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가 타동사로 쓰이면 '음식물을 입에 넣어 몸 안으로 들여보내다'란 뜻이다. (예; 밥을 먹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즉, 담배 등을 피우거나(담배를 먹다), 뇌물 등을 받거나(뇌물을 먹다), 내기에서 이겨 상금 등을 타거나(판돈을 먹다), 욕을 듣거나(욕을 먹다), 어떤 일을 하려는 마음을 품거나(마음을 굳게 먹다), 두려움을 느끼거나(겁을 먹다), 해가 흘러 나이를 더하거나(나이를 먹다), 더위로 건강을 잃거나(더위를 먹다), 경기에서 상대방에게 점수를 내 주거나(한 골을 먹다), 어떤 물질을 빨아들이거나(수건이 물을 먹다), 봉록 따위를 받는다(녹을 먹다)는 뜻도 있다.
'먹다'가 자동사로 쓰이면 '소리를 못 듣게 되다'란 뜻이다. (귀가 먹다).
이 외에도 '말이 조리가 있어 효과가 있다'(이야기가 잘 먹어 들었다), '톱이나 칼이 잘 들다'(톱이 잘 먹는다), '풀 같은 액체가 섬유 등에 잘 배어 들다'(삼베에 풀이 잘 먹는다), '무엇을 장만할 때 돈이 들다'(양복 한 벌에 10만원 먹었다), '화장품이 잘 발라지다'(핸드크림이 잘 먹다)는 뜻이 있다.
여기서 '잡수시다'(준말: 잡숫다)는 타동사인 '먹다'의 첫번째 뜻 '음식물을 입에 넣어 몸 안으로 들여보내다'의 존댓말이다.
따라서 이 뜻이 아닌 자동사 '먹다'의 존댓말로 '잡수시다'를 쓸 수 없음은 물론이고, 타동사로 쓰인 경우라 하더라도 이 뜻이 아니라면 존댓말 '잡수시다'로 써서는 안된다.
'담배 먹는' 어른을 존대하여 '담배를 잡수신다'고 하면 그 사람이 '담배를 음식처럼 씹어서 삼킨다'는 뜻이 되고 만다.
존대하려면 '담배를 피우신다'고 하면 된다.
즉 '먹다'가 '음식물을 입에 넣어 몸 안으로 들여보내다'란 뜻의 타동사로 쓰인 경우라면 '밥을 잡수시다'나 '술을 잡수시다'처럼 쓸 수 있어도, 그 외의 뜻으로 쓰인 경우라면 존댓말 '잡수시다'로 쓸 수는 없다.
'귀를 잡수시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것인데, 이 말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귀를 어떻게 (씹어) 먹겠는가?
아니 소, 돼지 등 가축의 귀라면 고기로 먹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청력을 잃은 어른을 존대한답시고 이런 말을 써서는 안된다.
'귀가 어두으셔서.....'라고 하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