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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사찰 기재의 현대적 실천방안 연구
1.연구 목적과 의의
영겁(永劫)의 시간 속에서 한 점(点)의 시작이자 끝이 삶과 죽음이다. 찰나(刹那)의 삶과 영면(永眠)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연은 모든 인간에게 공(空)함을 보여준다. 생사(生死)도 공(空)으로 회귀(回歸)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인간은 죽음을 겪을 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상화하여 인식하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는 죽음을 사후 재 의례를 통해 다시 기억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는다. 각 종교에서 제시하는 의례의 형태는 신앙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죽음의 기억 방식이기도 하다.
본 논문은 불교 생사관의 관점에서 인간의 죽음 문제를 분석하고 사후(死後) 행하고 있는 유교식 제(祭, 제사) 형태와 불교의례 행위를 살펴봄으로써, 전통 기제를 불교식 재(齋)문화로 전환 모색하고자 한다. 불자들에게 불교식 재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유교는 견고한 자아의식을 기본으로 하며 사후세계나 피안의 내세관 그리고 영혼 윤회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에 불교의 가르침은 고정불변하는 실체적 자아를 부정하고 윤회의 주체를 업으로 본다. 불교의 윤회는 인과관계 변화에 따른 종합적인 연기(붓다의 존재론)사상으로,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식(識)'은 생전의 업에 따라서 삼계육도의 생사세계를 지속한다. 이것은 불자 가정에서 불교 생사관에 근거한 불교 재가 이뤄져야 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사후(死後)가정에서 모시는 제는 돌아가신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생전 은혜에 보답하는 작은 성의 표시이며, 조상신을 불러 제향(祭香)하는 의전이고, 동시에 축복을 기원하는 작은 종교의식이다. 또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지키고자 하였던 정신문화이고, 우리 사회와 삶의 현실이다.
제는 사후 조상숭배 형식으로 죽은 자와 그 후손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보며 생명의 근본을 확인하는 의식이다. 죽음 시에 하는 상례를 제외하면, 한국인들이 망자의 존재감을 의식할 수 있는 계기는 1년마다 돌아오는 조상의 제이다. 그것은 조상이 살아있을 때를 생각하며 망자의 영혼과 교감하는 체험이 가능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후 1년마다 가정에서 모시고 있는 제는 불자가정 포함하여 거의 모든 가정이 유교식 제례 방법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그동안 전해 내려오는 관습과 관행에 따른 것이다.
유교식 전통 제는 전해 내려오는 사상과 관습, 예법 등을 격식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정신이다.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제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는 즈음에, 제에 대한 문화를 재조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특히 유교식 제를 답습하고 있는 불자 가정들은 필요한 일이다.
가정에서 모시고 있는 제를 현대사회에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유교 전통 예법을 준수하면서 제를 행하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면, 격식에 맞는 상차림, 제의 예복 착용, 제 시작 시간(質明, 첫 새벽 0시 이후)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유교식 예법대로 개인 영가(靈駕)마다 돌아가신 날에 제를 지내다 보니 빈도수가 너무 많다. 셋째, 핵가족화되어 있는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제를 모시는 후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장손 중심 계승이 어렵다. 넷째, 제(혹은 명절 차례) 증후군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일방적인 노동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가부장적인 예법과 의식은 대대손손 계속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다섯째, 형제 사이에 제 경비 분담 문제, 가족 간 음식준비의 생각 차이, 가족 세대 사이에 조상 공경과 효문제 등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 문화의 변화는 친족이나 세대 간에 강화되는 혈연적 연대의식마저 약화 혹은 해체시키고 있다. 이런 문제의 발생과 흐름은 유교적 경건함을 지켜왔던 우주적 상징들이 그 의미를 상실하고 근대적 시 공간 속에 현실적 상황에 따른 편의성으로 변모해 가고 있음을 뜻한다. 가정에서 제를 통하여 죽은 조상의 힘을 빌려 복을 구하고 재앙을 피하고자 하는 기원은 이미 종교로 흡수되어 동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제 문화는 후손들이 현대사회의 흐름에 맞춰 지켜가는 데 한계를 겪게 될 수 있으며, 가정에서 오랫동안 지속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하는 제 문화는 간소화 문제가 난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개인 각각의 가정문제이므로 쉽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여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그 일부를 살펴보면, 제1조 목적에서 허례허식의 일소, 의식 절차의 합리화, 낭비억제, 건전사회 기풍을 진작시킨다. 