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이제형 손해사정사와 함께 하는 사고 클로즈업(불법체류자 교통사고. 17.11.5. TBN 광주교통방송)

[이제형]

‘동남아’는 우리나라에 불법체류중인 외국인으로서 현재 일용직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동남아’는 퇴근후 집으로 귀가하기 위하여 보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구역으로 걷던 중 뒤에서 오는 승용차에 의하여 충격되는 사고로 크게 다쳐 후유장해가 남았다.

‘동남아’가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Q. 오늘은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에 대하여 콩트를 꾸며봤는데요, 이에 대하여는 어떻게 보상처리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A. 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에 관하여 국내의 임금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의 임금을 적용할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됩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의 근로자일 경우 우리나라의 노임단가를 인정받게 되면 보다 많은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지만, 만일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의 근로자일 경우에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노임단가를 인정받게 되면 자국의 임금을 받는 것보다 보상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Q.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소득은 실무사례에선 어느 기준을 적용하나요?

A. 판결례에 나와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증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체류기간 동안의 입증소득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 되고, 그 이후의 기간에 대하여는 자국의 평균임금을 적용해 주면 됩니다.

Q. 사례에서는 불법체류자인데, 이런 경우에는 그 체류기간을 알 수 없는데, 소득산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국내의 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소득산정기간을 인정해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체류기간에 대하여 입증이 불가능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보통 불법체류자들이 1개월에서 5년 정도 국내에 체류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법원실무 및 보험실무에서는 3년은 국내의 임금을 인정해 주고, 그 이후에는 자국의 임금을 인정해 줍니다.

Q. 정상적으로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의 소득에 대하여는 국내의 소득을 인정해 주고, 그 이후에는 자국의 소득을 인정해 주지만,불법체류자의 경우에는 통상의 체류하는 기간을 반영하여 3년은 국내의 소득을 인정해 주고, 그 이후에는 자국의 소득을 인정해 준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소득은 앞에서 말한 것 같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는 어떻게 인정되는지 궁금합니다.

A. 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어느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국내에서도 많이 문제됩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자국민에 대한 사고일 지라도 지금까지 법원 실무에선 사망을 기준으로 보통 1억원을 인정한데 반하여, 자동차보험 약관상 기준에선 그것보다 낮은 금액을 인정해서 실무상 많이 다툼이 됩니다.
하물며 위 사고는 외국인인데 이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숙제로 남는데요, 우리 법원의 판단은 외국의 소득수준을 참조하여 인정할 수도 있지만, 그냥 우리나라의 기준대로 인정한다고 해서 위법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실무에선 앞에서 말씀드린 소득에 관한 문제와는 달리 위자료에 관하여는 그냥 우리나라의 기준에 따르고 있습니다.

Q. 위자료의 산정기준이 사망을 기준으로 1억원이라 하였잖아요? 그렇다면 크게 다치거나 후유장해가 남았을 경우엔 어떻게 산정하나요?

A. 보상실무에서 우리 몸이 망가지는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를 노동능력상실률이라 합니다.
이러한 노동능력상실률은 그 사람의 연령, 성별, 직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평가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닌데, 우리나라 법원 및 보험실무에선 미국의 의사인 맥브라이드가 만든 맥브라이드식 평가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직업에 대하여는 맞지 않아 실무상 이러한 보상기준이 타당한가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별한 직업군이 없는 일용직근로자의 경우 일반 탄광근로자를 기준으로 노동능력상실률이 정해지는데, 현재 탄광근로자가 일반적인 근로자의 형태는 아니잖아요?

Q. 네 그렇네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맥브라이드 방식이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글쎄요, 보통 어떤 것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요?
특히 법원실무를 바꾸는 것은 대단히 큰 변혁이 발생하기 전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현재 미국의사협회에서 발간한 새로운 기준도 있으며, 우리나라 의사협회에서 연구중인 기준들도 논의되었던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법원실무 및 보험실무에서 그러한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맥브라이드 방식이 비교적 단순한데 비하여 다른 방식들은 보다 복잡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사람이 다친 정도에 따라서 그것을 노동능력상실률로 평가하고 있는데, 평가방식은 맥브라이드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신체의 노동능력상실률이 50%라고 가정하면 보통 위자료는 1억원 × 50% 해서 5천만원이라고 보면 되는 것인가요?

A. 네 그렇습니다.

Q. 다음으로 사례 내용을 살펴보면 사고 피해자가 도로의 우측으로 걷고 있었잖아요?
보통 우리가 우측보행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도 보행자가 우측으로 걷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A.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Q. 차도에서는 우측보행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A. 네 차도와 보도가 구분된 도로라면 좌측이든 우측이든 아무쪽의 보도로 걸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시골길이라든지 도로가 좁아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선 차와 마주보는 방향, 즉 보행자의 입장에선 좌측이겠죠? 이처럼 좌측으로 보행하도록 도로교통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Q. 아 여기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우리가 보통 걸을 때는 우측 보행으로 알고 있었지만, 차도에서는 좌측 보행이라는 사실! 기억해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A. 네 그렇습니다.
사람이 차도를 걸을 때 좌측으로 보행해야 앞에서 오는 차량을 볼 수 있으므로 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이와 같이 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 개개인이 보차도의 구별이 없는 차도를 걸을 때 도로의 좌측으로 걸어야 하지만, 단체 등의 행렬 등이 지나갈 때는 일반적인 차량과 마찬가지로 우측으로 보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행렬 등이라 하면 말이나 소를 몰고 가거나 사다리 목재 등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 및 장의 행렬 등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Q. 아 개개인은 차도의 좌측으로 통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단체 등 행렬은 도로의 우측으로 통행하여야 하는 것이군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로 걷고 있었잖아요?
이런 경우에 사고가 발생하면 통행인의 통행방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과실이 올라가겠네요?

A.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Q.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했는데도 과실이 올라가지 않나요?

A. 네 법규위반으로 범칙금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정할 때 과실은 좌측통행을 하든 우측통행을 하든 기본적으로 보행자가 길가장자리로 걷고 있었다면 보통 잡지 않습니다.

Q. 왜 그렇게 하나요?

A. 만일 도로의 우측으로 걷던 보행자가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좌측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그야 당연히 도로를 횡단해야겠죠?

A. 바로 그것이 과실을 잡지 않는 이유입니다.
도로교통법을 지키고자 도로의 우측으로 걷고 있던 보행자가 좌측으로 가려면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데, 당연히 사고의 위험성이 훨씬 올라가겠죠?
이러한 사고의 위험성을 방지하고자 실무에선 도로의 좌측으로 걷든 우측으로 걷든 가장자리 내지 가장자리구역으로 걷고 있었다면 보행자의 과실은 잡히지 않습니다.

Q. 끝으로 오늘의 핵심내용 요약해 주시겠습니까?

A. 불법체류자가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시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요,
첫째,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사례처럼 국내체류기간이 입증곤란한 경우에 보통 소득은 3년간은 국내근로자의 소득으로, 이후에는 자국의 소득을 인정한다는 점,
둘째, 보행자는 일반 보도에선 우측보행이 원칙이지만 보차도의 구분이 없는 차도에선 좌측통행이 원칙이라는 점!이 오늘의 핵심내용입니다.

TBN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방송에서 보상전문가로 활동중인 이제형 손해사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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