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나이 든 사람도 세 살 아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조상대대로 내려온 말에 대한 속담이다. 많은 속담에는 상대를 배려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말에는 인격이 묻어나는 만큼 상대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말하라는 의미다.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 말을 마구 토해내는 사람과 교류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정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이금희 아나운서는 좋은 평판을 받았다. 그의 인터뷰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북측가족들에게는 편안함을 선물했다. 그가 다른 아나운서와 달랐던 점은 무릎을 꿇고 노인 등 가족들과 눈높이를 맞춰 질문을 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대를 생각하는 작은 말은 큰 열매로 부풀어지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비효과란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가 ‘브라질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논문에서 연유된 것으로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나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작은 친교가 국가 경제와 연관된 사례를 보자.
1980년대의 미국은 무역적자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는 의회와 여론 단체로부터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대책을 촉구 받고 있었다. 그런 탓에 미국 행정부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눈엣가시로 보였다.
미국이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방법은 비교적 쉽다. 상대국의 환율을 절상하면 된다. 이를 계산한 미국은 대만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의 달라화에 대한 환율을 30% 가까이 절상했다. 그런데 한국은 한국은 3%만 올렸다.
환율의 변동은 무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기존에 일본이 미국에 휴대전화를 100원에 팔았다면 이 조치 이후 130원에 팔게 되는 셈이 된다. 반면에 한국은 100원에 팔던 휴대전화를 103원에 팔게 돼 미국의 수입업자는 일본 제품 대신 한국의 것을 사게 된다.
이로 인해 한국은 무역 수지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이것은 레이건 대통령의 개인 취향과도 관계가 있다. 친한파였던 레이건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한국 친구들의 입장을 듣고 재량권 범위 내에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당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연간 100억 달러가 넘으면 공은 미국의 행정부에서 의회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한국은 한 해 대미 무역흑자를 80억 달러쯤으로 유지했다.
한국과 한국 관료들에게 호감을 느낀 레이건이 친구를 위해 배려를 한 셈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간디의 배려도 깊이 새겨볼만 하다.
간디가 기차에 올라타는 순간에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는 이미 출발해 신발을 주울 수는 없는 상황. 짧은 순간 생각에 잠긴 간디는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벗어 플랫폼 바닥에 던졌다.
자신에게 있는 신발 한 짝은 이제 효용 가치가 없다. 또 기찻길에 있는 한 짝을 누가 주어도 신을 수는 없다. 그래서 주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나머지 한 짝도 던진 것이다. 미지의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배려는 국가적인 재앙 등 큰 사건때 많다. 한 방송기자의 다급한 목소리에서도 배려를 읽을 수 있다.
1977년 11월11일 밤 9시15분쯤이다. 당시 많은 국민의 귀와 눈이 테헤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올림픽 축구 예선전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쾅”하는 굉음속에 이리역(익산역) 주변이 잿더미로 변했다.
현장을 취재한 한 방송사의 이리 주재기자가 본사에 리포트 한 첫 코멘트는 “이리는 쑥대밭이다. 서울은 어떤가” 였다. 이 기자는 화약 폭발사고를 전쟁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이리역 주변이 적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으로 믿고 서울 시민들을 걱정했던 것이다.
자기의 주변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과 주변의 안위를 물은 것이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이처럼 사랑실은 따뜻한 말은 살아 있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본성은 유명인과 무명인을 가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살기에 바쁜 서민들에게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례가 많다.
안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박성삼씨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직업의식에 철저하게 녹아있다. 차 마다 깜박이 속도가 다름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다 정비공이 된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신바람이 난다.
그러나 자동차는 기계인 탓에 정성껏 수리했지만 예상과 달리 말썽을 부릴 때도 있다. 이럴 때 그는 ‘고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부담감에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그의 카센터 운영 제1 신조는 ‘손님의 마음에서 수리하자’이다. 그는 단순하게 자동차를 고치는 정비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편안한 마음을 심어주는 정비사 삶을 추구한다.
“저를 믿고 온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해야 하죠. 고친 차가 고장 난다면 저는 손님을 불편하게 한 것이 돼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3대째 이발관을 운영하는 이남열씨의 따뜻한 마음도 뜨겁기만 하다.
마포에서 3대째 79년간 한 이발소에서 일하는 그는 연장가방에 가위 빗 면도기 등을 갖고 다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들이 저에게는 연장이지만 남 손에 들어가면 흉기잖아요.”
쥐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짐을 안 그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위험한 도구는 휴대하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모범 이발소 간판도 마다하고 오로지 선대의 방법, 기술로 승부하는 그는 도구를 챙기는 게 이웃에 대한 배려라고 믿고 있다.