의례인 굴건, 제복 착용, 만장의 사용에 대해서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의 형태는 편의성만을 우선하여 예법을 지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유교 사상에도 맞지 않고 지방마다 문중마다 가정마다 절차가 다르고 규칙이 달라 '가가례(家家禮)'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불자들이 절에서 행하는 사찰 기재는 불교 사후관과 내세관에 근거하고 있지만, 상기 제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그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찰에서 하는 기재는 모든 준비를 사찰 내에서 준비하므로 상기 제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사찰 기재의 주요 목적은 윤회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영가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알려주고 수승한 경지로 인도하기 위한 천도(薦度)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불자들이 불교사상을 이해하고 조상 영가의 영혼이 사후에도 윤회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영가를 위하여 행하는 의식은 영가의 악업을 줄여주고 그 공덕이 자손에게 다시 돌아오게 하여 그들이 일상 삶 속에서 선업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천도'는 전통 기제(제사)에 없는 내용으로서 사후 문제와 관련된 의례로 민간과 불교가 만나는 핵심이다. 영혼의 영속성에 대한 추구로 명계의 질서 체계와 업과 선악의 판결과정, 권선징악에 의한 윤회 과정 등은 효친 이념의 종교적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사찰 기재는 고인은 물론 그 후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지혜를 얻는 기회이다. 재를 하고 선근(善根) 공덕을 지으면 악업이 소멸하여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조상 인연 영가가 극락왕생하도록 서원하고, 동참한 후손들도 이를 통해 생사의 의미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따라서 재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음과 행실의 틀, 인과를 알아서 선한 영향력(good influence)을 행해야 한다.
사찰 기재가 전통 기제와 다른 부분은 불ㆍ법ㆍ승 삼보의 범주 안에서 의례를 실천한다는 점이다. 사찰 기재는 고인에 대한 추모, 효의 실천인 제사의 제(祭), 그리고 망자를 '천도'하는 종교적 의미의 재(齋)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사찰 기재는 불자 가족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신앙 활동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
최근 현장에서 실천되는 사찰 기재의 경험적 특징을 보면, 여러 명의 영가(부모 혹은 조부모 또는 조부모와 부모 동시)의 기재를 합동으로 모시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齋)일시는 자손들이 모두 참석하기 좋은 하루를 지정하여 행한다. 매년 변화하는 실천 현황으로 봤을 때 합동 재는 사찰에서 계속 심화될 것이다.
사찰 재를 선호하는 불자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집에서 음식 준비할 시간이 없다. ②친정에 제 할 남자가 없다(결혼한 딸이 친정 부모 제사). ③종교 관계로 집에서 제를 생각하지 않는다(1년 1회인데 못하면 죄를 짓는 것 같다). ④몸이 힘들어 정성을 쏟을 수 없다. ⑤사찰(절)에서 하면 부모가 좋은 곳으로 가실 것 같다. ⑥합동 재는 여러 번 지내는 번거로움이 없고 비용 등 간소함에 도움이 된다. 또 가족이 많이 모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사회 현상에 맞물린 여러 이유로 인해 불자가정 중심으로 사찰에서 하는 재는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년 재를 행하는 이유는, 재가 돌아가신 조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의례이기 때문이다. 즉 재는 죽음에서 삶으로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의례이다. 재에서 완결된 죽은 조상의 삶을 기억하고 그 삶이 후손들의 삶과 연속되는 근본임을 상기하는 의식이다. 죽음으로 생물학적 생은 끝나고 재를 통해 남은 후손들의 삶과 기억 속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죽음은 삶 속에서 계속 기억되고, 삶은 죽음의 추억을 통해 다시 의미 있게 충전되고 있다.
진행 과정에서 조상과 자신의 관계성에 대한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상의 은덕과 자신의 존재 그리고 죽음의 문제까지도 재인식할 수 있는 철학적이고 종교적 성숙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체험의 장이다. 즉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이다. 재를 통하여 망자를 추모하고 공경하며 효를 표현하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심성이며 본원적인 것이다.
