 관련 의과대학의 정원을 2-3배 늘리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의대 졸업생들은 수도권으로 흡수될 것임이 뻔한 사실임을 보면 선심이나 배려를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봉착한 의료환경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회상컨대 필자가 전공의 수련을 밟던 때는 현재보다 의료환경이 훨씬 열악하였으나 자기가 전공하고 싶은 과를 소신껏 결정하였다. 스스로 과를 결정했으니 힘든 흉부외과 업무라도 수술하고 공부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보람, 사명과 같은 명분보다는 경제력이라는 실리를 택하게 되는 것이 대세다. 따라서 전공의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 값싼 전공의 인력으로 수도권에 집중되는 병원들을 운영하겠다는 정부와 대형병원들의 계획은 지방 의료를 살리자는 의도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이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실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의료사태는 언젠가는 일어날, 일어나야 하는 필연적 사건이라 하겠다. 그동안 눌리고 숨겨놓았던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또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정들은 너무나 당연하고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정부와 의사 집단의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지만, 일반인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이 사태의 결과는 직접적으로 개개인의 건강권, 경제권과 직결되며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에 대한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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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수님,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 고맙습니다. 요즘 병원에서 일하시면서 글쓰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귀한 글로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란 신분때문에 알지도 못하는데, 의료사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더욱이 의대생을 둔 가정의 부모들은 더 열심히 의견을 내라고들 합니다.(의대를 전혀 모르는데도) 교수님 덕분에 이제 저도 요약 대답을 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명색이 명예교수들이 모인 회지인데,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던 차에 회지의 면을 세워주심도 감사드립니다. 글 부담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숙제 벗어나심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