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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3.12.28(일) / 충무로역3,4번출구 한옥마을입구(10시)
▣ 참석자 : 17명 (갑무, 세환, 용우, 진오,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승열, 재웅, 삼환, 전작, 문형, 영훈, 근호, 광일, 양기) + 11명 (정남, 종화, 양주, 창수, 기인, 윤환, 계신, 원무, 용복, 양기, 동주=신규가입) 납회시 참석 < 총 28명 > ※1명(원우) 불참
▣ 산행코스 : 한옥마을(광장)-도시철도국(구 남산안기부)-국립극장뒷편-전망대-남산정상-순환도로(하산)-회현역(1번출구)
▣ 동반시 : "비단길" / 강연호 ( ※납회시 : "시산회여 영원하라!" / 김용우 )
▣ 뒷풀이 : 참치회에 소주, 맥주 / "홍도횟집"(02-766-4242, 종로3가역 7번출구)
오늘 산행은 2013년을 마무리하는 시산회의 납회 산행이다. 약속시간 14시, 남산 한옥마을 입구를 목표로, 이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 시간은 오후 1시이다. 근래 들어 제일 추운 날씨를 기록하는 토요일 오후, 모처럼 겨울 방한 복장을 잘 갖추고 밖에 나왔으나,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4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전철에 몸을 실어 충무로역에 내리니 3번 출구에 남산 한옥마을 표시가 나온다. 출구를 빠져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전작 회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다.
산행에 참가하기로 한 친구들 15명이 모두 모인 시각은 2시 20분 경. 한옥마을 광장에 펼쳐진 ICE CARVING FESTIVAL("2013 얼음 꽃 축제") 전시장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남산 둘레길 산행이 시작되었다.
옛 남산 안기부 건물(현재는 서울시 별관으로 도시철도국과 중부 공원녹지사업소가 입주해 있음)을 왼편으로 두고 조금 올라가니 국립극장 뒤편이 나온다. 이어서 발길을 N서울타워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틀어 한참 올라가니 녹지 않은 눈이 얼어붙어 신경이 조금 쓰였다. 최근 뉴스에서 겨울철 노인들은 낙상을 당해 골반을 다치면 약 15%는 그 길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 더 조심스러웠다(우리도 근접 노인이 아닌가?).
남산은 해발 265m 되는 산으로 서울 중구와 용산구의 경계에 있으며,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과 함께 서울 중앙부를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 중의 하나이다. 남산은 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일반화된 이름이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남산의 고유명은 목멱산, 인경산이었음을 알 수 있다.
멀리 타워호텔과 서울 성곽 길을 왼쪽으로 두고 계속 더 올라가니 전망대에 이르게 되어 잠시 겨울철 한양 도성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길 좌우로 소나무 숲이 잘 가꾸어져 봄가을에는 소나무 교실도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길가에 잘 서 있었다. 오르는 시간 동안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한 가운데 겨울 햇빛이 추위를 약간 누그려 뜨려 다행이었다.
N서울 타워가 왼쪽으로 멀리 모습을 드러내는 중에 작은 나뭇가지들에 무수히 많이 달려 있는 붉은 색 팥배나무 열매들이 눈을 호사스럽게 만든다. 이어서 도달한 두 번째 전망대(포토 아일랜드)에선 단체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곧 이어 길 오른 쪽으로 연두색 대형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남산투어용 전기버스로 연료 주입구에서 나온 호스가 길가 충전기에 연결되어 충전 중에 있었다.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오르막길에 들어서자 버스에서 방금 내린 어린이들의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겨울을 이겨내려는 어린 새들이 날개 짓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상 광장에 도달하자 한 가운데 모 은행에서 기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바로 시산회핵심 이벤트인 동반시 낭송이 진행되었다. 마침 광장 한 편에 둥근 섬처럼 만들어진 서울 방위지표를 중심으로 회원 모두가 둘러서고 산행기자인 본인(이승렬)이 방위표 중앙 위에 올라서 회전하는 전망대처럼 천천히 돌면서 시인 강연호의 "비단길 2"를 힘차게 낭송해 나갔다. 한 줄 한 줄 낭독해 나가는데 시의 맛이 점차 가슴에 와 닿는다. 재웅이 가져온 물 한 병과 내가 가져온 감귤로 목을 축인 다음 하산을 시작하였다.
