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통일소 1001마리
홍 성 훈(사)한국아동문학회 이사장
아주 오래 전에, ‘한반도’라는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한 핏줄을 타고난 쌍둥이 형제가 한 지붕 밑에서 사이좋게 살았습니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니, 떨어지지 말고 살자구.”
형제 이름은 남이와 북이입니다.
그랬던 것이, 힘센 나라의 욕심으로 지금은 헤어져 살고 있습니다.
“생각이 다른 너희 형제니까, 서로 떨어져서 네가 우리를 섬기면 잘 살게 해 줄게.”
잘못된 웃음(미소) 작전은 한 마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형은 남쪽에 자리를 잡았고, 동생은 북쪽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형은 따뜻한 고장에서 부지런히 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고, 동생은 추운 고장에서 농사조차 잘 안 되어 어렵게 살았습니다.
“나는 못 사는데, 형만 잘살다니…….”
북쪽에 사는 동생은 남쪽에 사는 형을 시기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은 불량한 사람들을 데려와 형의 집과 땅을 빼앗으려고 마구 행패를 부리며 싸움을 걸었습니다. 6이라는 숫자와 25라는 숫자가 붙은 이 싸움으로 남쪽과 북쪽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남쪽 사람들 중 일부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북쪽 사람들 중 일부는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때부터 남이와 북이 형제는 더욱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헤어져 살다보니 서로 믿지 못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남한에 사는 형과 북한에 사는 동생은 약속을 했습니다. 가운데 선을 그어놓고 서로 넘어가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 경계선 이름을 3이라는 숫자와 8이라는 숫자를 합했습니다. 38선 중앙에 판문점이라는 집을 지어 서로 감시도 했습니다.
많은 시간들이 흐르자, 한 핏줄의 헤어진 형제의 가족들은 서로 그리워했습니다.
같은 핏줄의 형제이지만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아서, 지금은 남이 가족들과 북이 가족들은 서로 생각하는 것과 행동 그리고 사는 방법마저 달라졌습니다.
새잎이 돋는 싱그러운 6월 초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힘을 내세요. 죽으면 안 돼요.”
“할머니, 죽지 마세요.”
“아니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이곳에 올 때는 제일 어렸었는데, 벌써 증손자까지 보았지 않느냐.“
엄마소는 힘들게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래도 더 살아야 엄마가 그토록 원하던 통일이 되는 것을 보시고, 또 남쪽에 있다는 부모 형제도 만날 것이 아니에요?“
“글세.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그러나 통일이 어디 오늘 내일 바로 되겠니?“
엄마소는 눈을 감고 생각에 젖었습니다.
‘그동안 많이도 변했지. 남한 사람들도 한때는 이곳 금강산에 올라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았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살아 계시는지, 형제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곳은 여기보다는 살기 좋으니 생활하기가 편하겠지만, 죽기 전에 부모 형제를 한번만이라도 만나 보았으면…….’
엄마소는 오래전에 북쪽으로 올 때를 생각하며 먼 남쪽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가 1998년 6월16일이었습니다.
판문점에 영원히 잊지 못할 뜻깊은 좋은 일이 생긴 날입니다. 38선이 생긴 후, 처음으로 남이 형이 기르던 소 떼 500마리가 판문점을 통해서 동생 북이네 집을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새벽부터 가슴 설레며 나와서, 북으로 떠나는 소 떼 500마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음매, 왜 저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리들을 부러운 듯 바라봐요?”
“응! 모두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야.”
트럭 위에 실려 있던 어린 소가 옆에 서 있는 나이 많은 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슬프게 울어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서 그런단다.”
“왜 못 가요. 가면 되잖아요?”
“너는 아직 어려서 그 이야기를 모르는구나. 38선이 가로막혀 가고 싶어도 못 간단다.”
나이 많은 소는 어린 소에게 그동안에 전해 들어온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두고도 갈 수가 없는 곳이 북한 땅이라는 것을…….
“얘들아! 너희들이 부럽구나, 부디 너희들로 하여금 통일의 물꼬를 터서 우리를 빨리 고향으로 갈 수 있게 해다오.”
“올 추석에는 그리운 고향 땅을 밟아 보려나…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을 가볼 수가 있을까?”
“너희들이 정말 효자구나. 너희 황소가 지나는 논밭마다 통일의 열매가 열리길 바란다.”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들(실향민)은 그곳의 부모 형제들에게 황금 들판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한낱 짐승도 고향 땅을 밟는데,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왜 그곳에 못 간단 말인가!”
어쩌면 이 소들이 분단의 세월을 허물고 통일로 가는 길을 내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실향민들은 한마디씩 했습니다.
많은 실향민 노인들이 소를 붙잡고 애원도 하고 울부짖고 흐느꼈습니다.
“음매, 알았어요. 우리들도 눈물이 나는군요.”
소들도 큰 눈을 껌벅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음매, 우리들보다 저 사람들이 가면 좋겠어요.”
“그러면 오죽 좋겠니. 우리를 이제까지 잘 먹이고 키워주신 주인님도 고향이 북쪽이래.”
“17세 어린 소년이 소 판돈 70원을 들고 고향을 도망쳤다면서요?”
엄마소는 그때 모자를 쓴 인자하셨던 80대 노인을 생각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소년 시절에 고향을 떠나온 것이 한이 되어 소 1000마리를 몰고 고향을 찾으셨습니다.
1000마리는 끝이라는 뜻이라 이제 시작이라는 뜻을 담아 한 마리를 더 보태어 1001마리를 데리고 가셨답니다.
우리들은 그때 모두 한마음이었습니다.
소들은 북한에 가서 건강히 씩씩하게 일도 잘하고 아기도 많이 낳아서 좋은 일을 많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동포의 가슴에 통일의 열매를 맺자고 맹세했습니다.
소들은 신이 나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어깨와 다리에 힘을 주고 북으로 북으로 움직였습니다.
1001마리 소들은 북으로 와서 많은 형제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 이제까지 소식이 없는 형제들과 먹지를 못해서 죽어간 형제들을 생각하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소들은 정성들여 키워주신 그때의 그 할아버지가 더 오래 살아서 통일을 보시기를 원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엄마소는 또 남쪽에서 날아온 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요즈음은 남쪽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어떤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졌고, 또 꿩도 아닌 것이 꿩인 척하다 망신당했다는 닭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눈물이 났습니다.
모두 자기 분수를 모르는 그들이,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소들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에…….
“엄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생각에 잠겨 있던 엄마소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소는 힘없이 아들소와 손자소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통일이 되는 날까지 건강하여라. 그리고 그 날이 오면 북으로 올라온 우리들은 통일을 위해 갖은 어려움을 참으며 열심히 일했다고 전해 주기를 바란다.”
엄마소는 힘없이 큰 눈을 껌벅이며 주저앉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새들이 이 소식을 전하려는 듯 남쪽으로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날았습니다.
■홍 성 훈(洪瑆焄)
-경기도 이천 출생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신문방송학과/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 (사)한국아동문학회 이사장/(사)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회장
- (사)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사)한국문협 서울지회 부지회장
- (사)한국문협 서울종로문인협회 고문(회장 역임)
- (사)한국문협 문학낭송가회 회장 역임
- (사)한국문협 서울지회 역대지부회장협의회 회장 역임
-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사)한국통일문인협회 홍보위원장
*<수상>
-한국신문협회상, 한국문협작가상, 국제PEN문학상. 옹달샘 한·중 아동문학상 외
*<저서>
- 아버지를 사가세요. 남편을 팔았어요. 피자나오셨습니다. 하늘이 화났어. 동화구연교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