2.연구 범위와 방법
논자는 본 연구에서 제(祭)와 재(齋)의 구분을 다음과 같이 하려고 한다. 가정에서 행하는 조상 기제사를 '전통기제(傳統忌祭)' 약하여 '제'(혹은 제사)로, 가정에서 불교식으로 행하는 조상 기제사를 '불교식 가정기제(家庭忌祭)'로 절에서 행하는 조상 기제사는 '사찰기재(寺刹忌齋)' 약하여 '재'로 표시한다. 즉 집에서 행하는 제사는 제(祭)로 표현하고 사찰에서 행하는 것은 재(齋)로 통일한다. 사찰에서 행하는 기재는 불보살에게 공양 올리고 천도의 의미가 있으므로 기제(忌祭)보다는 기재(忌齋)라는 표현이 타당하다고 본다. 불교계에서는 재(齋)가 이미 공용화되어 있는 용어로 제(祭)의 의미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여 쓰이고 있다.
'제(祭)'는 ①음식을 차리는 의식 ②어른에게 정성을 드리는 의식 ③신체 보전을 위한 구복 의식 ④꿈의 논리 ⑤추모, 제천 의식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전통 기제는 순수 제사의 개념으로 혈연으로 연결된 생활 윤리에 근거하고 있다. '재(齋)'는 ①깨끗한 마음과 고요한 생각을 갖는 것. ②음식을 절제하는 것. ③세속과 분리하는 것. ④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것. ⑤정결하고 삼가는 것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 기재는 심신을 청정하게 하는 수행방식으로 삼업(身ㆍ口ㆍ意)을 맑게 하여 또 다른 악업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붓다와 불보살에게 공양물을 올리고 그 공덕을 함께 하기를 서원하는 불교의식을 총칭하는 언어로 정착되었으며, 초월적 존재가 개입되는 종교윤리가 강조되고 있다.
본 연구는 논문 제목(사후 사찰 기재의 현대적 실천방안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불자들이 불교사상에 근거하여 여법하게 불교식 재를 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현재 일반 가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교식 전통 기제의 의미를 살펴보고, 죽음 후 사찰 기재에 이르는 과정을 불교 생사관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분석한다.
Ⅱ장은 유교 사상과 전통 기제의 내용이다. 유교는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현실에서 전통 기제를 통해 사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영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유교의 죽음 인식은 '사후 존재의 영속성 추구'라는 인간의 동일한 정신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내세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망자를 다시 현세로 맞이하는 생사혼성적(生死混成的)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교의 종교적 성격은 궁극적 존재의 초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 속에서 궁극적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 있다. 즉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보다는 섭리에 대한 믿음이고 상상적 공감을 통한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조상에 대한 전통 기제는 근본적으로 생명 계승의 신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전통 기제 기본적인 자세는 "조상신(귀신)이 강림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조상은 신과 같이 신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제는 생명의 근본에 감사하고 예의를 표하는 것이며, 생명의 근본 뿌리인 조상과 일치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조상숭배에서 "매장은 효를 다한 것이요, 화장은 불효의 개념"으로 생각하였다. 조상숭배 의미로 이해되었던 제는 효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부모에 대한 경배이고 생명의 원천에 대한 보답이다. 제에서 효는 하나의 실천윤리 개념일 뿐이다.
Ⅲ장은 불교의 죽음관과 사후관 그리고 사후 불교 의례 관련 내용이다. 불교의 죽음관은 불교 원전인 『신수대정장(大正藏)』 1-55권에서 인용하고 분석한다. 『대정장』 26권 『아비달마발지론』에서 "무상이 무엇이냐. 모든 행위가 무너지고 깨어지고 함몰하며 망하여 뒤로 물러서는 것, 이것이 무상이다. 죽음과 무상은 무엇이 다른가, 죽음이 바로 무상이다." 이렇듯 몸을 받은 것 자체가 고(苦)이며 생노병사가 무상임을 보여준다. 존재의 실상인 삼법인(三法印)에서 무상은 일체의 물(物)과 심(心)의 현상은 모두 생멸변화하여 고정불변이 없음을 설한다. 인간의 괴로움 역시 일체가 무상(無常)임을 모르고 항상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불교는 무상의 세계 속에서 무생(無生)의 이치를 간파하여 생사대사(生死大事)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붓다의 핵심적인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는 사람의 질병과 죽음이라는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이다. 사성제는 질병과 삶의 상실에 직면한 타인과 본인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주는 비통함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것은 수행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이기도 하고 깨달음을 통해 도달하는 총체적 정신 건강이기도 하다.
불교에서의 죽음은 윤회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오온(五蘊)이 나뉘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가 흩어지는 것이다. 즉 존재의 결합력 종식과 함께 큰 무리를 이루던 기본적인 요소들이 본래의 제 자리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 죽음의 실상이다.
