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에 성직자가 없는 이유는?
이슬람교에는 성직자 제도가 없다. 이 점은 이슬람이 기독교 유대교 불교 등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들 중 하나이다. 이슬람은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어떠한 영적 중간 매개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무슬림들은 중간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언제나 하나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성장 과정에서 이슬람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선교사나 종교 교육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질을 터득하게 된다. 따라서 이슬람은 따로 종교 교육자나 선교사 등 성직자들을 둘 필요가 없다. 즉 모든 무슬림들은 누구나 종교 교육자이며 선교사인 것이다.
이슬람에서 이맘은 예배할 때 맨 앞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을 일컬으며 모든 무슬림들은 예배를 인도하는 이맘이 될 수 있다. 부자 가난한 자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학자 무식한 자 여행자 등 누구에게나 이맘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이슬람에서는 이맘의 지위를 취득하기 위한 성직 수임식이나 안수식 같은 특별한 예식이 필요치 않으며 종교학교를 반드시 졸업해야 할 필요도 없다. 즉 이슬람의 이맘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며 기독교의 성직자와 같은 특별한 영적 권위와 자격을 갖춘 사제 집단이 이슬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슬람에서 모든 무슬림은 예배 단식 순례 등 종교적 의무를 수행할 의무를 지니며 이맘도 이러한 의무면에서는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그는 그가 속한 모스크의 구성원들로부터 추대받는다. 일반 신도들은 일상적인 직업 때문에 정규 예배 시간에 항시 참석할 수 없지만 그는 모스크에 고용되어 모스크지기로 상주한다. 그렇지만 예배에 모인 사람이면 누구라도 필요에 따라 그의 역할 이맘을 대신할 수 있으며 모든 규정된 종교 의식을 치를 수 있다. 종교법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대신하여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과 육신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소유이다. 이슬람은 하나님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을 완전히 별개로 구분하며 창조주와 인간 사이의 직선적 관계를 강조한다. 이슬람에서 하나님은 유일한 절대적 존재이며 인간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의지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피조물에 불과하다. 이슬람은 신과 인간 사이에 어떤 중재자도 두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님에게 직접 회개하고 호소하며 구원을 청한다. 이맘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공동체의 수장인 칼리파도 하나님 앞에서는 평신도의 일원일 뿐이다. 이 점이 중세 서구 기독교 세계의 황제나 교황의 지위와 이슬람의 칼리파 지위가 다른 점이다.
칼리파의 권력은 절대권력이 아니다. 그는 이슬람 공동체 안에서 종교 문제에 대한 총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권력이나 권위가 하나님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측면에서 칼리파는 공동체 구성원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무슬림들은 종교의 수호와 정치력에서 그의 능력과 자질을 인정하고 충성을 서약할 뿐이다. 따라서 이슬람 공동체의 칼리파 제도는 중세 기독교 세계와 같은 절대권력의 전제정치 제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충성의 서약을 받은 후 권한이 인정되는 계약에 의한 정치 제도일 뿐이다. 이슬람 공동체는 칼리파를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성직자 제도와 관련하여 타종교가 이슬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울라마'로 알려진 학자 집단이다. 이들은 순수한 종교 법학자 및 신학자들로서 이슬람 초기 시대부터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과 유산을 모아 정리하고 해석하여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체계화한 학자들이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종교에 대한 가르침과 올바른 해석을 해주는 지식인들일 뿐이다. 울라마가되는 과정에서도 어떤 성직 수여식이나 특정 종교 의식이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신 앞에서 종교적 의무사항은 무슬림 누구나 똑같이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울라마라는 칭호는 무슬림 대중으로부터 높은 학식과 고귀한 성품으로 존경받는 법학자 및 신학자들을 통칭하지만 그들 역시 평신도일 뿐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이나 이슬람법 연구에 종사함으로써 이런 존경받는 호칭을 받은 것이기는 하나 그들이 어떤 특별한 종교적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니며 단지 학자일 뿐이다. 그들이 쌓아 놓은 연구나 업적 때문에 종교적으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지 않으며 어떤 영적 권위를 갖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슬람법 수호자로서 이들은 간혹 중세 유럽의 성직자들과 비교되지만 사실상 둘 사이의 지위는 상당히 다르다. 울라마들은 성례를 비롯한 성스런 의식을 주관하는 성직 수행자들이 아니고 어떤 예식이나 절차를 밟아 울라마가 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죄를 용서한다거나 파문을 선언하는 일같은 초인적 지위에서나 행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은 더더욱 갖고 있지 않다. 나아가 어떤 방법을 동원한다 할지라도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중재한다거나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것 이다.
