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에게서 배운 삶의 교훈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비단 위대한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사람됨의 본질을 잃지 않았던 품성과 마음씨가,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길에 조용한 등불처럼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에이브럼 가필드이다.
그는 1831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쿠야호가 카운티라는 외진 시골,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지는 당시 흑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가난한 마을이었다. 넉넉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고, 태어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아버지를 잃는 불행을 겪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고된 삶을 견뎌야 했고, 어린 가필드는 그늘 속에서 빛을 찾아 나가야 했다.
그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과서조차 살 수 없어 이웃 아이의 책을 빌려 공부했다고 한다. 때로는 친구 어깨 너머로 책을 들여다보며 지식을 쌓아야 했다. 나도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으로 학용품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이 대목을 읽을 때면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우리처럼 가난한 집도 드물구나. 이 어미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그때 어린 가필드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 친구들 중에는 저보다 더 가난한 아이도 있어요. 전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이 짧은 말 한마디는 그의 삶 전체를 압축하는 듯하다. 가난과 절망 앞에서 누구보다 긍정적이었고, 작은 희망을 움켜쥐고 버텨낸 가필드. 그는 다짐대로 성실히 공부하며 살아갔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 말은 마치 생의 좌표가 되어, 가필드는 언제나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26세에 하이럼 대학교 학장이 되었고,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장교로 참전하여 용맹히 싸우며 소장으로 진급했다. 이후 정치의 길로 들어서 1863년에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무려 18년 동안 워싱턴 정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렇게 정직과 노력으로 쌓아올린 신뢰는 결국 그를 1881년, 미국의 제20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했다.
그의 취임식 날,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는 한 나라의 수장이 되는 그날, 자신의 어머니를 직접 부축해 취임식장에 모셨다. 대통령이 앉을 자리에 어머니를 앉히고, 본인은 그 옆에 조용히 섰다. 그리고 국민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저의 어머니 덕분입니다. 이 영광은 오로지 어머니께 드리는 바입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장내는 감동의 물결로 가득 찼고, 박수소리는 한참 동안 그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우리에게 ‘은혜’를 아는 마음, 그리고 효심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깊이 일깨워준다.그에게는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니?”
아이들은 앞다투어 대답했다.
“대통령이요!” “장군이요!” “유명한 정치가가 될래요!”
그때 조용히 있던 가필드에게 선생님이 물었다.
“가필드야,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그는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선생님은 웃지 않았다. 그는 되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사람답게 사는 사람, 정직하고 성실한 진짜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에요.”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더 이상 웃지 못했고, 교실엔 고요한 울림이 흘렀다. 어린 소년의 이 말은 단지 조숙한 한 아이의 생각을 넘어서, 가필드의 인생철학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는 훗날 대통령이 되어서도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전한다.약속은 적게 하고 진실만 말하자.
남을 비방하거나 나쁜 쪽 생각은 말자.
비밀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지키자.
내 행동에 책임지고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잠자기 전, 기도로 반성의 시간을 가지자.
가필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말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대통령이 된 지 200일 만에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에 이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재임 중 암살 사건이었으며, 재직 기간도 두 번째로 짧았다.
짧지만 깊었던 그의 생애는 나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사람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 말은 곧, 나의 삶의 방향이 되었고 오늘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조용한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