계단을 이용하여 내려가는 중에 케이블카 정거장도 보이고 유적 발굴조사 현장(서울 한양도성 발굴) 모습도 보인다. 주차장을 지나 다시 긴 계단을 내려오니 순환도로에 도달한다. 큰 길에 접어드니 오늘 민주노총 시위 때문에 배치된 건지 모르지만 경찰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좁은 골목길을 한참 내려오니 회현역 1번 출구가 왼쪽으로 나타났다.
회현역 구내에서 친구들이 다시 모여 전철로 이동하는 방법을 잠시 토론하였다. 연구한 대로 충무로 행 전철에 올라 두 번째 정거장인 충무로역에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다시 두 정거장을 가서 목적지역인 종로3가역에 내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홍도참치"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40분이었다. 복잡한 전철을 이용해서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다 보니 일행을 놓치고 잘 못 내려 10여 분 늦게 도착한 친구도 있었다(누구라고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아 생략함).
오늘 뒤풀이 모임에는 산행에 참가한 17명(남산 팔각정에서 삼환이 합류)과 식사 장소에 직접 온 11명(정남, 용복, 양기, 해황, 종화, 윤환, 양주, 원무, 계신, 창수, 기인) 등 시산회원 27명(원우는 사정상 불참)에 특별초청 김동주 친구를 포함하여 총 28명이 참석하였다.
저녁 5시 조금 지나 문형 총장의 뒤풀이 개회 선언에 이어 전작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전작 회장은 지난 2년간 총장과 회장으로서 임무를 다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시산회 친구들 덕분이었다며, 임기 동안 해외 산행을 처음으로 시행한 것과 회원이 증가한 점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백두산 산행에 도움을 준 김동주 친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마지막으로 “시산회 만세! 시산회원 만세! 인류평화 만세!”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하였다.
이어서 김동주 친구에 대한 조끼 전달식이 진행되었으며, 전작 회장이 준비한 납회 기념 특별선물인 고급 등산양말 2족씩이 전 회원에게 전달되었다. 이 때 감사의 박수가 있었는데 건성 건성으로 치는 회원에 대해서는 은밀하게 체크되어 차후 반드시 불이익이 가해질 것이라는 점이 모 회원에 의해 강조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재경 광고 20회 동문회로부터 30만원의 찬조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지되었고, 재경 20회 회장인 광일 친구로부터 건강과 행복, 만수무강을 기원하다는 인사말이 있었다.
오늘의 특별 순서로서 시산회의 시인 2분(김정남, 김용우) 가운데 김용우 시인의 작품인 "시산회여 영원하라!"가 김동주 친구에 의해 낭독 되었으며,
동주 친구는 낭독이 종료함과 동시에 시산회 가입이 승인 되었다.
신임 회장인 문형 친구로부터 취임사가 이어졌는데, 먼저 산행 알림 문자 발송에 대해 답신을 빨리 해 달라는 주문과, 중국여행 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전작 회장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씀이 있었고, 이에 대해 전작 회장은 그동안 산행 중에 안전사고가 없었던 점에 감사한다고 첨언하였다.
이어서 임삼환 신임 총장의 “회장님 모시고 열심히 하겠다”는 간단한 인사말이 있었다. 기세환 친구는 “시카고 대학 졸업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70명이 배출되었는데, 이들에게 수상 비결을 묻자, 좋아하는 일을 하였다(Do what you love)라는 답이 제일 많았다”며 앞으로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서 모두 소원 성취하시길 빈다는 건배 제의를 하였다.
신임 회장 문형 친구 사회로 2014년 연회비 건과 산행계획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는데, 연회비는 1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였다. 산행계획과 관련해서는 이경식 산우가 30회를 제안하였으며, 결론은 기존의 연 25회는 정기산행으로 진행하고, 추가 5회는 번외로 시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년에는 20회에서 재경 광고 총동문회 산악회를 맡게 되는데(김정남 회장), 이에 대한 마음 각오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2014년 산행은 해외산행 1회, 금년에 실시하지 못한 울릉도 독도 산행, 그리고 장거리 산행을 포함하여 신임회장과 김정남 산우가 협의하여 계획표를 작성 배포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작 회장이 “인생 60년 살아보니까 가장 감사한 것은 1)광주고 나온 것과, 2)광주고 20회인 것과, 3)시산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건배사로 마(마주보는), 당(당신의), 발(발전을 위해), 사(사나이), 우(우정을), 디(디질 때 까지)를 외치며 2014년 새해에 원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길 기원하였다. 18시45분 조문형 신임 회장의 마무리 선언으로 2013년 시산회 납회 뒤풀이 순서가 모두 종료되었다.
