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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을 위한 생활기술
고쳐 쓰고 나눠 쓰는 삼촌 이야기
10월 24일(흙) 열린,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듣는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마지막 세 번째 시간.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어린이와 부모 15명가량이 모였다. 강의를 맡은 조원호 님은 인수마을밥상에서 밥을 짓는다. 밥을 짓지 않을 때는 마을 사람들 요청으로 자전거를 수리하기도 하고, 가구나 필요한 물건들을 목공으로 만들기도 한다.
쓰레기란 더 이상 순환되지 않는 물질이며,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쓰레기를 만든다. 반면에 자연에서 나온 모든 것은 분해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원호 님은 밥상 부산물과 톱밥으로 만든 흙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삼촌이 최근 반 년 정도 흙을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밥을 하면 양파 껍질, 당근 꼬다리, 양배추 심 등 부산물이 나와요. 도시 사람들은 이걸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려요. 그런데 삼촌이 산너머밭에 있는 부산물 모으는 통에 넣고 톱밥을 섞어 줬어요.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생명이 부산물을 흙으로 다시 돌려놔요.”
“이게 흙이에요.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아봐요. 부산물과 톱밥으로만 만든 거예요. 톱밥이 같이 썩으면서 습기를 조절해요. 이 흙은 3개월 만에 저렇게 바뀐 거예요. 부산물을 마른 상태로 넣으면 더 빨리 흙이 되고 톱밥도 적게 쓰게 돼요. 제가 산에 가서 부엽토 냄새를 맡으면 바로 이 냄새더라고요. 생명이 바글바글하는 흙이죠. 혹시 우주에 별이 얼마나 있는 줄 아나요? 그 수만큼 이 흙 안에 생명이 있어요. 이 흙이 남새들을 건강하게 해주고, 쓰레기 안 만들어서 좋아요. 삼촌은 인수마을밥상의 음식 부산물을 텃밭으로 즐겁게 옮기고 있어요.”
자전거, 나도 고쳐 볼 수 있겠는데?
원호 님은 밥상 일이 없는 때에는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자전거를 수리한다. 자전거 고치는 모습을 살펴보니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직접 해보게 되었다는 원호 님. 자전거를 그때그때 수리해서 쓰면 오래 탈 수 있고, 자전거를 버리지 않아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 좋다. 잘 손보아서 쓰면 자전거는 나이 많은 아이들이 커서 동생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원호 님은 자전거를 직접 눈앞에서 보여 주며 자전거 탈 때 유의할 점, 간단한 수리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자전거 바퀴는 타이어와 튜브로 나뉘어요. 튜브는 공기주머니예요. 입구에 바람 넣고 닫으면 공기가 차죠. 타이어가 펑크 났다 하면 주로 이 튜브에 구멍이 난 경우예요. 그러면 튜브를 바꾸거나 구멍에 고무를 붙여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요. 튜브가 터지거나 구멍이 너무 많다면 튜브를 사서 교체하면 돼요. 타이어에 적힌 숫자는 타이어 크기니까 참고해서 구입하면 돼요. 예비 튜브가 있거나 때우는 도구가 있으면 직접 고쳐서 사용할 수도 있겠죠.”
체인과 변속기도 자전거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제일 큰 톱니에 체인이 걸리면 언덕을 쉽게 올라가고, 작은 톱니에 체인이 걸리면 힘이 들지만 대신 빨리 갈 수 있다. 손잡이에 달린 변속기는 고장이 자주 나는 편인데 주로 연결된 쇠줄이 문제라고 한다. 비를 맞으면 잘 상하고 심하면 끊어지기도 한다고. 그때는 선을 바꿔줘야 한단다. 자전거를 타다가 체인이 빠질 때도 있는데 체인은 타면서 늘어나고, 늘어나다 보면 쉽게 빠진다. 체인이 헛도는 경우도 마찬가지. 톱니가 마모되어 체인을 잘 물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그렇다.
“안장 높이는 자전거를 탔을 때 무릎이 거의 펴질 정도가 좋아요. 탈 때 무릎이 너무 구부러지면 무릎에 무리가 되고, 허리가 안 펴져서 몸에도 무리가 가요. 일반적으로 손잡이 높이와 안장 높이가 비슷한 게 좋은 경우가 많아요. 몸이 앞으로 쏠리면 손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요. 자전거는 몸에 맞추어 타는 게 좋습니다.
