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리>
깔끔하고 정연하고 단정한 모습, 식당이 아닌 학교같은 분위기. 젊고 산뜻한 친구들이 손님으로 와서 상쾌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듯 밥을 먹는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식당 분위기다. 깊은 손맛을 기대한다면 차림이 섭섭하겠지만, 한 끼 상큼하게 먹고 싶다면 좋은 식당이다. 구석기 볍씨 발굴지의 이름과 창의적인 김밥의 전통과 창신 이미지를 결합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큰 강점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소로리
주소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로 37 1층
전화 :
주요음식 : 김밥, 솥밥
2. 먹은날 : 2024.9.5.저녁
먹은음식 : 연어메밀김밥 13,000원, 꼬막솥밥 12,000원
3. 맛보기
몇 가지 메밀 김밥과 각종 솥밥을 한다. 우선 메밀로 김밥을 만든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떤 맛일까. 요즘같이 당뇨에 민감한 시절에 좋은 발상같기도 하다. 부담스러운 흰쌀김밥 대신 건강식 메밀김밥이라니. 깔끔하면서도 재료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솥밥도 호감이 간다.
거기다 구석기 볍씨 생산지의 이름 '소로리'를 상호로 쓰고 있으니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애향심, 향토성을 반영하는 거 같아 음식과 조리에도 신뢰가 간다. 역사공원 바로 앞이어서 지역성과 향토성을 동시에 얻은 분위기도 품격 있고 따뜻해서 좋다.
그러나 메밀은 그때그때 삶아내 만들 수 없으니 퍼진 듯한 느낌을 떨치지 못해 식감에서 만족을 얻기 힘들고, 솥밥은 메뉴로도 구분되는 다양한 식재료가 솥밥과 별도로 얹어 나오는 느낌이어서 맛이 밥과 섞이지 않아 비빔밥의 느낌이 더 강하다. 밥에 식재료 맛이 배이지 않아 솥밥보다 덮밥의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도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좋고, 지역과 쌀 사랑이 좋다. 재료의 조합 또한 좋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솥밥'의 영역을 넓히는 것도 좋다. 이런 창의성이 없으면 한식이 시들어갈 것이다. 여느 문화적 산물도 창의성이 보태어 확장되어 가지 않으면 과거의 유물로 남아버리기 쉽다. 이런 노력과 시도가 한식을 세계적 음식에 올려 놓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한류에 머물지 않고 생활문화의 한류로 확산되는 아래로부터의 저력을 본다.
메밀김밥. 요즘 김밥이 무한 진화하고 있다. 대체로 김밥속의 다양화로 이루는 창조적 음식들이다. 전주의 당근김밥은 너무 잘팔려 만들다 병을 얻은 주인이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외에도 시금치와 오이가 대체제가 되고, 단무지와 우엉 또한 대체재가 되어 있다. 깻잎, 고추 등의 채소를 추가한 지는 오래 되었고, 동물성 재료 면에서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고유한 소고기 재료를 넘어 게맛살, 참치, 어묵, 치즈, 새우튀김 등이 추가된 것도 오랜 옛일이다.
이것들은 모두 쌀밥이라는 주인공은 그대로 두고, 부재에만 변화를 준 것들이다. 그러다가 아예 본론에 손을 댄 김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흰쌀밥의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계란으로 속을 넣은 김밥의 등장이 그것이다. 한번 먹어보니 김밥이 아닌 다른 음식이었다. 쌀밥의 쫄깃함을 잃고 푸석한 계란밥은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만난 김밥이 바로 이 메밀 김밥. 쌀밥을 메밀로 대체한 것이다. 계란김밥보다는 맛이 나아도 메밀국수를 그 자리에서 삶아 넣은 것이 아니어서 쌀밥의 쫄깃한 식감을 쫓아가기 어렵다. 연어를 넣은 것은 전통김밥과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거 같고 좋아 보인다. 메밀면에 계란에 연어에, 영양은 성공적이다. 단백질에 한해서는. 채소가 빠진 것도 식감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해 밋밋한 느낌이 난다. 계란에서 나는 단맛은 일본 스시를 연상케 한다.
창의성을 우선 더 높이 친다. 조금 더 우리 식감에 맞는 쪽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쌀이 빠져서 소로리 이름에도 맞지 않는다.
꼬막솥밥. 엄밀히 말하면 솥밥에 재료를 얹어 비벼먹는 비빔밥이다. 밥이 맛있어 비빔밥은 손색이 없다. 맛도 영양도 야무지다. 역시 소로리 이름에 맞게 밥맛 하나는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위 얹힌 거섶맛은 밥에 하나도 안 배었다.
'솥밥'이라 하여 전통적인 콩나물밥, 무밥, 고구마밥 등의 솥에 재료를 함께 넣어 짓는 솥밥을 기대했는데, 밥에 재료 맛이 없어서 비빔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름을 비빔밥이라고 지어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솥밥비빔'? 한번 대신 이름을 지어본다.
이름은 본질적인 품평이 아니다. 본질적인 평가인 밥맛은 좋다. 메밀김밥보다 훨씬 좋다. 다양한 '솥밥'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도 좋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품위 있지만, 채소 몇 가지는 더 넣으면 어떨까. 영양을 고려해서 말이다.
4. 먹은 후
1) 역사문화공원 둘러보기.
식당 바로 앞에 있다. 옛 청주역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기차도 있다.