이슬람에는 법률 전문가 또는 법학자인 '파끼흐'가 있고 재판관인 '까디'가 있으며 이슬람 공동체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무프티'가 있다. 이들 중 파끼흐는 학자이며 까디와 무프티는 국가에 의해 공식 임명되는 법조인이다. 이들은 성직자 집단이 아니다. 이슬람은 인류 평등의 종교이다. 이슬람에서 모든 무슬림은 평등하며 공평한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이슬람교에서의 종교적 의무는 모든 무슬림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며 절대적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특별한 성직자가 필요 없는 것이다.
이슬람에 성직자 제도가 없다는 사실은 다른 종교 사회와 매우 구별되는 점이다. 이러한 교리 때문에 교육 선교 등 종교생활 방식 전체가 전적으로 타종교와 다르다. 즉 무슬림들은 하나님과 직접적 관계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만을 믿고 잘 따르면 된다. 다시 말해 만일 인간들이 이 땅에 하나님의 대리자 역할로 창조되었고 그 대리자의 역할인 하나님의 계시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종교는 인간 행동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의 종교를 바로 믿고 바로 행동한다면 인간사에 아무런 갈등 없이 편안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슬림들은 반드시 종교의 지식과 그것의 행동 실천을 찾아 연구해야 한다. 믿는 만큼 행동하라는 것이다.
지식과 이것의 행동 실천은 고대나 현대 세계의 어떤 집단에서건 문화 건설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어떤 집단의 문화도 지식과 행동에 의해서만 발전하는 것이다. 지식만 있고 행동이 없거나 반대로 행동만 있고 지식이 없는 경우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슬람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필수 불가결의 요소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슬람에 있어서 지식, 즉 학문은 모든 무슬림에게 그들의 능력 범위 내에서 의무이며 알라 하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지워 주시지 않으셨다(꾸란 아 2: 286). 아는 만큼 행동해야 하는 종교이므로 정교분리가 될 수 없다. 특히 하나님의 본질에 대한 교리와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설명에서 하나님의 육신화와 같은 기독교 교리는 전적으로 부정된다. 이슬람은 신성과 인성에 대해 확연히 구분해 놓고, 인간과 그의 창조자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강조하는 종교다. 하나님은 유일한 존재자 ,절대자, 만유의 주, 만물의 보양자, 가장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분, 최후 심판일의 주재자,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다. 인간은 다만 하나님께 기쁨으로 복종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 앞에 평등한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하다. 하나님에 비견하는 어떤 자도 결코 둘 수 없는 절대 유일신 교리의 종교다.
이렇게 유일신 사상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이슬람교는 유일신에 버금가는 어떤 형태의 존재도 배격하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신격화하는 것을 금하며 기독교와 같이 예수를 신격화하는 삼위일체론도 인정하지 않는다. 무슬림들에게 있어 종교는 쌍방 관계이다. 즉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절대권력을 가진 쪽에 복종 순종하는 관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한쪽이 순종 복종 고분고분한 쪽이면, 다른 한쪽은 명령하고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고 판결하는 입장 관계이다. 이 두 쌍방을 합친 것이 바로 정리된 법 종교이다. 따라서 인간의 영혼과 육신은 완벽히 하나님의 소유다. 이것이 하나님과 인간의 직접적 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과는 절대적으로 다르고 관련이 없는 것이어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동료보다 더 하나님에 가까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자가 결코 있을 수 없다. 신자는 모두 똑같다. 결코 근접할 수 없는 하나님의 본질, 하나님의 위엄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동등한 위치인 것이다. 따라서 이맘이나 울라마도 하나님 앞에서는 평신도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