개인의 따뜻한 사랑 못지않게 조직과 사회의 배려도 대단히 중요하다. 일부 사람은 조직이나 집단으로부터 조직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의 집시, 일제시대 한국인에 대한 차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지역에 따른 불이익, 피부색에 의한 손가락질, 경제 양극화에 따른 갈등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
밀턴은 ‘당신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고, 공자는 ‘사람들이 환호 하는 일에는 반드시 반성해서 살펴야 할 무엇이 있다’ 고 말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스타에 가린 패자의 아픔도 어루만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사회는 2006년 프로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의 방문을 계기로 열렬한 환호에 머물지 않고 혼혈아에 대한 차별을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에 있다.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은 다민족 다인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정부에서는 단일민족을 강조한 교과서를 다인종, 다문화 수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국사회의 이런 변화에 대해 ‘미국 프로풋불 슈퍼볼 최우수선수 하인스 워드의 ’금의환향’이 워드 본인의 뿌리 찾기를 넘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혼혈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케 하고 혼혈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등 한국 사회가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값진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엔 어두운 면도 있다. 10년의 믿음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례다.
서울 위성도시의 백화점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한숙씨(가명)는 앞 가게를 운영하는 정은하씨(가명)와 10여년을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언니 격인 김한숙씨는 장사가 여의치 않아 고전을 했고, 동생 격인 정은하씨는 돈을 많이 벌어 인근 도시에 또 점포를 냈다. 정씨는 김씨의 성실성과 인맥을 본 뒤 새로 낸 점포를 운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김한숙씨도 돈 투자를 하지 않고 관리만 한다는 조건에서 OK를 하고 개업 행사까지 했다. 평소 안면이 있던 지인들이 몰려 정식 개업 전부터 매상이 쏠쏠하게 올랐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만에 정씨는 김씨에게 말했다. “언니. 오늘 재고조사를 해야 하니까, 문 열지 마”라며 일방적인 통고를 했다.
‘왠 홍두께 같은 말이냐’는 반문에 “본사 지시라서 해야 되고, 단 한 벌이라도 착오가 있으면 안돼. 입금액이 1천만원이 적대”라고 찬서리가 일게 말했다.
의류의 재고조사는 1년에 한두 차례 하지만 개업과 동시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씨를 도둑으로 여긴 것이다. 재고조사 결과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본사의 지시가 아니라 정씨가 인위적으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년을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입금 미납을 의심한 김씨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둘은 개업 일주일 만에 헤어졌다.
배려는 못할망정 10년 지인을 도둑 취급한 일로 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한 사람은 적당한 관리인을 한동안 찾지 못했다.
지나친 경쟁이 배려와 담 쌓게 하는 경우도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전후해서 한국에 축구붐이 불었다. 이때의 인기스타는 공격하는 골키퍼 김병지였다. 뉴스메이커인 그에게서는 기사거리가 많이 나왔다. 당시 스포츠조선 신향식은 밤 12시가 되어도 퇴근을 하지 않고 열성적으로 취재를 하는 기자였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면 김병지와 통화를 한다. 당시 기자들은 아침 8시30분에서 9시 사이에 데스크에게 쓸 기사를 보고한다. 경쟁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신향식은 김병지로부터 기사 거리가 나오면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끌었다. 상대 신문기자들의 통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최근 스포츠 토토 방송으로 주가를 올리는 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도 화제가 많다. 같은 시기에 송진현은 축구선수 안정환에게 자주 전화를 했다.
그는 기사거리를 체크하면 안정환에게 당부를 한다. "자 , 지금부터 오는 전화 받지 말아요. 아니 아예 전화기를 끄세요." 마지 못해 안정환은 "아~, 예"한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송진현은 다시 번호를 누른다. "안정환 선수. 전화 꺼 놓으라고 했더니, 왜 받는거예요."
송진현 기자의 또 한가지 사례다. 워낙 털털하고 웃음이 많은 그는 어지간한 일에도 박장대소를 하는 스타일이다. 기자들은 폭탄주를 자주 마신다. 술 자리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당연히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슴이나 바닥을 치고 즐거워할때 송진현은 습관적으로 옆에 앉은 사람 무릎을 치면서 웃음보를 터뜨린다. 후배들이 "송선배, 이거 제 허벅지예요"라고 하면 "어, 그랬나. 이거 내 무릎 아녔나"하며 또 옆 사람의 무릎을 치면서 배꼽을 쥔다.
앗, 이런 배려도!
엘리자베스 왕비의 말
2차대전 때 런던이 독일군에 의해 공습을 받았다. 처칠 총리는 왕실 가족에게 피신을 권유했다. 그러자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이자 조지 6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국왕 곁을 떠나지 않소. 내가 떠나지 않으면 아이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국왕은 절대로 국민을 위험한 곳에 두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오. “
독일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버킹엄 궁의 벽이 무너졌다. 그러자 왕비는 “그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던 벽이 사라졌군요. 이제는 국민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겨온다.
TIP
세상을 밝게 하는 배려
1. 먼저 인사를 한다.
2. 고맙습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생활화 한다.
3. 상대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4. 사람을 믿는다.
5.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
6. 권리에 앞서 의무를 다했는가를 생각한다.
7. 소외된 이웃을 살핀다.
8. 긍정적인 언어를 쓴다.
9. 회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나간다.
10. 가족과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