2) '소로리' 상호와 세계 최초의 소로리 볍씨
'소로리'(小魯里)는 음식사와 생활문화사에서 벌써 소홀히 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구석기 볍씨가 발견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를 상호로 삼은 식당은 덕분에 내비로 상호를 치면 흥덕구 아닌 옥산면으로 안내한다. 상호가 보편적인 조어법이 아닌데 내비까지 옥산면으로 안내하니, 아, 상호가 지명이구나, 왜 이런 지명을 도심에서 상호로 삼았을까, 자연스레 의문이 인다.
그러다 생각난 것, 구석기 볍씨, 언젠가 떠들썩했던 뉴스,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어? 현대의 역사탐구가 고대사를 재현한다. 이것은 고대사를 넘어 선사시대, 그것도 구석기다. 인류의 60% 이상이 먹는 쌀의 기원을 밝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청주시 홈피에서 관련 자료를 인용한다.
"소로리의 다층위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가장 오래된 볍씨로 알려졌던 중국 후난 성(湖南省)의 11,000년 전 볍씨보다 수천 년 더 오래된 것이다.
소로리 A지구 II구역에서 출토된 볍씨는 고대벼 18알,유사벼 41알 등 모두 59알이 확인되었다(이융조.우종윤, 2002). 이렇게 찾아진 고대벼는 japonica형과 indica형(오른쪽 상세설명 참조)의 두 종류로 밝혀졌으며, 유사벼는 유사벼 1형과 유사벼 2형으로 분류되었다.
청주 소로리 구석기유적은 충북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156-1(밭) 에 위치한다. 유적의 북쪽으로는 차령산맥 줄기인 목령산(228.7m)과 서쪽으로는 국사봉(171.0m)이 있으며, 여기에서 남동쪽으로 크게 3갈래의 능선이 뻗어 내리고 있어 넓은 들판을 형성하고, 동쪽의 오창읍 부근은 비교적 험준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유적 앞쪽인 남쪽으로 900m쯤 떨어져서는 금강의 주요한 지류 가운데 하나인 미호천이 완만한 굽이로 흐르고 있으며, 이 미호천 줄기를 따라 청주 분지의 저평한 들판이 넓게 발달하고 있어 충북 제일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다. (청주시 홈피)
출토된 볍씨는 바로 서울대학교 AMS(방사선탄소연대측정) 연구실과 미국의 지오크론(Geochron Lab.)’연구실로 보내져, 1만 3000년~1만 5000년전의 절대 연대값을 얻어 '소로리 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임이 판명됐다.
지금까지는 벼의 기원지에 관하여 여러 가지 주장이 있어왔지만, 주로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1970~80년대까지는 주로 황하 유역에 있는 유적에서 발굴된 볍씨들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주장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양자강 유역에 있는 유적에서 밝혀진 자료들이 그보다 오래된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 좋은 예가, 호남성 도현 옥섬 유적에서 출토된 볍씨가 만 천년으로 밝혀지면서, 이 주장은 더 굳어지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청주시 소로리 볍씨가 출토되었다. (청주시 홈피)
2) 볍씨 관련 의문과 자포니카 우리 밥의 향방
그렇다면 소로리 볍씨가 최소 2000년~3,000년 앞선 셈이 된다. 이후 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고학 교과서로 불리는 ‘현대 고고학의 이해’(콜린 렌프류, 폴 반 공저)는 이 추정을 근거로, 2004년판부터 ‘쌀의 기원은 한국’이라고 명시했다.
청주시는 소로리 볍씨를 홍보하고 의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소로리에는 토종벼 볍씨 농장을 만들고, 귀농 귀촌인들을 불러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마을을 2028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청주선사문화박물관을 세워 문을 열 계획이다.
청주시는 2016년 소로리에 볍씨 모양의 상징물을 세웠고 볍씨 가로등 사용을 권장하기도 하며, 소로리볍씨 기념사업회와 함께 여러가지 후속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상 소로리 볍씨 관련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한 두가지 의문이 인다.
1) 재배벼는 구석기 시대에 먼저 나왔는데 왜 야생벼는 없는가. 논은 언제 만들었는가.
중국 해당 지역은 습하고 물 공급이 충분해 야생벼가 아직도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위적으로 물을 대는 논이 아니라 야생 상태에서 야생벼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어야 재배벼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터인데, 야생벼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재배볍씨가 발견되었을까.
지금도 우리는 인위적으로 만든 논에서만 재배벼로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논을 만들지 않으면 천연 논이 없어 쌀농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야생벼가 충분해야 그속엣 재배벼를 만들어낼 수 있을 터인데, 야생벼가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재배벼가 만들어졌을까. 논도 그때 만들어서 농사를 지었을까.
2) 인디카는 왜 사라졌을까.
인디카와 자포니카, 두 종이 다 발굴되었는데, 인디카는 왜 사라진 것일까. 아니 인디카는 우리 날씨가 재배에 적당하지 않은데 왜 여기서도 다량 발굴된 것일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런 의문은 오히려 더 큰 우려에 퇴색된다. 날씨가 점차 더워져 자포니카 생산이 자꾸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러면 우리도 인디카 생산으로 전환해야 될지도 모른다. 인디카를 먹게 되면 비빔밥도 계속 먹을 수 있을까. 인디카는 볶기는 해도 비비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곳 솥밥도 거의 비빔밥 수준인데 가능한 메뉴일까. 의문과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쌀과 밥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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