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과 '벗'의 어원
우리 어머니들은 왜 족두리를 썼을까?
상투를 트는 절차로서 관례(冠禮) 의식을 행했다는 것은 상투가 어른이 되는 상징이고, 볏의 상징 곧 자아의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결국 관례(冠禮)는 한말 '스물'의 의미에 따른 의식 절차에 불과할 뿐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여자의 성인식을 계례(笄禮) 곧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의식으로 단순화 시켜 구분하는 것은 그 세상이 남존여비로 왜곡되었듯, 그에 따른 의미축소로 볼 수 있다. 그것마저도 생략하고 혼례와 더불어 행하는 것으로 간소화시켰다. 그렇다면 쪽은 상투와 어떻게 다른가?
'쪽'은 '짝'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곧 본래 하나에서 반으로 나뉘어 '쪼개진' 또는 '짜개진'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쪽'의 짝은 '상투'임을 알 수 있다. 쪽의 한말글을 배계(北髻) 또는 후계(後髻)로 나타냄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상투는 '틀다'고 하고, 쪽은 '찌다'고 한다. 상투와 견주어 '틀다'는 '트이어 올리다'는 의미이다. 곧 상투가 '자아(참나)'의 상징이듯, 그 참나를 돋우어 올린 것이 '상투'이고, 그 참나가 트이어 올라오듯, 그 상투를 '틀다(트이어 올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투'는 '성두/성투'일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곧 천명(天命)인 '성'이 도두운[두] 것으로, '성두'를 '틀다'의 '틀'과 연음되며 음운변화를 받아 '성투'로 변했다가 한자로 음차 하는 과정에서 의미 동화되어 '성'이 '상'으로 된 '상투'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또는 '성'을 틔워 도두운[투] 것으로, '성투'에서 '상투'로의 변화도 추론이 가능하다.
'찌다'는 '머리털을 목 뒤로 틀어 뭉치어 비녀를 꽂다'는 뜻과 더불어, 살이 올라서 뚱뚱해지다, 몹시 더워지다, 흙탕물이 논밭에 넘칠 만큼 괴다, 모판에서 모를 모숨모숨 뽑아내다, 뜨거운 김으로 익히거나 데우다 등의 뜻도 있다. 쪽을 '찌다'의 의미는 비녀를 '찌르다'로 보는 시각이다. 곧 '비녀'에 초점이 맞추어진 시각이다. 그러나 비녀는 꽂는 것이다. 굳이 '찌다'고 나타내는 이유에 미흡하다. '찌다'의 다른 의미는 주로 '벼(볍씨)를 불려 익히어 살찌우고, 모판에 뿌려 물을 넘칠 만큼 괴게 하여 싹 틔우며, 모숨모숨 가려 뽑아내어 모내기하는 과정과 연관되는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 쪽은 그 짝 상투를 가꾸는 의미로서 쪽을 찌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쪽'은 그의 짝 '상투'를 바르게 자라도록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는 상징으로서 그 존재이유를 나타낸 것이다. 바로 남녀가 서로 하나의 짝으로서 서로 다른 역할이 있는 차이 곧 음양의 이치를 나타낸 의미이다. '가시버시(부부)'의 상징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가시버시'는 부부(夫婦)의 우리말이다. 사전은 '부부(夫婦)'를 속되게 일컫는 말로 설명하지만, 권력어인 한자에 밀려 한말이 속된 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시버시는 가시와 버시로 나눌 수 있지만, 그 각각으로 쓰이는 말은 없다. <월인석보>에 '처는 가시라' 했듯, 옛날엔 쓰였던 말이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가시나/내'는 '여자(아이)'의 뜻으로, '사나이/내'의 상대어로 보인다. '시내'와 '사내'를 같은 어원으로 보면, '가시내'는 '사내'에 '가'를 덧붙인 형태로 '가'의 의미 차이가 남녀의 구분이 된다는 방증이다. '사내'는 '사나이'의 준말이고, '사나이'는 '사나히'에서, '사나히'는 '시낳이'로 보면, 아기씨를 낳는 이의 의미이다. 그러면 '가시내'는 '시낳이' 그 아기씨를[시내] 가리어(골라내어) 가도고(감싸고/잉태하고) 가꾸는(기르는)[가] 사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하는 이유이다.
'버시'는 지금 그 쓰임이나 형태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버시'의 준말을 '벗'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벗(동무)'와의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벗'은 그 동사형 '벗다, 벗기다' 등에서 보듯, 본래는 어께동무처럼 서로 붙어 하나의 몸체를 이룬 상태 곧 '짝'과 같은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씨와 그 씨를 감싸고 붙어있는 열매(살)의 관계로 볼 수 있다. 하여 '바른(다른 물체에 붙이다/묻히다/입히다) 시(씨)'의 얼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상태는 '벗다'에서 보듯, 서로 상대적이므로, 분리 곧 나눠질 수 있는 상태로도 볼 수 있다. 곧 '바르다'는 '겉을 싸고 있는 것을 벗기거나 헤치거나 하여 속에 든 알맹이를 집어내다, 한데 어울려 있는 것 속에서 필요/불필요한 것만 골라내다' 등의 뜻도 있다. 더불어 '바(아래 아)리다(버리다, 벌이다, 바르다)'의 어원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벗'은 또한 '바르는(바루는, 바리는, 버리는/뿌리는) 시(씨)'의 얼개이기도 하다. 곧 '씨를 골라내고(바르고) 바루어(바르게 하여) 버리다(뿌리다/낳다)'는 얼개이기도 하다. 하여 '벗'은 동무 같은 짝이면서 또한 사내 같은 '버시'의 준말로도 볼 수 있다. 벗이 동무의 뜻으로 보다 많이 쓰이면서 '버시'의 뜻과 형태는 사라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시버시'는 '가시'의 '벗(짝)'이면서 '버시(사내/남편)'인 관계로 '부부(夫婦)'를 나타낸 말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남녀의 관계는 음양의 관계로서 남자는 아기씨 그 얼나(참나)를 바루고(바르게 하고) 바르어(골라내어) 바리는(버리는/뿌리는/낳는) 존재이고, 여자는 그 얼나(참나/아기씨)를 다시 가리고(골라내고) 가도어(감싸 잉태하여) 가꾸는(기르는) 존재임을 나타내고 있다. 수 억의 아기씨를 낳는 과정과 그 아기씨 중에서 하나의 아기씨를 택해 잉태되는 과정이 그와 같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성인식에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쪽'을 찌는 것으로 그 상징을 삼고, 더불어 상투는 '트는' 것이며 쪽은 '찌는' 것으로 나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