2013. 12. 29. 이승렬 씀.
< 동반시 >
"비단길" / 강연호
잘못 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는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 할 어떤 약속이 지친 일생을 부둥켜안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치 서럽고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제대만 하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욕망의 신록이 지금 때절어 쓸쓸한데
길 잘못 들수록 오히려 무모하게 빛났던 들끓음도
그만 한풀 꺾였는가, 미쳐 다 건너지 못한
저기 또 한고비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구릉이여
이제는 눈앞의 고비보다 그 다음 줄줄이 늘어선
안 보이는 산맥도 가늠할 만큼의 나이 들었기에
내내 윗목이고 냉골인 마음 더욱 시려오누나
따숩게 덥혀야할 장작 하나 없이 어떻게
저 북풍 뚫고 지나려느냐, 길이 막히면 길을 버리라고
어차피 잘못 든 길 아니더냐고 세상의 賢者(현자)들이
혀를 빼물지만 나를 끌고가는 건 무슨 아집이 아니다
한때 명도와 채도 가장 높게 빛났던 잘못 든 길
더 이상 나를 철들게 하지 않겠지만
갈 데까지 가보려거든 잠시 눈물로 마음 덥혀도
누가 흉보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 2013. 12. 28(토) 납회시
"시산회여 영원하라!" / 김용우
산이 있어 그 산이 거기 있어 우리가 산에 간다
산에 가는 길은 묻어둔 내 영혼을 캐러가는 걸음이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생의 물이 흐르는 시간과의 만남이다
지친 삶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큰 가슴 같은 산이 우리를 기다린다
산은 생명이 철마다 피고 계절마다 지는 영원한 안식처다
살아 있는 우리들이 겸허하게 고개 숙여야 하는 경전의 믿음이다
산도 외로워 하루 한번 긴 그림자 되어 사람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
산다는 건 큰 칼이 아니라 바늘 끝으로 쪼개어 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는 생각의 빛이 부딪쳐 내는 소리이고 마음의 고요가 빚은 젖줄이다
걱정, 조바심, 시기, 미움, 욕심, 아픔의 보따리 훌훌 털고 빈산 만나는 비움이다
시는 인생의 냇가에 번뇌의 꽃삽을 씻고 고단한 삶을 흘러 보내는 것이다
외로움도 뉘우침도 사랑도 저녁달 비치는 세월의 강에 띄우는 일이다
산우여!
우리는 뜨거운 태양도 세찬 비바람도 얼음 같은 추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로의 모자람을 채우고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진정한 친구였다
늘 아침의 대문을 여는 설레임과 떨리던 가슴 가진 동녘에 물든 우정이었다
하나 된 열정의 불덩이를 서로에게 수혈하는 푸르디푸른 한그루 나무였다
산우여!
바람이 불어도 찬비가 내려도 가슴이 뛰어도 산에 올라야 한다
발가벗고 발길 닿는 대로 능선 따라 걷는 일은 찬물 마시듯 후련해야 한다
몸과 마음 구석구석 때를 벗기고 봉우리가 주는 응원의 외침을 헹궈야 한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랑의 속살을 만지며 부지런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산우여!
원망하지 마라 , 슬퍼도 하지마라, 어긋난 인연, 아팠던 상처는 아물 것이다
하늘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진 바보의 가슴으로 구겨진 세상을 펴게 하자
지난해의 묵은 것은 다 버리고 숙명으로 씻은 고운 마음 뜨겁게 불 지피우자
2014년 파란 청마의 기상과 우렁찬 뻗어남으로 말발굽소리 듣는 아침을 맞자
산우여!
만지면 물소리 날 것 같은 생명의 산을 그날처럼 오늘도 오르자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산우들과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여행을 하자
오늘도 내일도 배낭 안에선 가슴시린 상념의 빈틈에 발칙해야 한다
새해 찬란한 태양의 불덩이가 용솟음친다.
시산회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