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75 ㅡ 공간 지각력이 심각한데 건축이라니요. (지제역더샵센트럴 시티 1)
공간 지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건축을 좋아한다는 건 모순적이다. 그러나 몇 가지 재밌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지형이나 지리에 대한 습득률이 떨어지니 전공자로선 유리하진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긍정적인 성격인 사람에게 이 문제는 신이한 능력으로 변신된다.
어떤 정원을 탐색을 한다고 하자! 처음엔 발견한 사소한 곳의 놀라운 발견은 가끔 가슴을 뛰게한다. 그곳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부분을 감탄하고 음미하면서 다른 블록으로 이동을 한다. 그렇게 몇 군데를 이동하다 보면 원래 갔던 곳이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그래서 다음 날 그 장소를 다른 경로에 도달하게 되면, 전혀 새로운 곳인 듯 또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쁨의 화초장인 셈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가 같은 동화책을 수십 번 본다면 엄마들은 차라리 더 많은 권수의 책을 읽었으면 하고 애달파 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매일 다른 부분을 보며 수십 개의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비가 오나 햇살이 강렬한 낮이나 모두가 잠든 밤이나, 매일 느리게 걸으며 아파트 정원의 온갖 풀들과 나무. 인공폭포. TEA 하우스. 캐빈 등을 걸어보고 앉아보고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조망한다. 다른 사람은 한두 번에 파악되는 반면, 공간 지각력의 부재로 열 번, 스무 번 새롭게 보게된다. 더 샅샅이 보게 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아 보게 되면 결국은 애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마음에 들어온 공간은 다른 사람보다 더 또렷한 더 인상으로 남아있게 된다. 나중엔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전체를 다 보게된다. 조각 조각의 퍼즐도 맞출 수 있게 된다. 가끔은 산책로나 건축물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보기도 한다. 공간 지각력의 부재로 인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으면서 푹빠지게 되는 또 하나의 신기한 방법을 갖게된 것이다.
ㅡ 계속 ㅡ
첫댓글 음,,열 번 스무 번 보면 되겠군요. ^^
공간지각력 부족한 1인으로서 위로가 됩니다. ㅎㅎㅎ