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아구찜 옛날집>
참, 오래된 집이다. 근처에 마산아구찜 유행을 불러온 집이다. 낡은 2층집 삐그덕거리는 건물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는 것 같다. 아구찜도 묵은 냄새가 난다. 구석구석 역사를 말해주는 사진은 바래버렸지만 솜씨만은 바래지 않았다.
1. 식당얼개
상호 : 낙원아구찜옛날집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36(낙원동 48)
전화 : 02) 741-3621
주요음식 : 아구찜/탕, 해물찜/탕
2. 먹은 음식 : 아구찜(소) 45,000원
먹은 날: 2020.5.21.저녁
3. 맛보기
해물찜도 하지만 아구찜을 상호로 내걸고 아구찜 거리를 주도한 집이니 대표음식 아구찜을 먹어야 한다. 인사동과 붙어 있으니 낮구경은 인사동에서 하고, 밤에는 조금 편한 낙원동에서 식사하는 것은 어떤가. 소주 한잔과 진한 식사, 진한 대화에 적합한 집이다.
단품 메뉴를 주문했으니 맛없으면 식사가 날라간다. 그래서 이런 메뉴를 찾을 때는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집을 택해야 한다.
아귀는 갈비뼈가 없고 물컹물컹 미끄러지는 생선이라 먹을 때도 젓갈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젓갈질에 소홀하면 놓치기 일쑤고, 아니면 적어도 옷에 고춧국물이 몇 방울 튀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먹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접시 하나에 감탄하며 몇 조각 맛 생각도 없이 정신없이 먹다보면, 어, 괜찮네, 먹을 만하네. 그러면 벌써 접시가 태반이 비어 있다. 손님이 많고 좁아서도 오래 먹을 수 없는 집인데 요리 자체도 빨리 먹을 것을 재촉한다.
아구 조각을 놓치지 않았어도 손가락에 잔뜩 힘주어 애써 붙잡아야 하는 수고가 싫어 아예 인도 사람처럼 손으로 먹기 시작하면 손과 입 언저리가 온통 고추장 투성이가 된다. 손닦고 입닦고 아구먹고, 정신없는 식사다. 짜장면 앞에서 우아해질 수 없는데, 아구찜은 더하다.
이 모든 것이 다 즐거운 것은 아구가 맛있어서다. 못 생겨서 잡혀도 버리거나 밭에 주는 거름으로 썼다는 생선, 물에 버리면 '텀벙'하고 소리가 나서 그것을 이름으로까지 썼다. '물텀벙'이 아구의 다른 이름인 이유다. 아구찜 식당 중에서는 물텀벙을 상호로 쓰는 집도 있다.
그 아구가 마산에서 출세하기 시작해서 드디어 서울로까지 상경해서 낙원동에 또아리를 틀고, 아구찜 거리를 만들어냈다. 그 아구찜 거리의 터줏대감이 바로 이 옛날집이다.
이 아구찜은 비싸지 않다. 그리고 푸지다. 물론 곁반찬은 빈한하지만 아구찜만은 푸지다. 고기도 많은 편이고 거섶도 충분하다. 짜지 않고, 보통맛이어서 너무 맵지도 않다.
서울에서 전주처럼 곁반찬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주요리 푸진 것으로 만족해야지. 그런데 조금 서운한 것, 지난 번 왔을 때보다 육질의 식감이 좀 떨어진다는 것, 지난 번 올 때까지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는 조금 퍼져 있다. 조리법이 달라졌나.
그래도 여전히 만족할 만한 맛이다. 껍질과 속살은 절반씩 들어 있다. 어느 곳에 가면 껍질을 줄지 속살을 줄지 물어봐서 취향에 따라 요리해준다.둘 다 맛있지만 아무래도 껍질 쪽이 더 아구답기는 하다. 둘 다 들어 있으니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밑반찬 상차림을 보고 무물김치가 너무 빨개서 살짝 불안한 맘이 들었다. 빨간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인위적인 느낌에 경계심이 들었던 것, 맛만은 나무랄 데가 없다. 시원하고 무는 사각거린다.
하지만 아무리 물김치가 맛있어도 곁반찬이 이렇게 한산한 것은 적응하지 어렵다. 아구찜은 맵기도 한데 속 달랠 부드러운 음식 한 가지 더 올리면 안 되나. 결국 음식값을 올릴 것인가, 반찬을 줄일 것인가, 이 집은 아마 후자를 택하기로 한 거 같으니 불만을 접는 수밖에 더 있겠나. 음식값만은 지방과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떤 지역보다는 오히려 더 싼 편이다.
오래 전부터 매스컴을 많이 탄 흔적을 덕지덕지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1967년에 개업했다니 마산에서 아구찜을 개발했다는 시기와 비슷하다. 서울은 모든 것이 다 있다. 지방에서도 빨리도 올라온다. 지방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자기 문화로 만들어 버린다. 서울의 힘이다.
식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다 같은 집이다.
*낙원악기상가 지하시장 옆 쪽으로 아구찜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4. 먹은 후
지방 명물이 서울에서도 명물이 되어 있다. 아구찜은 마산이 원조다. 마산은 2010년 창원으로 통합되어 마산아구찜 거리가 창원거리가 되었다.
창원시 설명에 의하면 마산아구찜을 개발한 시기는 1967년경이다. 이후 오동동 일대는 아구찜거리가 되었다. 서울에서도 이처럼 사랑을 받을 정도니, 그곳의 위상은 짐작할 만하다. 2009년부터 '아구'와 발음이 비슷한 '59' 5월 9일을 택해 축제를 벌인다.
그런 아구가 서울로 진출하여 낙원동 아구전문 거리를 만들었다. 6.25때 북한에서 월남한 사람들은 그리운 북한 음식을 먹고, 또 그 음식으로 생계 수단을 삼아 냉면, 만두, 국수 등 많은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보니 남한 사람들 입맛도 사로잡아 처음 시작했던 그 음식점을 중심으로 해당 음식의 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음식은 더 이상 북한 음식이 아니라 그 지역 음식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 지역 명물이 되었다.
양평 옥천의 옥천냉면이다. 황해도의 음식이 이제 양평의 음식이 되었다. 경기 여주 천서리 막국수, 천서리막국수라 부르지만, 원래 평북 강계 막국수다. 이제 천서리 막국수 촌이 되었으니, 영낙없는 천서리 막국수다.
마산아구찜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어디 가나 마산아구찜이 있다. 특히 서울로는 마산아구찜이 만들어진 60년대 곧바로 상경해서 낙원동 일대가 이제 아구찜 거리가 되었다. 군데군데 마산아구찜이라는 간판이 보이지만 50년이 넘었으니 이제 '마산' 태그를 뗄 때도 되었다. 이제는 마산아구찜이 아니라 낙원아구찜이다.
마산아구찜을 가져다 낙원아구찜, 서울의 또 하나의 명물로 만들었다. 문화는 수용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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