憂慮하고 있던 대로 선배의 부고를 받고 말았다. 임종시간은 06시 19분이었다는 소식이었다. 참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는 것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배와 함께 하였던 추억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오며 천천히 시간의 장막 사이로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멍한 상태로 잠시 침묵하고 서 있었다. 이럴 때마다 임종(臨終) 이란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목숨이 끊어져 죽은 상태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만 그러한 의미보다는 나에겐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생각은 단절이란 단어가 강하게 나의 길을 막아선다. 생애에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절박감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한 받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같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약속된 삶 안에서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가 발생되기도 하지만 어떤 의식의 진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회가 가능성이 있지만 생사라는 구분은 다시 이어질 수 없는 냉엄함이 존재함으로 절대적 단절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지독한 슬픔에 휩싸이게 하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몰려온 슬픔을 잠시 뒤로하고 카톡을 활성화 시킨 후 이 사실을 늘 함께 동행했던 지인에게 알렸다. 그 지인께서도 부고를 알아야 할 만큼 옛적 추억 속에 수많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이기에 알린 것이다. 부음의 소식을 접한 지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중 잠시 만나자는 요청이 와 지인을 만나기 위하여 지하철을 타고 가서 만난 후 답답함을 씻어내기 위하여 함께 산책을 나섰다. 오솔길 끝자락에 숨어 있는 작은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계곡 암반을 찾아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의 시간을 부른 후 회상의 시간을 갖으며 보내다 다시 되돌아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하여 외식식탁에 마주 앉았다. 저녁을 함께 들며 내일 問喪 약속을 정한 후 헤어져 지하철에 올라 선배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반추하며 회상의 시간을 갖다 하차 후 어두운 밤길을 걸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사(死)의 시간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지만 이 사실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절의 의미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는 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슬픔의 회한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가 재차 확인하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짙은 먹구름이 불빛 사이로 잡혔다.. 내일 문상을 가서 꽃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생존 때 모습으로 웃고 있는 선배 영정을 보며 속삭이듯 선배님에게 들려 드릴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
영규 형! 이런 날이 형님에게 오리라는 생각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군요. 진작 알았더라면 평소에 더욱더 후배다운 모습으로 형을 섬겨드렸을 텐데... 많이 죄송합니다. 저로 인하여 혹시 받으셨던 상처가 있으셨다면 다 잊으시고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만 기억하시며 평화의 걸음으로 영면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형! 참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니고 있는 믿음 안에서는 臨終 대신 善終이란 단어를 사용한답니다. 착하게 살다 복된 죽음을 맞는다는 뜻이랍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자로서 형님의 삶은 착한 삶이 셨습니다. 그러므로 복된 이별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형님! 그럼 이만 안녕히~~~
다음날, 문상을 가기 위하여 지인과 만나 폭염이 넘실거리는 빌딩 사잇길을 걸어 나갔다. 소나기 예보가 2시부터 있어 이 시간을 피해 약속을 잡았는데 횡단보도만 남겨 놓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순간 소나기가 줄기차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소나기가 시간을 앞당겨 내린 것이다. 당혹스러웠다. 대형 파라솔 아래로 숨었다. 빗줄기가 얼마나 굵고 강한지 검은 아스팔트 표면 부딪치는 순간 빗줄기 되돌아 꺾여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버렸다. 동시에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면서 어서 건너가라고 재촉의 시그널 음이 요란을 떨었다. 8차선의 길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단박에 장례식장 언덕을 치고 올라 현관 안으로 뛰어들어 가 의자에 앉아 행장을 수습하고 숨을 돌려세웠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소나기 3형제 중 큰형 줄기가 거의 잦아들고 둘 째형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여름철에 내리는 소나기의 유형은 삼 형제가 준비하고 있다가 차례대로 내리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내리면서 삼 형제가 다 쏟아 붓고난 후 소나기는 멈추게 되는 것이 여름날의 소나기 트집이다. 삼 형제 빗줄기를 묵묵하게 앉아 구경한 후 지하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최근에 찍은 사진 영정사진이 국화꽃 사이에 놓여 있었다. 喪廳 앞에 서서 예의를 갖추고 향을 들고 불을 붙여 향로에 꽂고 술을 따라 올리고 이어서 어제 적어 놓은 인사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 두 배반절을 한 후 조용히 서서 성호를 긋고 인사를 다시 목례로 대신하며 물러섰다. 조의금은 형수계좌 번호로 미리 입금시켜 놓았다. 그리고 조문명부에 서명을 남기고 잠시 둘째 손주와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돌아서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인과 함께 밖으로 나와 다른 예정된 일정을 치른 후 커피점에 들러 고인을 추억하다 각자의 길로 돌아섰다. 한 줌의 모래시계 같은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서로 공감하며 손을 들어 우리는 서로를 배웅하고 있었다. 생면은 이젠 기회가 사라지고 추억만으로 회상의 길을 더듬을 것이라는 명확한 현실이 참 아득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생이라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매 시간들 소중하지 않는 시간은 단 일초라도 없다. 매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 스스로 책임을 감내하며 흩으러짐 없이 자애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겠다는 결심을 다시 세워 본다. 유명인이 남긴 " 우물쭈물하다 그럴줄 알았어" 하는 탄식이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모듬겠다고 각오를 각성의 뜻으로 발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