안전하게 탈 때 가장 중요한 도구는 헬멧이다. 아무리 자전거를 잘 타더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유압 방식이 아니면 손아귀 힘으로 멈추기 때문에 너무 빠르거나 손아귀 힘이 약하면 멈추는 거리가 길어지죠. 그래서 언덕길 내려갈 때도 주의해야 한다. 브레이크는 한쪽만 잡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앞으로 쏠려 넘어질 수 있으므로 양쪽을 다 잡는 것이 안전하다.
고쳐 쓰고 순환시키는 생활기술
“삼촌이 무서운 게 있는데 뭘까요? 쓰레기. 정말 무섭게 쌓여요. 분명히 오늘 차가 와서 치웠는데 다음 날 그만큼 또 쌓여 있어요. 그게 매일 반복돼요. 왜 쌓이는 걸까? 쉽게 사고 별 생각 없이 버려요. 마을을 다니다 보면 이걸 왜 버렸지 하는 물건들을 많이 봐요. 삼촌은 고쳐서 쓰는 걸 좋아해서 책상이 버려진 경우 주워다가 자르고 다듬고 쓸 수 있는 걸 만들어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데 보통 30년이 걸려요. 책상 만드느라 나무를 쓰면 그 나무 키우는 데 30년 걸려요. 그러면 책상을 최소한 30년은 써야 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뭔가를 만들려고 해요.”
원호 님은 버려진 것을 주워서 나무만 바꾸어 새것으로 만든 책받침대를 보여 주었다. 최근에는 거울 틀도 세 개 정도 다시 만들었다. 거울은 나무틀만 바꾸면 새로 쓸 수 있다. 쓰레기를 줄여서 즐겁기도 하고, 받은 사람이 기쁘게 쓰고 있는 모습도 즐겁다고. 원호 님은 강원도 홍천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땔감용 통나무를 주워다가 초를 놓아두는 초 받침대도 만들었다.
“이건 나무를 자르는 톱이에요. 등대기 톱이라고 해요. 등에 쇠가 있어서 똑바로 자르도록 도와줘요. 자른 다음 거친 면은 대패질을 해요. 대패는 대패 집, 어미날, 덧날이 있어요. 어미날은 나무를 깍는 역할을 하고, 덧날은 들리는 나무를 또 깍아줘서 얇게 깍이게 해줘요. 망치로 원하는 만큼 날을 빼고요, 날이 나오면 나무를 깍을 수 있어요. 대패는 나무를 평평하게 하는 역할을 많이 해요.”
톱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아 연결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어딜 가든 책상을 자주 뒤집어 본다는 원호 님의 말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터졌다.
“두부를 하나 살 때마다 플라스틱 포장을 버려야 되잖아요. 알바트로스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데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고 있는 사진이 있어요.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생명들이 많아요. 마을에서는 플라스틱, 비닐을 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홍천에서 지낼 때 나무, 흙, 돌로 집 짓는 이들과 함께 일을 했었어요. 보통 집을 지을 때나 허물 때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와요. 그런데 홍천에서 짓는 집은 허문 것으로 다시 지을 수도 있어요. 산너머밭에서 텃밭 할 때도 플라스틱, 비닐을 안 쓰고 있죠. 썩지 않고 순환되지 않는 것은 쓰지 않으려 하고 어떤 생명도 힘들지 않도록 애쓰고 있어요. 삼촌이 되살려 쓰는 기술 익힌 것도 이렇게 사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지금 내 눈에 안 보이는 생명도 살리면서 살면 좋겠어요. 나만 조금 편해지자 하면 소중한 것 잃어버려요. 함께 생각하고 함께 즐거운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 들었습니다.”
공구가 생활에 들어오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었는지, 마음가짐을 어떻게 먹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 휴가를 내면 홍천 가서 일을 도왔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직장에서 일할 때는 맨날 컴퓨터 앞에 있고, 싫은 소리도 듣고, 나중에 내가 뭐 먹고 사나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홍천에서 일 도우면서 이렇게 집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공구에도 익숙해졌어요. 이미 잘 다루는 사람에게 배우기도 하고요. 내 손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자신감을 주기도 해요. 이렇게도 살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을 들게 합니다. 전문가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는 밥상에서 시간 내주셔서 가구 만들기도 배웠어요.”
밥 짓고, 자전거 고치고, 버려진 나무를 재활용해서 생활에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원호 님.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까지 생각하는 생활기술이 어떻게 마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러 사람의 본보기와 응원, 함께하는 삶이 원호 님의 삶을 떠받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