불교 사후관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결국에는 산자들을 위한 것이다. 죽음을 둘러싼 모든 내용은 살아있는 사람들에 의한 인식의 문제이며 삶 속에서 해결되는 문제이다. 죽음 의례를 바라볼 때 영가에 대한 간절한 기원과 더불어서 후손들이 본인 삶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사후 불교 의례에서 "인간이 자신의 인간됨을 완성하는 길이다."라고 하였다. 불교 의례에는 대중의 현실적 간절한 원망(願望)과 그것을 처리해 나가는 구체적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반 대중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불교를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 나가려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명법은 "우리나라 불교 의례는 불자 개인이나 그 가족의 복을 구하는 일과 먼저 간 조상에 대한 천도 등 사적인 일과 모두 관련되어 있다."고 하였다. 의례개혁은 불교계 전체 개혁의 핵심이며 동시에 불교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이다. 그와 관련되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기복신앙, 물질 우선, 보살 정신 소멸, 출가자 감소 등)들은 한국불교 발전을 저해한다.
불교 의례의 실천방법과 형식은 통일 법요 집을 응용하여 한글화되어 있는 의례의식 방법을 연구한다. 한문 의식에 습관화된 출가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으나 일반 신도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며, 종국에는 불교 의례가 가야 할 방향이다. 직접 제작하여 일상예불과 법회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례 내용을 참고한다. 불교 의례의 천도 및 내세관은 청화(淸華, 1923-2003)의 선행연구 순선법회(純禪法會)와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참조할 것이다.
Ⅳ장은 불교식 재의 이해에 관한 내용이다. 재는 본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재의 의미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으며, 영가를 위한 합동재가 왜 필요한지 등을 논할 것이다. 더불어서 우리나라에 유입된 유교식 제에 대한 중국의 변천 과정 일부를 살펴보려고 한다.
재에 대한 불교계 인식은 긍정과 부정으로 대립하고 있다. 재가 불교 윤회사상과 붓다의 논지 부합 여부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 불공 의식의 3대 재(영산재, 생전예수재, 수륙재)의 기본사항을 범패의식과 함께 논하고자 한다.
사찰 기재에서의 염불은 영가 생전의 업장과 죄업을 소멸시키고 이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함으로써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재에서 필수적인 염불에 대한 의미와 내용을 검토한다. 사찰 기재는 중생구제의 의미가 기본이다. 지장보살의 극선불성불(極善不成佛) 사상을 사찰 기재와 관련하여 논한다.
Ⅵ장은 불교식 기재의 실천방법 그리고 필요성에 관한 내용이다. 불교식 가정 기제는 아직 초기 단계라 일반 불자들이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불교식 가정 기제 과정에 시식(施食)과정이 있으므로 전통 기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불교식 기재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천도이다. 그러나 가정 불교식 기제가 정착하려면 천도 과정은 생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옥 중생을 가지(加持)의 힘으로 청하여 관욕하고 베풀며 법문을 들려주어 천도하는 의식은 일반 불자들이 하기는 어렵다. 즉 천도 시식은 관행력(觀行力)과 법력 없이 정성만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정 불교식 기제는 조계종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하여, 실제상황을 실연해 보고 부족한 부분(실천내용)을 보충하여 연구할 예정이다.
사찰 기재의 실천방법과 형식은 검증된 기존의 확실한 연구 실적이 없으므로, 사찰 기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고 불교사상에도 부합한 내용을 실천 중심으로 제시할 것이다. 그 주요 방법은 논자가 각 사찰 기재에 참여하여 관찰한 내용과 본 사찰에서 논자와 스님들이 함께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통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또 논자가 오래전부터 연구하여 학술지에 발표한 재 관련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참고할 것이다.
사찰 기재의 필요성과 부가적인 효과 연구는 본 논문의 주요 사항이다. 사찰에서 이뤄지는 재의 실제적인 실천을 통하여 어떤 필요성이 있으며, 영가천도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적인 부분, 불교 포교 저변 확대 등 실질적인 내용, 갈등 감소 등 유가족의 정서적인 부분 그리고 죽음준비교육의 환경 조성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후 사찰 기재의 현대적 실천방안 연구/ 정기옥(무여) 한림대학교 대학원 생명교육융합 협동과정 생사학전공 철학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